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한국인에 맞는 수술법?

[건강칼럼]동서양 모발의 차이

대머리의사 김수균의 모발이야기 24
김수균 모발외과 원장 | 2008/02/27 12:35 |


모발이식시술은 초창기 오렌트리히 박사의 ‘공여부 우성’ 원칙 천명 이래 무려 반세기에 걸쳐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고 소멸되며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여부 우성, 즉 후두부의 모근을 전두부 및 두정부로 옮겨 놓으면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는 모발이식수술 분야만큼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그 이전 즉 1990년대 전의 상황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서양에서 모발이식이 발달하는 동안 다른 대륙에서는 왜 연구도 되지 않고, 모발이식술이 발달하지 않았을까?

사실 동양에서도 서양의 모발이식 방법을 적용해 온 분들이 있지만, 서양인들만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것은 서양인과 동양인이 두상이나 모발의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서양인은 위에서 봤을 때 두상이 길쭉하게 생겼고 동양인은 동그랗게 생겼다. 머리카락도 서양인은 금발에서 갈색까지 다양하며 머릿결이 부드럽고 숱이 많은 반면, 동양인은 머리카락이 검고 굵으며 억세다. 그렇기 때문에 피판술을 동양인에게 하면 앞부분의 털이 검게 나 있는데, 뒤쪽 탈모 부위는 두피 자체가 보이게 되므로 중세의 수도승처럼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두피축소술도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서 흉터가 많이 생기고 두상의 차이로 다른 합병증이 많이 따른다.

그리고 모발이식술도 서양에서 행해지는 펀치법은 말할 것도 없고 미니법, 마이크로법, 최근의 모속식모술까지 동양인에게 심게 되면 동양인의 머리카락의 억센 성질 때문에 일정한 방향의 자연스러움을 얻는데 힘이 든다.

비근한 예로 서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몽골리안에서 볼 수 있는 여성 음모의 빈모증 및 무모증의 경우 서양의 방식으로 하면 음모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결과가 좋지 않다. 하지만 동양에서 개발된 단일 및 모속식모술은 빈모증 등의 문제를 깨끗이 해결했다.

동양적인 방법으로 서양인에게 시술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또 앞으로 봐야겠지만 동양인에게는 서양의 방법이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게 된 셈이다. 결국 서양인의 모발 특성이 동양인과는 크게 다르다는 이유가 동양에서 모발이식이 늦게 발달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면 서양의 모발이식과 동양의 모발이식의 방법의 차이를 보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모근 분리작업에서 동서양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재주는 인정을 받은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근 분리작업에서의 정밀성은 뛰어나다.

모발이식의 기법도 서양은 두피를 칼로 찔러 두피와 모발을 구멍에 밀어 넣지만, 동양에서는 바늘처럼 생긴 식모기를 사용하여 모근을 이식하기 때문에 서양의 이식방법보다 상처가 적게 남는다.

그리고 모발이식의 디자인도 서양은 전두부에 밀도를 촘촘히 하여 많이 심은 후에 뒤로 넘기는 스타일을 많이 하는데, 동양에서는 옆 가르마를 많이 하므로 가르마 부위와 앞부분에 이식모를 재배치할 때 좀더 섬세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모발이식을 할 때 기존의 머리카락을 얼마만큼 잘 보존하면서 이식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칼로 두피를 찌르는 것과 바늘로 두피에 구멍을 뚫는 것은 주변의 모근손상에 많은 차이를 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바늘로 이식하는 것이 주변의 모근을 손상시키지 않고 이식한다고 봐야겠다. 탈모가 다 진행된 상태라면 별 차이가 없겠지만, 탈모가 진행중이라면 많은 차이를 낼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동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모발이식 기술을 자랑한 셈이 되고 말았다. 더 겸손하고 연구에 전념해야 할 텐데…, 이러다 스승님께 핀잔이나 듣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