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내 유수의 대학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의사입니다. 저는 2000년 9월 경에 강남에서 1차 수술을 받았고 2002년 11월에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첫 수술은 최식 식모기를 개발한 최박사님이 근무하는 강남의 D 병원에서 수표로 500만원을 주고 수술을 받았는데 그 때 심은 머리카락수가 1100개 가량이었습니다. 주로 뒷머리에 심었습니다. 한 8-9개월이 지나면서 휑하던 뒷부분을 어느 정도 머리로 가릴 정도가 되었지만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2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여기 싸이트에도 자주 등장하는 비교적 저렴한 강남의 T 병원에서 1차의 절반도 못되는 값에 카드로 결제하고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약 2400개를 심었는데 역시 주로 뒷머리와 앞부분에 약간을 심었습니다. 각 의원의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될 수 없고 또한 이야기할 만한 주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많이 심을 수록 당연히 수술부위가 크고 통증도 심했고 얼굴이 붓는 일도 더 심했다는 것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기 싸이트를 제법 열심히 드나 들면서 머리 숱이 적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동병상련이랄까 혹은 위로를 많이 받습니다만 모발이식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혹은 오해하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비교적 의료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두 번의 경험을 토대로 몇가지 적어 볼까 합니다. 저는 브로커도 아니고 프락치도 아니며 다만 머리가 없음을 가슴아파하며 같이 위로를 얻으려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조금이라도 위로와 정보를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대머리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고 따라서 예방이 중요합니다. 너무 평범한 이야기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평범한 진리를 쉽게 잊어버리는 우를 범합니다. 저도 학생때부터 머리 숱이 적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군대 훈련을 받을 때는 대머리 총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머리에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4-5년을 지내다가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이 좀 심각해졌다고 생각해서 거울로 뒷머리를 쳐다보는 순간 경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만 더 빨리 예방과 진행방지에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풍성한 머리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쓰립니다. 하긴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공인된 프로페시아나 미녹시딜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예방했을까 생각도 들긴 하는 군요. 이미 진행된 본인뿐 아니라 자기의 동생이나 아들이나 형이나 탈모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 말씀드린 프로페시아나 프로스카를 먹고 또 미녹시딜을 바르게 하십시오. 현재까지 공인된 유일, 유이한 약이니까요. (공인된 약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행복한 뉴스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프로스카가 공인되기 전에 임상 실험을 할 때 소문을 듣고 먹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3년 이상을 먹고 있는데 빠진 머리의 재생은 잘 모르겠으나 탈모의 진행은 확실히 막아주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5mg의 프로스카를 4등분해서 나누어서 먹고 있는데 평생 먹을 예정입니다. 미녹시딜은 사용해 보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한 번쯤은 사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탈모의 치료는 정말로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프로페시아를 먹고 한 두달에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은 지금부터 마음속에서 지워버리십시오. 제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저도 머리카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여러 책을 보면서 제법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머리카락의 일생에 관한 것입니다. 아주 쉽게 이야기해서 모발의 수명은 3-6년 정도이고 그 대부분은 성장기에 있고 약 2-3주의 퇴축기, 그리고 3-4개월정도의 휴지기로 이루어진다는 정도는 알고 계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중 탈모 상태는 머리카락의 모근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고 가늘어 지면서 빠지는 휴지기가 길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따라서 탈모를 방지하는 약들은 두피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호르몬(DTH, 일종의 남성 호르몬)으로 휴지기를 줄이고 성장기를 강화시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이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한번의 휴지기가 끝나는 정도, 그러니까 최소한 3-4개월이상의 시간이 경과해야 효과가 시작되는 정도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일년이상 약을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하루가 힘든 탈모인에게 일년은 얼마나 긴 시간입니까.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워낙 모발이 그런 걸요. 모발이식수술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늘로 촘촘하게 머리가 심겨진 두피는 그 충격으로 갑자기 성장기에서 휴지기로 이행된다고 생각되어 그 곳에 심겨진 모발이 다 빠져 버리고 맙니다. 심지어는 그 근처의 정상 모발까지 다 같이 빠져 버리고 마니 그걸 동반 탈락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휴지기가 끝나고 다시 성장기가 되고 그리고 머리카락은 한달에 1cm밖에 자라지 않으니 결국 수술후에 오히려 탈모가 더 진행되어 버리고 수술만 하면 방금이라도 효과를 본다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술을 받았으면 최소한 6개월은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따라서 그 전에는 소식도 올리지 말고 다른 사람도 그런 안타깝지만 조급한 사정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모발의 구조와 일생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모발이식 수술은 참 비싸고 힘든 수술이고 또 긴 인내가 필요한 수술이라는 점입니다.
