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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 글 임돠 -대구짱돌

  • 17년 전

  • 2,675
8
작년 11월의 어느 날, 모종의 수술을 받기로 결심을 했다.
결심을 하기까지는 길었지만, 이제 바로 병원과 수술 내용을 알아 보았다.


내가 머리를 한 7년을 밀고 다녔지.
머리가 빠진걸 보이기 싫어서 기른적이 없었어.
왜 밀었냐고 하면 그냥요. 라고 대답하면서.

진단을 해야 한다고 하니 며칠 기르고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의사는 보자마자 남성형 탈모가 굉장히 많이 진행됐다고 선언하고는
에이 그럴리가요. 저는 숱이 좀 적을 뿐인데.
하고 애매한 미소를 짓는 나에게 사진을 찍어 보여줬다.


우선 바로 정면.




숱이 좀 적을 뿐이기는... 씨바.

다음은 정면 위.




이건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물체네.


일단 헤어라인... 자체가 없네.
앞부분 털이 흐트러져 있는 게 굉장히 보기 싫군.
저 흐트러진 걸 족집게로 뽑아서 헤어라인을 억지로 만들면
헤어라인이 정수리까지 올라가겠지.




최근들어 조금 빠질 뿐이라니




개수작하고있었네.

왼쪽 관자놀이도 오백원짜리 두개만큼 사라져있고
옆이건 앞이건 총체적으로 무지하게 엉성하구먼.
스트레스성 일시적 원형탈모일뿐이라니, 어디서 개수작이야.




아예 태양권을 쏴라 이자식아.

이거 절대적으로 암담하네.
환자로서도 암담하지만, 의사로서도 이거 답이 안나오네.
머리 껍데기를 통째로 벗겨서, 앞과 뒤를 바꿔 꿰매붙여야 되는 수준이야.




이게 바로 얼마 전인데.

내가 의사라면 이런새끼 오면 그냥 내쫓았을꺼 같애.
대체 이러고 와서 나한테 뭘 바라는 거냐고 말이지.

내 머리를 이렇게 위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난 남이 나를 이렇게 바라볼 때 무척 기분이 나빴었는데
보는 사람도 참 기분 드러웠겠어.

그럼 난 이제 어떡하지?



옛날의 좋은 이야기.

선생이 나한테 진정하라면서 수술 내용을 들려준다.
옛날에, 모발 이식 기술이 덜 발전했을때는 이런 방법을 썼대.



이렇게 뒤통수에서 털달린 피부를 삼겹살처럼 떠내.
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털달린 피부가 필요하잖아.


저 털달린 피부를 모낭이라고 한다.
모낭은 털이 들어가 있는 구멍이고
모발은 털 한 올 한 올을 말한다고 생각하면 돼.

한 모낭에는 털이 두세가닥 들어있거든.
800모낭이다, 그러면 2000모 정도가 나오지.


이다음에 이식을 하기 위해, 저렇게 떠낸 털달린 피부를



싹싹싹 잘게 저며서



한 모낭 단위로 분리해.

이렇게 채취한 모낭을 식모기라는 기구를 써서
앞머리에 한 올 한 올씩 심는거야.

아무리 대머리라도 뒤통수는 안빠지잖아.
앞머리에 옮겨도, 뒤통수의 머리는 그 성질이 그대로라서
이제 앞머리는 빠지지 않게 되는거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뒤통수 빵꾸는



걍 땡겨서 꿰매 붙인다.

뒤통수 흉터는 살짝 남지만 머리 기르면 거의 보이지 않아.
수술 열흘 뒤에 찾아가서 봉합부위 실 빼면 끝이야.

자 완벽하다. 뒤통수도 멀쩡하고 앞통수도 잘 심겼다.
저 수술 방법밖에 없었을 때는 여기까지만 듣고 수술을 받았다.



옛날의 나쁜 이야기.

모발 이식에 가장 중요한것은 생착률.
예를들어 한 논에 심겨진 모를 몽땅 뽑아다가,
몇 시간 뒤에 다른 논에 심는다면, 그게 다 자랄까?

