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발모제와 헤어케어 제품 등을 개발․생산하고 발매 중인 화장품 메이커와 의학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할 것으로 사료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지난달 미국의 한 과학전문지를 통해 공개됐다. 모발(毛髮, head hair)과 체모(體毛, fur)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바로 그것. 다음은 보도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포유류는 전신을 뒤덮는 체모를 지니고 있지만, 사람의 경우 진화과정에서 언제부터인가 그처럼 온몸을 덮고 있던 체모를 잃어버렸다.

이와 관련, 미국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 의대의 아서 H. 뉴펠드 교수팀(안과학)은 ‘진화인류학’誌(Evolutionary Anthropology)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체모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어느 정도 일정한 길이에 도달하면 성장을 멈추는데 반해 모발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구팀은 ‘진화인류학’誌에 발표했던 논문에서 그 같은 차이를 설명하는 단적인 표현으로 “침팬지가 이발소에 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뉴펠드 교수는 “동료학자로 해부학과 인류학을 강의하고 있는 글렌 C. 콘로이 교수 등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던 중 그가 인류학자들 가운데 누구도 모발과 체모의 차이에 대해 연구한 이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은 뒤 처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콘로이 박사의 얘기를 경청한 뒤 한 동안 얘기를 나눈 끝에 왜 사람의 모발은 계속 성장하는 것일까? 모발과 체모의 차이는 진화과정 중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등의 의문을 갖게 되었다는 것.

뉴펠드 교수는 “현미경을 통해 살펴보면 사람의 다리 부위에서 떼어낸 체모의 모낭과 두부(頭部)에서 떼어낸 모발의 모낭은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똑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발이식 전문가들은 모발(또는 체모)이 어디에서 자라고 있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그것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했다고 뉴펠드 교수는 덧붙였다. 모발이식 수술을 할 때 두부 이외의 부위에서 모발을 떼어내 이식할 경우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모발을 신체의 다른 부위에 이식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것.

뉴펠드 교수는 “가령 두부에서 떼어낸 모발을 다리 부위에 이식하면 두부에 이식했을 때만큼 자라나지 못하지만, 일반적인 다리털보다는 많이 자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모발과 체모가 모두 일정한 주기를 갖고 성장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예로 모낭은 성장기 동안 한가닥의 모발을 생성시킨 뒤 성장속도가 둔화되면서 휴지기에 들어가는 식이라는 것. 그 후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면 모낭은 다시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가닥의 모발을 성장시키게 된다. 전문가들은 또 다리 부위에서 자라는 체모의 경우 보통 19~26주 동안 자란 뒤 빠지고, 모발은 2~6년까지 성장을 지속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뉴펠드 교수와 콘로이 박사는 이에 “모낭 자체는 동일하지만, 두부에 위치한 모낭의 성장주기는 다른 부위에 있는 경우와 다르다”는 가설을 세웠다.

콘로이 교수는 “인류학자들의 경우 왜 사람은 온몸을 뒤덮는 털이 없을까를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뉴펠드 교수와 같은 진전은 일궈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람의 모발에는 미세하나마 케라틴(keratin)의 농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섬유질 단백질의 일종인 케라틴은 모발, 손톱, 코뿔소의 뿔 등을 형성시키는 물질.

전문가들은 사람의 모발에서 나타나는 케라틴의 농도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와 가장 가까운 種으로 알려진 침팬지와 고릴라의 체모에서 발견되는 케라틴의 농도와 차이를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같은 차이는 의사유전자(擬似遺傳子, pseudogene)로 불리우는 사람의 DNA에서 비롯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의사유전자라는 표현은 침팬지와 고릴라 등에게서 케라틴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와 DNA 배열이 동일한 유전자를 사람들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 인간세포들의 경우 이를 케라틴을 만드는데 사용하지 않는 까닭에 붙여진 명칭.

뉴펠드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하나의 실마리를 제시했다기 보다 사람의 모발과 영장류의 체모가 나타내는 차이를 분자생물학적인 관점과 생화학 구조적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초를 제공했다는데 의의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의 모발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種에 속하는 동물들의 체모와 전혀 다르게 진화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일이 향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자신이 20대 초반부터 민머리에 가까운 대머리로 살아 온 뉴펠드 교수는 “숱이 많은 머리카락으로 무성한 콘로이 교수와 나 자신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설명해 내기 위해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는 말로 결론을 대신했다.†
 
 

                                              대다모 최주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