수 백만원하는 비용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병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거의 천만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으니까요. 가격은 많이 떨어져야 되고 의원끼리 많은 경쟁이 되면 가격은 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아주 힘든 수술이라는 점입니다. 뒷머리에서 두피를 잘라서 다른 탈모부위에 심어주는 과정에서 모근을 분리하는 기술자가 필요하고 그 모근을 심어주는 의사가 필요하고 따라서 최소한 7-8명정도의 인원이 꼬박 붙어서 4-5시간을 시술하는 힘든 수술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힘이 들지요. 뒷부분에 두피에 마취할 때 수십 바늘의 마취주사를 맞고 양 눈의 피부에 다시 마취를 하고 수술이 끝나면 마취가 풀리면서 아프고 쑤시고 욱신거립니다. 며칠동안 눈부위가 퉁퉁부어서 내가 내 얼굴을 보아도 이게 내 얼굴이 맞나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식모부위에 신경쓰느라 잠자리에서도 신경이 쓰이고 또 3-4주가 되면 식모된 머리카락이 다 빠져 버리고 오히려 주위 정상 머리카락도 같이 빠져 나가서 더 머리가 빠져 버리고 자세히 보면 바늘로 찔린 부분이 표시가 나는 것 같아 신경도 쓰이구요. 그런 힘든 과정을 잘 해도 6개월은 그냥 죽은 듯이 기다리라고 하니 심하게 말해서 모발이식 수술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 결과는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술후 4-5개월이 지나면서 식모된 부분에 까칠까칠한 새 머리가 자라나는 걸 손으로 살살 만질 때의 그 황홀함이란. 그리고 8-9개월이 흐르면서 어느 새 주위에서 한마디씩 들려오는 놀라움의 소리를 듣는 즐거움이란. 좀 오버한다면, 이 수술은 한 아이를 낳는 산고의 고통으로 비유해도 되겠습니다. (따라서 산통이 좀 온다고 고함치고, 그 고함을 여과없이 주위사람에게 알리지 마시고 일단 아이를 낳을 때 까지는 참고 견뎌야 할 줄 압니다.-수술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제발 게시판에 너무 결정적인 말을 올리지 말아 주세요. 저는 게시판을 볼 때 4-5개월이전에 올린 사람의 글은 읽지도 않습니다.)
넷째,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이나 모발이식 수술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 번 빠진 두발은 젊을 때의 그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그저 눈에 좀 더 흉하지 않게, 좀 덜하게 만들어 주는 게 성형이고 우리의 목표도 그 정도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치료법이든 젊을 때의 그 모습대로 완벽히 재생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면 이 시간부터 그런 생각은 접으십시오. 만약 그런 생각을 끝까지 가지고 계신다면 그건 본인을 위해 아주 불행한 일입니다. 절대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중풍든 환자가 목숨을 건지고 그저 걸을 수 있고 대소변 혼자 가릴 수 있으면 절대 만족이듯이, 화상을 입은 환자가 여러 번의 수술을 통해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만족하듯이 그렇게 만족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다섯째, 제 개인적으로 이 게시판에 수술후 오랜 시간이 경과된 사람의 좋은 결과를 많이 듣고 싶습니다. 인간은 간사해서 자기에게 절실할 때만 간절해지고 그 상태가 지나면 무관심해 버립니다. 말하자면, 수술이 잘 된 다음부터는 이 싸이트에 대해 관심이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싸이트에는 수술이 잘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 화풀이하는 정도의 장소로 전락되기가 딱 좋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수술을 한 다음에 만족을 본 사람이 하나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침묵하는 대다수의 회원들이 자기 시간을 좀 내서 자기의 좋은 경험을 적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머리털 때문에 같이 고민하는 동료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서 없이 글을 올렸습니다. 몇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제 뜻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여기서 배운 말중에서 항상 기분좋으면서 재미있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득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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