뒤통수에 멀쩡히 심겨진 걸 저렇게 살가죽을 다 떼어 내서,
그걸 또 칼로 한올 한올씩 다 저며놓는 동안, 모근이 멀쩡할까?
그 놈을 몇시간 뒤에 다시 심으면 제대로 심겨질까?
이게 그렇지가 않거든. 10%는 죽는다고 봐야 되거든.

또, 800모낭을 어디 딴데서 얻어다가 앞에 심는 거 아니잖아.
우리의 금쪽같은 뒤통수에서 뽑아다가 앞에 심는 거잖아.
일단 뒤는 뒤대로 빵꾸가 나버리고
앞에 심어 놓은 것도 10%는 죽어버려.

모발 이식 수술을 할때는 정상인의 밀도를 바라면 안돼.
지금 현재의 밀도보다도 떨어져.


저 털가죽 사이즈가 보통 세로 0.8mm, 가로 18센치정도라고 말은 해.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뒤에서 존나 많이 떠내길 원하잖아.
보통 그정도 잘라내서는 엔간한 대머리가 해결이 잘 안돼.
수술 사진들 보면 진짜 푹푹 잘라낸 사진도 많더라고.

0.8mm, 18센치정도로 아주 가늘게 떠내더라도
일단 저렇게 떠낸 다음에 꿰매 당겨 붙이면
며칠동안은 뒷골이 땡기고 고개를 못돌린다. 크게 떠낼수록 더하지.
또 말은 흉터가 거의 안보인다 그러지만
안그렇습니다. 일단 스포츠머리는 불가능합니다.


자, 이렇게 수술 한번 했다고 다 된 거 아니다.
탈모는 불가역적이다. 계속 계속 빠지기만 해.

여기 빠졌으니까 더 심어주세요.
여기 빠졌으니까 좀더 심어주세요.
두어 번만 잘라내면 수술 더 못해. 뒤통수 땡겨서.


그리고 방심할 수 없는 건, 저 식모기라는 도구가 아주 물건이거든.
그거 제대로 다루려면 여러 환자 머리통 망쳐봐야 돼.
잘못 심으면 애써 심은 털이 그냥 날라가.

근데, 모발 이식을 하면 그 심은 머리가 그대로 자라는 게 아니야.
심었으면 그 머리는 한달쯤 있다가 그냥 빠진다.

심었다가 빠진 머리의 모근만 남아서 그 자리에 슬슬 터를 잡아.
터가 잡히면 두달쯤 뒤에 다시 새 머리가 나는 거다.
터가 잡히면. 제대로 심어서 터가 잡혔으면.

그러니까 터가 잡혀서 다시 자라기 위해 빠진 건지,
잘못 심어서 영원히 빠진건지. 몇달 기다려 봐야 아는 거다.
이것이 모발이식의 복불복.

지금은 모발 이식이 보편화되어 의사가 다들 식모기를 잘 쓰지만
이전에 우리를 위해 마루타가 되어 준 선배 대머리들은
이게 잘 심어진 건지 엉망으로 심어진 건지, 몇달을 기다려야 알 수 있었다고 해.


뭐 이건 거짓말은 아니구, 도시괴담도 아니구,
의료사고라고 해야 할 건데. 뭐 자주 있는 의료사고는 아니고.

어떤 초보 의사가 식모기를 서툴고도 거칠게 다뤘나봐.
새로 심은 거는 제대로 못 심어서, 다 빠진 담에 다시 안나고.
그자리에 원래 나 있던 것들마저도, 식모기에 모근이 죽어서 다 빠져나간거야.
당연히 머리 뽑아낸 뒤통수도 빵꾸가 나 있지.

의사는 어쩔 수 없다고.
완전 대머리가 된 앞머리 부분은 털없는 살 잘라내 버리고,
양 옆에 털난 살 끌어당겨서 봉합해주겠다고 했다네.

우리가 무슨 머리 결, 머리 가르마, 머리 길이까지를 바라는것도 아냐.
그래도 머리에 털만 갖다 붙여주면 다 된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한 거같아.



