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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般] 가발쓰고.. 소개팅을 갔다가 와서....

  • 23年前

  • 2,158
0
나이 서른 하나에 소개팅을 갔다가 왔습니다.
어렸을 때는 무척이나 많이했던 소개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을 발 밑으로 보고, ( 제가 뭐 그리 잘난게 있겠습니까만...)
하루에 소개팅 두탕, 세탕을 뛰며..
기디리며 커피 마시다 들어오는 상대편 보고 아니다 싶으면..
세상에 나 좋다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며..
휭하니 나가버리기까지 하던 철없던 그 때 이후..
한 6,7년 만에..
소개팅을 나갔습니다.

언제부턴가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탈모가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그래요.. 휑해졌습니다.
1,2년 전에는 프로페시아도 먹었드랬습니다.
한달 정도 먹어선 별 효과가 없다는 거 알지만..
귀찮다는 게으름과
아버지, 큰 아버지 모두 그런데.. 설마 이 강한 피내림이 설마.. 고쳐질까..
하는 마음에.. 한달만에 관두고 말았었습니다.

그러다 몇 달전에 가발을 마췄습니다.
참 많이 고민하고.. 참 많이 속상해다가..
가발을 맞추고 말았습니다.
자신 있는 척 사람들 만나 얘기하고, 농담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
아니 그보다 더,
머리 많은 사람들보다 더 활발하개 뛰어다니고 있지만..
실은..
예전보다 너무 많이 사라진 자심감에..
예전보다 너무 많이 움츠러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때마다..
씁쓰레..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스물 다섯 먹고도 담배 살때 주민증을 보자하던 학교앞 가게 아주머니 얘기가 떠올라..
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대는, 누구보다 더 크고 환하게 웃어대던 평상시 웃음보다..
더 크게..
실은..
속은 아무도 모르게 타고 있었습니다 까맣게..

가발.. 그래요.. 실은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랫만에 소개팅을 나갈 만큼의 용기를 주었던 녀석입니다. 감사합니다.
소개팅 하는 내내..
잊을만하면 한번씩 불안했었습니다.
이쁘고 능력도 좋다고.. 난리치면서.. 꼭 만나보라던 후배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여전히 제 주제도 모르고..
별로 맘에 썩 차지 않던 그녀였는데도...
후후.. 내내 불안했었습니다.

앞에 있던 그녀의 시선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 눈과의 맞춤을 잠시라도 비껴나가 그 위로 잠시라도 향하게 되면..
난 서둘러 하던 얘기를 마무리 하고..
화장실을.. 찾아야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그리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머리 매무새를 다시 만지며..
아무리 가려도 내 눈에는 확연히 티가 나는 머리 모양새가 속상해서..
그때마다 피우던 담배가 참 많이 씁쓸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사람을 만나서 무엇을 하는지..
본 모습도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이 든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거울 건너편에 서 있는 또 다른 내 모습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실은,
보름전부터 다시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로 치료를 하며
엘시스틴으로 영양을 공급해 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술도 마시지 않고.. 음식까지도 골라가며..
애쓰고 있었습니다.
보름만에..
앞머리 주위에 잔머리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소개팅에 가발을 쓰고 나갔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당연히.. 라는 믿음으로 바뀌면서..
아예.. 탈모와 관계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는 없겠지만.
지금 하는 치료를 계속하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될 수 있을 듯 싶다는 자신이 들어서.
가발쓰고.. 몇 달 만나다가..
몇달 뒤까지 치료를 계속하여 상태가 호전되면...
요새 들어 머리가 좀 빠진다.. 라는 고민.. 얼핏 몇번 해주다가..
머리 자르고.. 속상하다며.. 요새 머리가 좀 빠져서.. 라고 멋적게 웃어주면..되지 않을까..
몇 달 뒤에.. 머리가 좀 더 나와 줄테니..
라고 믿고 가발을 쓰고 그녀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어쩌면 그녀..
실은 눈치챘을지 모릅니다.
밥먹고.. 술마시고.. 일미터도 안되는 그 가까운 거리에서..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며.. 네 다섯시간을 앉았었는데..
실은 그녀 눈치를 챘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얘기.. 웃어주고..
그러면서도..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으며.. 열 한시 넘게.. 버텨 주었으니..
내 맘에 들진 않았던 그녀 였지만..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라도 나갈 수 있는 용기.. 갖게 해주었던..
가발에게도.. 고맙습니다.

고마움으로 가득찬 밤입니다.
하지만.. 근데 무슨 이유일까요..
그 큰 고마움들 보다..
더 크게.. 아니..
그 고마움들과는 비교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크고 깊고 심하게..
씁쓸하고.. 또.. 속상합니다.

내가 원했던 일도 아니고..
내 잘 못도 아닌데...
무엇이라도.. 노력해서 된다면..
늘.. 그렇게 살아 왔으니.. 공부도.. 일도.. 모두.. 원하는 것 얻을 만큼.. 열심히 뛰어 왔으니...
그럴 수 있을텐데...
무엇이든 할 수 있을텐데..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씁쓸하기만 합니다.
속상하기만 합니다.

소개팅 다녀와서..
기분 좋아야 하는데도...
속상하기만 합니다.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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