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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후기] 20대 후반 탈모 일지(?) 및 가발 2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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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진은 부끄러워서 글만 우선적으로 씁니다.
서론이 조금 기니 양해바래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숱이 많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그 때문에 머리를 엄청 길러 다녔습니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부는 날에는 힘없이 고정되어 있던 머리카락들이 흐트러지며 탈모가 눈에 띌 정도였죠.
친구들도 저보고 탈모라고 놀릴 지경이었구요.
고등학생 때부터 이른 나이에 기계과라 현장 실습 등의 회사를 많이 다녔는데 늘 기성 세대의 회사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머리가 왜 그렇게 기냐 잘라라,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다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탈모 때문에 일부러 기르고 다닌다고 말도 못했죠.
갖가지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그런가 탈모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탈모의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하나, 탈모가 걸리면 스트레스를 더 받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이거 참 모순인 거 같네요.
군 복무 시절에는 긴 머리를 할 수가 없으니 형광등에 비치는 제 반짝 반짝한 두피가 다 드러나니 그나마 제 내면 속에 있던 0.1g의 자신감도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오죽하면 간부들이 저보고 머털도사 같다느니 놀릴 정도였죠. 저는 그 머털도사 같은 머리 때문에 스스로 목숨 끊을 생각까지 했는데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모인들이 그저 놀림거리 밖에 되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도 탈모인들이 무슨 죽을 죄를 지은 거 마냥 놀리고, 두발도 없으면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들을 보면 다 탈모빔을 놔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전역 후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긴 머리로 생활했었는데 한 번은 외근이 잦은 회사를 다니다보니 직격타로 날아오는 바람은 막지를 못해 제 휑한 머리를 상사에게 어쩌다 보이게 되었는데, 이거도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는데 OO이는 반드시 우산 써야겠네 없는 머리 더 벗겨질라"
"괜찮아 사람들은 머리가 원래 다 빠지게 돼있는데 OO이가 일찍 다 빠진 거라 생각해라"
"머리에 씨앗뿌리고 물줘야겠네 잘 자라게 깔깔.."
이거 듣고 전 정말 퇴근 후 그 날 밤 미친 듯이 울며 유서 쓰고 죽을까 생각을 수 백 번 했습니다.
갖은 컴플렉스 비하에 퇴사 후 다른 회사를 다닐 땐 차라리 뭐라도 가리고 다니자라는 마음으로 흑채를 뿌리고 다녔습니다.
무조건 내근직이라 제가 탈모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분들은 없었죠.
하지만 저 나름대로는 흑채가 떡지고 티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좋은 분들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시는 건지, 제 머리에 대한 언급을 일체 듣지 않고 그렇게 2년 가까이 생활해왔습니다.
하지만 흑채는 완벽히 씻겨지지 않고, 세면대 온 구석이 까맣게 물드는 점, 두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 머릿기름이 많이 흐르는 날에는 색은 검은데 그 부위에 빛이 반사되면 미친 듯이 반짝반짝하게 된다는 점, 흑채로 탈모를 커버하려면 거의 전체를 도포하다시피 발라야 되는 점 때문에 흑채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아, 참고로 탈모약은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섭취해왔습니다.
그렇게 이번에 또 회사를 퇴사한 이후 본격적으로 여러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탈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아직 약효가 확실한 의약품은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아 왔고, 가리기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1. 맞춤가발
2. 두피 문신
3. 모발 이식
두피 문신은 삭발을 해야 된다는 단점과 색이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패스
모발 이식은 흉터가 진다는 점과 모발 이식 후 바로 머리까고 외출하기 어렵고 비용이 비싸다는 점 때문에 패스
맞춤가발은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뚜껑(?)처럼 쓰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가발을 선택했습니다.
외출 시 항상 모자를 써왔던 터라 머리에 뭐 하나 얹는 게 저에겐 그리 주저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업체를 언급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업체들은 올드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는 큰 업체는 젊은 분들의 후기가 많더라구요. 헤어샵이 꽤나 유명한 편이라 가발도 잘 하겠거니 생각해서 해당 업체 대구달서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 상담할 땐 가발 무조건 맞춘다라는 생각만 들어서 덜컥 계약한 면도 없지 않지만, 친절한 상담에 바로 계약을 해버렸습니다.
전체 불파트가 바람 불 때 두피가 보이니 좀 더 자연스럽겠다 싶어서 전체 불파트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제작 기간이 엄청 오래 걸리더라구요. 똥줄 타는 줄 알았습니다.
계약 후 2달이 지나 피팅을 받는데, 저는 쓰고 벗기 좋고 두피 전체를 씻을 수 있는 단추식으로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막 쓰는 거보단 디자이너 분이 고정시켜주는 부위에 맞게 쓰는 게 자연스러울 거 같기도 했거든요.
암튼, 피팅할 때 어떤 스타일을 원하냐는 말에 좀 띵했습니다.
여태 헤어 스타일이라곤 그냥 자라는 대로, 미용실에서 해주는 대로 했기 때문에, 남자 머리 스타일이 뭐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나마 아는 펌 스타일이라곤 베이비 펌..
베이비 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가발은 너무 볶아 버리면 안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디자이너 분께 다 맡겼습니다.
그렇게 펌까지 완성된 머리를 착용했는데 음.. 역시 어색합니다. 여태 풍성한 머리를 해 본 기억이 어릴 때 말고는 없었거든요.
가발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많이 커팅해버리면 안 된다고 써보고 2주 뒤에 더 커트하는 걸로 했습니다.
음.. 쓰다보니 스타일이 살기는 하는데 역시.. 뭔가 더벅해보입니다.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럽긴 한데 너무 덥수룩하다라는 의견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오늘 2주 째 되어 본 머리 커트와 가발 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엔 기존 디자이너 분이 휴가가시는 바람에 다른 디자이너 분께서 해주셨는데, 좀 더 자연스럽게 잘 해주시네요.
이제서야 가발이 진정한 제 머리가 된 거 같습니다.
뭔가 후기라곤 했는데 얘기가 산으로 새어 버린 글 같다만.. 암튼 전 1000000% 만족합니다.
머리 하나 생겼는데 왜 이렇게 자신감이 뿜뿜할까요.
근데 가발 벗으면 중간 머리를 다 밀어버려서 에일리언(?) 같긴 합니다 ㅠㅠ
궁금한 거 있으시면 제가 착용해보고 경험해 본 선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https://daedamo.com/new/skin/board/miwit_forum/img/icon_loading.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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