요즘의 좋은 이야기.

저 위의 수술방법은 절개식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전부 절개식으로 했지만
이젠 비절개식 수술을 많이 선호하지.

비절개식 모발이식법의 특징은,
아까처럼 털 달린 껍데기를 통째로 뜯어내지 않는거야.

펀치라는 특수한 기구로,



이렇게 한올 한올 직접 뽑아내.

또, 이전에는 몇 모낭을 채취하는지가 정확하지 않았거든.
일단 뒤통수 한번 보고, 또 앞머리도 한번 보고.
대충 면적 정해 떠낸 다음에 한올 한올씩 잘라놓고 세 봐야 됐거든.

저건 한 모낭 빼낼 때마다 짤깍 하고 카운트 들어간다.
이렇게 한 모낭 한 모낭씩 정확하게 채취해주는 기구야.
이식에 필요한 모낭만을 한올씩 빼내니까 생착률이 높아.

그리고 아까 절개식은 할 때마다 뒤통수에 한줄 기스났잖아.
이건 옆통수 뒤통수 전체에서 아주 넓게 한올씩 뽑아내거든.
그래서 절개식보다 많은 양의 모발이식이 가능하고
2차, 3차 이식할만큼 뽑아내도 땜통이 안생겨. 당연히 뒤통수 피부도 안땡겨.



펀치로 뒤통수를 뽑고, 슬릿으로 앞통수에 구멍을 내고, 식모기로 심는다.

수술한다음에, 머리 뽑은 작은 빵구자국이 한달정도 남지만
몇달만 지나면 뒷부분 빵구는 안보여.




이게 뒤통수에서 800모낭( = 2000모)을 뽑아낸 사진인데


이건 좀 좁은 부위에서 집중적으로 뽑아낸 거 같네.
그래도, 이정도만 해도 약간만 길러도 별로 티가 안나잖아.
만약에 뒷머리 옆머리 전체에서 아주 넓게 뽑아 모으면 티 전혀 안난다.





2000모낭( = 5000모) 뽑아내도 이정도야.




이게 앞으로 옮겨 놓은 모습이고.

수술 다음날 가면 뒤에 빵꾸낸 부분 붕대 제거하고, 머리 살살 감아준다.
그대로 한 2주일 정도면 대충 멀쩡해진다.

모든 병원은 수술한 다음날 사진만 보여주고, 약간 부을 수 있다. 라고만 해놓는데
사실은 수술 사흘째부터 수술 부위가 퉁퉁 붓는다.
수술 부위가 혹처럼 부은 것이 일주일에 걸쳐서 볼까지 내려온다.

이마에 혹 나 있으면 유니콘같고, 그 혹이 눈 부위로 내려오면 눈이 안떠진다.
이래서 직장인 되면 이 수술 하기 힘들어. 최소 열흘은 사람꼴 아니거든.


그래도 이야 여기까지 들으니 완벽하다.
이주일만 참으면 나 멀쩡해 질 수 있는 거야.
뒤랑 옆에꺼 싹 다 뽑아 앞으로 옮기면 되는 거네.
나는 이 수술을 마치면 대머리가 아니게 되는 거다.

대충 이렇까지만 생각하고 수술실 들어간다.
일단 수술복으로 갈아 입고 나면, 이 다음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요즘의 나쁜 이야기.

아까 잠깐 설명한 2차, 3차 모발 이식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새로 심은 머리는 빠지지 않는다. 뒷머리니까.
그러나, 그 자리에 원래부터 있던 원래의 앞통수 머리는
수술 하고 나서도 계속 빠져나간다.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여기 사이어인의 왕자 베지터가 있어.



"나는 대머리가 아니다 카카로트!"

베지터는 전형적인 남성형 3자 탈모이지.
그래서 베지터는



"하하하하! 대머리가 아니라고 했잖나 카카로트!"

부르마의 도움으로, 모발 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어.
만약에 이식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3자는 더욱 심해져서




"-_-..."


결국은 이렇게까지 되고 말았을꺼야.

