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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 원형탈모란 마음을 멍들게 하는 병
전 올해 33살을 먹은 미혼 남자입니다.
제가 원형탈모로 처음 고생한게 99년이니까 벌써 8년이 지났네요.
처음 원형탈모 생기고 전신탈모로 넘어가 눈썹 다 빠지고 음모며 겨드랑이털까지 없었을땐 죽고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서울대 병원에 다닐때 저랑 같은 증상을 가진 여자 초등학생이 환하게 다니는 걸 보고 그런 마음을 가진 제가 너무 부끄러워 잠시 울컥해진 후 그런 생각은 안했지만 참 몹쓸 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여드름도 굉장히 심한적이 있었는데 그 고통은 탈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모자를 쓰다보니 취업도 힘들고 경조사도 피하게되고 내성적인 성격이 더욱 내성적으로 변했습니다. 집에 모자갯수만 늘어나고 후드티셔츠에 후드점퍼만 수십벌은 되는것 같네요.
누가 우스개로 머리 없는거 아냐?라고 낄낄거리면 같이 웃다가도 속으로 울었던 기억도 참 많았습니다. 몇해 전 가발을 벗기며 놀렸다고 포장마차에서 친구를 죽인 일이 있었죠. 사람들은 뭘 그런걸로 사람을 죽이냐고 수군댔지만 전 그 수치감을 잘 알기에 동조는 못해도 비난도 못했습니다.
저희 누나랑 제 여동생이 모두 시집을 갔는데 예식 사진 보면 다 모자를 쓰고 참석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오빠란 놈이 여동생 결혼식에 모자 쓰고 나가 사진 찍는 기분. 친척들이나 신랑측에 결례란 걸 알지만 전 그럴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여동생에게 미안하고 그때도 참 많이 몰래 울었습니다.
처음은 동네병원에서 이후 큰 병원인 서울대 병원에서 은희철 교수님에게 치료를 받다가 많이 좋아져서 치료를 중단하니 다시 금새 빠져버려 경희의료원 심우영 교수님에게 치료를 받았습니다. 자타공인 우리나라 탈모치료계에 유명하신 분들이죠.
머리에 직접 주사도 가끔 맞고 사이폴 엔이라고 고혈압 치료제를 주로 먹었습니다. 하루 두 알씩.. 이 약 부작용이 털이 굵어지는거라 그 부작용을 보고 먹는 약입니다. 단점은 살이 좀 쪄요. 초기에..다시 빠지긴 합니다만...
이 약을 먹고 머리에 미녹시딜을 바르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정수리 부분만 조금 휑하고(그쪽은 좀 더디네요.) 거의 다 나은 상태. 제 치료사진이 경희 의료원 한방병원(고덕동)에 지금도 있는데 가끔 선생님이 보여주면 저도 놀라곤 합니다.
6개월 전 쯤 8년만에 처음으로 미용실을 갔습니다. 제 소원이 미용실 가는거랑 정장 한번 입어보는거였는데 미용실을 가니 너무 좋더라구요. 미리 원형탈모라 이야기를 드렸지만 별로 티가 안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 깎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눈시울이 시큰해지더군요.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라 이런 글을 쓸 수 있지만 전 원형탈모가 어느 질환보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만 그러는게 아니라 마음까지 멍들게 하는 병. 원형탈모로 8년간 고생한지라 그 아픔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합니다. 머리숱이 없어 모자를 쓴 분들을 가끔 거리에서 보면 절 보는것 같아 한번 더 눈길이 가기도 하구요.
약을 끊으면 또 어찌 될지 모르지만 녹차도 자주 마시고 물도 많이 먹고 있습니다. 딱히 처방이 없더라구요. 누군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데 원형탈모 생긴 사람한테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게 사실 말이 안되죠.
힘들지만 그 힘듬을 그냥 감수하며 좋아질때를 기다리는게 지금으로썬 원형탈모에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전신탈모에 포기를 한 놈이었지만 좋아졌거든요. 그게 약때문이라고도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그냥 시간이 지나 자연히 난거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글 읽으시는 분도 때가 달라 그렇지 꼭 나아지실거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꼭 나아지실거예요.
힘드셔도 조금 더 기운 내시고 다음에 조금 더 좋은 글로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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