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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샴푸&토닉] [대머리 일기]

  • 27년 전

  • 1,517
0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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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 아줌마와 절친한 친구 한 녀석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던
<br />
내 탈모 증상을 드디어 제3자가 인식해버릴 만큼 내 정수리는 훤해져버렸다.
<br />
자세히만 보지 않으면 그나마의 머리칼들로 커버 플레이가 가능했던
<br />
내 머리에게 이제 더이상의 기대는 부질없는 욕심일 듯싶다.
<br />
난 가족에게조차 내 탈모에 대해 무척이나 조심했었다. 탈모에 대한
<br />
자각증상을 느꼈던 언제부터 난 대머리란 단어가 들어있는 책이란 책은
<br />
다 뒤지고 인터넷이며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다 찾아헤맸지만
<br />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걸 알고 오래 전부터 자포자기해버렸고 그나마의
<br />
머리칼들이 오래 견뎌주길, 부디 결혼할 때까지만이라도 견뎌주길
<br />
그런 기도를 했었다. 그런 내게 가족 중의 누구 하나가 내 머리가 왜 그렇냐고
<br />
갑작스레 물어본다면 난 그만 두 부모님이 물려주신 그 잘난 대머리 유전자
<br />
때문입니다,(참고로 부계 모계 모두 지독한 대머리 족보를 가지고 있다)
<br />
하고 볼멘소리를 뱉어놓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br />
가족에게조차 조심했던 것이다.
<br />
그런데 어느날 도서관에서 돌아와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다 드디어
<br />
제3자에게 그러니까 우리 엄마에게 내 머리를 들키고 말았던 것이다.
<br />
엄마는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해 하며
<br />
"니 짱백이(정수리)가 와 그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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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써 무덤덤하고 태연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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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대머리 될라 카는 모양이지"
<br />
엄마는 내 정수리를 현미경으로 관찰이라도 하듯 세세히 뜯어보며
<br />
"젊은 아가(참고로 내 나이 25) 대머리라이... 하이고 요상태이..."
<br />
난 나도 모르게 괜히 울컥여지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수박이며 포도를
<br />
꾸역꾸역 삼켰다.
<br />
"니 언제부터 이캤노? 머리가 이래 빠지면서 암 말도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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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니 말 없는 건 못 말리겠대이..."
<br />
"머리 빠지는 게 누구한테 말한다고 빠지는 머리가 다시 나나?"
<br />
"그래도 안 빠지게 약이라도 써봐야 될 거 아이가!"
<br />
난 되도록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면 내가 아는 선에서의 불가항력적인
<br />
대머리에 대해 엄마에게 설명했지만 엄마는 무슨 시답잖은 말이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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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었다. 그리고 내일 당장 약 사올 테니까 바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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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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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빠지는 언젠가부터 무척이나 반가웠던 비가 내렸다. 빠지는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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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으로 가리고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비오는 날보다 반가운 날은 없다.
<br />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혼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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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들고 나왔다. 어제 사오겠다는 그 약이란 건가 싶었다.
<br />
엄마가 사온 건 중외제약의 볼두민이라는 스프레이식의 약이었다.
<br />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그 약을 펼쳐보이며 언뜻 당신이 직접 만들어내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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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듯이 약에 대해 설명했고 머리숱이 많이 빠져 당신도 언젠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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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려서 머리가 많이 났다고 열변을 토해놓고는 손수 내 정수리에 시범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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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뿌리시기까지 하셨다. 엄마는 싫다는 내 의견쯤은 간단히 무시해버리고
<br />
빠지는 내 머리칼에 대한 걱정만큼 많은 약을 뿌려 그만 뿌려진 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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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맺혀 순식간에 내 양미간을 가로 질러 내 입술에까지 도착했다.
<br />
참 씁쓸한 맛이었던 것도 같다고 느꼈을 무렵 엄마는 약을 뿌리고 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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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문질러 줘야 한다면서 엄마식 표현대로 내 짱백이를 열심히 문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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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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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울컥하는 느낌과 더불어 서글퍼졌다. 몹시도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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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눈물이라도 툭 떨구어내고 말 것 같은 그 순간 '됐다, 그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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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엄마의 팔을 내 팔로 걷어내버렸다.
<br />
"그카머 니 머리 빠지도록 계속 이래 놔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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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만 울먹이는 목멘소리가 나올 것 같아 아무 말도 않고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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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들어갔고 엄마는 거실에서 '약 들고 들어가라'고 악을 쓰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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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으로 들어와 약을 뿌린 탓인지 가려운 정수리를 가볍게 긁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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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몇 가닥의 머리칼이 스르르 손가락 사이에 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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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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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암만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발기부전이라든가 탈모 같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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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를 몹시도 울적하게 만든다,는 내가 머리 빠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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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하루키의 수필 한 대목이 사무치도록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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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한다. 잠이 유일한 위안이고 도피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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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25의 난 언뜻 씁쓸하기도 했던 볼드민의 맛과 함께 대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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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내고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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