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원형탈모
[원형탈모] Re..그냥 몇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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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몇자 적어 봅니다... - limch ┼
안녕하세요! 저는 27세 여성입니다. 여기와 글을 읽다보니 그냥 조금 울적해져 몇자 적어 봅니다.
저는 98년 12월에 탈모가 시작해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 만3년이 넘었습니다.저역시 원형탈모로 시작해 머리는 대부분이 빠지고 눈썹과 속눈썹도 빠진 상태입니다.
그당시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교제중인 남자친구도 있었습니다.그 남자친구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머리가 심각하게 빠지고(머리가 빠지기 시작한지 4개월만에 거의 다 빠지더군요) 가발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는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머리가 빠지기 전 저는 자신감 하나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많이 우울해하고, 그를 많이 힘들게해서인지 아님 저의 흉한 모습 때문인지 그는 저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약 1년을 만나온 그였지만(다른분들은 짧다고 느끼실지 모르지만, 제겐 가장 오랜 시간을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냉정하게 떠나가더군요.
저는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빠졌고 머리가 빠진다는 이유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상처는 그와의 이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몸을 추스리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기를 몇차례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점점 자신감을 잃고,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고, 모든것이 힘들었습니다.
즐겁게 살아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씩 넘 우울해져 울기도 많이 울고 죄없는 엄마,아빠만 괴롭히면서..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더 눈물 짓곤 합니다.
한때는 모든것을 원망했습니다. 회사가 원망스럽고, 남자친구가 원망스럽고, 부모님, 세상 모두가 싫고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것이 제탓인것 같습니다. 너무 소심해서 남보다 더 쉽게 상처받고 힘들어한 저때문이겠지요.
전 남들보다 노력도 별로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료를 받는다는것,내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것 모두가 싫었습니다. 그냥 모든게 싫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맘 편히 갖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겠지.. 스트레스 안받구, 잘먹구,잘쉬구 하면 나아지겠지 하고요..
요즘 날씨 너무 좋죠? 꽃도 피고, 봄바람도 살랑살랑... 정말 밖에서 저를 너무 유혹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또 결혼의 계절이 돌아 오니 더욱 맘이 싱숭생숭합니다. 그와 헤어진이후로 전 남자를 멀리 하고 있습니다. 자신감도 없고 남자들이 두렵습니다. 올 가을이면 그도 결혼을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언제쯤 머리가 나구, 저의 피앙새를 만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