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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법 찾기 “끝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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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모 치료에 한해 15억 달러 지출
의사들은 지난 수 십년동안 탈모 증상을 되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해 왔다.
이를 통해 실험실 내에서 세포를 배양한 뒤 번쩍이는(polished) 두피 부위에 옮겨 심는 방법 등이 개발되어 나올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탈모로 고민하던 수많은 남성과 여성들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그렇지만 탈모 치료제 시장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 심지어 모발전문가들(hairtechnologists)조차 탈모 치료법을 찾는 노력에 그리 많은 힘을 쏟지 않았던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미국에서만 약 3,5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모발 이식수술 등을 받기 위해 매년 약 15억 달러(26억 호주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호주의 경우 전체 성인남성들의 45%와 성인여성들의 19% 가량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탈모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탈모증은 기업체의 중역회의실이나 가정 내의 침실, 연구실 등에서 항상 핫 이슈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멜버른에서 활동 중인 피부과 전문의 로드니 싱클레어 박사는 “탈모증이 지난 1,000년 이상 일상생활에서 대화의 주제로 거론되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히포크라테스는 고대 페르시아 왕국의 환관(宦官)들이 거세(去勢)를 통해 탈모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이 탈모 치료법으로 권장되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두피 부위의 모발이 빠져나가는 것을 두고 오랫동안 남성다움의 징표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반면 일부 남성들은 위축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면도기로 완전히 밀어내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오늘날 패션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탈모증이 눈에 띄기 시작한 이들은 이성(異性)으로부터 매력을 상실하기 마련인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민머리 남성들을 사려깊어 보이지 않는다며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풍성한 머리카락에 대한 염원은 젊음을 유지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연출하고 싶어하는 욕구와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많다. 많은 남성들이 매력적인 머릿결을 유지하고자 힘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모발이식술, 지난 50년간 별다른 진전 없어
관련업체들은 그 같은 남성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음은 물론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가발회사인 아데랑스社(Aderans)의 경우 모낭 재생연구(follicular neogenesis)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미국 최대의 모발이식 전문기업 보슬리 인터내셔널社(Bosley)와 손잡고 세계 최대의 모발재생 전문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모발 이식수술법은 지난 50여년 동안 별달리 새롭게 진전된 내용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두부(頭部)의 뒷면이나 옆면에서 모발을 떼어낸 뒤 앞면에 옮겨심는 방식이 고수되고 있는 것.
다만 오늘날 의사들은 한번에 떼어내는 모발의 가닥 수를 최소화하면서도 보다 풍성하고 내추럴한 룩을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수준에까지 기술을 진보시키기는 했다. 하지만 수술기술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모발 이식수술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는 이식할 모발의 품질이다. 게다가 또 한가지 걸림돌은 모발이식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경우 대체로 두부의 뒷면과 옆면에서 떼어낼 모발이 그리 풍부하지 못한 편이라는 점에 있다.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이 따로 놀기 일쑤인 것이다.
모발세포 재생가능성 입증
보슬리 인터내셔널社에서 모발이식 연구실을 총괄하고 있는 켄 와세니크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두피 부위에서 모발을 떼어내는 방법 대신에 단 한가닥의 모발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실험실 내에서 복제해 내는 연구에 몰두했다.
와세니크 박사는 이 한가닥의 모발세포, 즉 진피유두(眞皮乳頭) 세포를 마침내 모낭재생 과정을 통해 성숙된 모낭으로 발달시키는 작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증식시킨 뒤 진피유두 세포를 떼어냈던 이들의 두피 부위에 재이식 수술하는 방식도 성공을 거두었다.
열정으로 가득찬 학자로 손꼽히는 와세니크 박사는 스스로도 이 방법을 통해 갈수록 뒤쪽으로 물러나던 자신의 헤어라인을 감쪽같이 가릴 수 있었다. 그는 또 그의 두부에서 모낭을 떼어낸 뒤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이를 실험용 쥐들에게 이식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이식된 모낭은 실험용 쥐들의 몸 어느 곳에 돋아난 체모와도 똑같은 것이었다.
지난 1990년 영국 더햄대학의 콜린 자호다 박사팀이 최초로 모발세포의 재생 촉진가능성을 입증한 이래 실로 14년만에 와세니크 박사는 실제 임상실험을 통해 그 같은 가설을 입증해 낸 셈이었다.
그 후로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앞다퉈 진피유두 세포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찾는데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같은 연구사례들이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의 일부 연구자들은 모발이 성장하도록 명령을 전달하는 유전적 신호전달 기전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진피유두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마법의 물질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버킹검대학 생화학부의 테렌스 킬리 부학장은 “모든 학자들이 자호다 박사팀에 의해 비롯된 연구를 진전시키고자 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공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호다 박사팀의 기술은 또 일각에서 안전성에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킬리 부학장은 “실험실 내에서 성장을 촉진시킬 경우 ‘성장인자’(growth factors)라는 매개체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로부터 추출된 것이므로 위험유발 가능성을 동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도 더햄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자호다 박사 자신도 그의 연구가 실제로 결실을 맺을 수 있기까지는 아직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같은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밑거름을 뿌리기 위해 자호다 박사는 세포분화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단계의 기초연구로 돌아가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그는 또 자신의 모든 연구를 이 한가지 아이템에 모두 할애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론상으로는 진피유두 세포를 배양하고, 증식시켜 사람의 두피 부위에 이식할 수 있고, 주위의 세포들을 새로운 모낭과 조직적으로 일치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연구에 소요될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입니다.”
미녹시딜 사용자의 75%가 부분적 효과
한편 킬리 부학장은 ‘미녹시딜’과 같은 부류의 새로운 발모제가 추가적으로 개발되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최근 피부와 모발 관련제품들의 개발에 주력하는 캠브리지 바이오테크니컬社(Cambridge Biotechnical)를 설립하고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호주에서 ‘로게인’(Rogaine)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고 있는 미녹시딜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미녹시딜은 호주에서 발매 직후부터 탈모증에 효과적인 최초의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수준의 효과는 10명당 1명 꼴의 낮은 비율로 나타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킬리 박사는 “미녹시딜도 따지고 보면 우연히 개발되어 나온 약물”이라며 “보다 합리적인 약물설계를 통해 효능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나슈대학 의대 부교수로 있으면서 멜버른대학 의대에서 피부학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한 로드니 싱클레어 박사는 “미녹시딜 사용자들 가운데 놀라운(fantastic)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는 이들이 1%라는 의미이며, 전체 사용자들의 75% 가량이 일부나마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탈모증의 유전적 특성이 연구됨에 따라 장차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이 가능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탈모 증상이 눈에 띄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최선의 대안은 역시 모발 이식술이라 할 수 있겠다.
보슬리 인터내셔널社의 와세니크 박사는 앞으로 2년 이내에 배양된 모발세포 연구가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증식시킨 세포들 중 80% 정도가 실험용 쥐들에게 이식한 뒤 체모가 돋아나기 시작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물론 와세니크 박사도 “비록 이 연구가 성공하더라도 FDA의 허가를 취득한 후 실제로 미국시장에 발매될 수 있기까지는 최소한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시술비용 또한 10,000달러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므로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인정했다.
호주의 경우 멜버른대학 생리학부에서 탈모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싱클레어 박사는 “모발이 매우 복잡한 기관(organ)이어서 모낭의 비밀을 벗겨내는 일은 학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모발의 재성장과 관련된 핵심적인 내용이 발견될 경우 우리는 생물학 전반에 걸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질적인 성과의 도출 유무와 무관하게 탈모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는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대다모 최주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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