그럼, 이제 베지터는 안심해도 좋을까?
아니지. 뒷머리를 앞으로 옮긴 부분은 빠지지 않지만
원래 있던 앞머리는 계속 뒤로 물러선다구 했잖아.

그래서 저 수술 후 길어야 3년 뒤에 베지터는



"ㅅㅂ"

...이렇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2차, 3차 수술이 계속 필요한 거야.
아무리 잘 심어 놔도, 몇년만 있으면 균열이 생기거든.


그러니까, 우리가 모발 이식수술을 통해
원래의 헤어라인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헤어라인을 유지할 수도 없다. 어차피 더 빠질꺼니까.

몇년 뒤에 커도 계속 입을 수 있도록
몇사이즈 큰 옷을 사 입히는 엄마의 마음으로

지금 부숭부숭하게 흐트러져있는 헤어라인보다도
헤어 라인을 한참 뒷부분에 잡아야만 한다.
몇년 뒤에 더 빠졌을 때, 비로소 어울리도록.

재수술을 최대한 늦게 해도 되도록.
머리 속에 균열이 최대한 늦게 생기도록.

그래서 의사는



내래 인민으 헤어라인을 보여주가서

내 정수리; 바로 앞에 헤어라인을 그렸다.

"여기가 이제부터 고객님의 새로운 이마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수술을 해도, 아무리 약을 써도.
우리는 절대 정상인이 될 수 없다.
의사의 궁극 목표는 어떻게든 장가갈 때까지만 버티자는 거다.

1) 탈모가 시작했는데
2) 시작하자마자 약 계속 쓰다가
3) 결국 수술하고 재수술하고 또 약 계속 쓰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장가갈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습니다.
대머리로서, 이정도면 대성공입니다.
당신은, 모든 대머리의 꿈입니다.



이제 와서야 이러니, 제대로 낚인 기분이었달까.

이제부터, 나는 기분이 별로 좆치 않았다.

"이렇게 수술하시고.. 약 좀 쓰고 하시면..
뭐 30 후반까지는 크게 티는 안나실꺼구요..
그 다음에는 가발을 쓰시면 될꺼같구요...."

솔직히 의사가 이렇게 말해주니
실망은 좀 되더라도 믿음은 확실히 가긴 해.

그래도 기억하자. 우리는 장가갈 때까지만 버티는 거다.
이건 가발이 아니기 때문에 속인 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대머리를 이유로 환불하려는 여자는 없을 거다.



아주 나쁜 이야기

일단 엎드린 채로 뒤통수에 마취주사를 맞고, 펀치로 뽑기 시작했다.
원래 뒤통수에서 뽑는 거 두어 시간, 심는 데도 그 정도면 된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뽑는데 선생의 반응이 좀 이상해.
간호사한테 몇번 지시를 하다가 휴. 그냥하자. 이러면서.

한참을 뽑는데, 이게 아직 한참 남았거든 시간상으로.
선생이 갑자기 수술을 중단시키더니 상담실로 나를 부르더군.


이게 뭔가 싶어서 갔더니 말한다.

"고객님의 머리는 다이렉트 방식이 불가능합니다."

"...왜요?"


"고객님의 머리는 모근이 아주 완만하게 휘어있습니다.
그래서 뒷머리에 펀치를 넣어 모낭을 빼낼 때,
수직으로 들어간 펀치에 휘어진 모근이 다칩니다.
그래서 그것을 앞으로 옮겨 심으면, 생착률이 70%도 안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뒤에 뽑힌 건 뽑힌 거고, 앞에 심은 것도 다 빠집니다."




"그러면 전 어떡하죠?"

"모근이 휘어있어 펀치로 뽑아내는 다이렉트는 못하시니까
굳이 하시려면 절개식으로 하셔야 합니다."



아니 무슨 이런 거지같은 게 다있냐고.
머리에 피묻은 붕대 감아 놓고.
지금 머리 다 뽑아 놨는데 이게 뭐냐고.
나 뒤통수 땜통 내기 싫어서 다이렉트 하는 거잖아.

"그러면 미리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샘플 테스트라도 해보던가."

"외국에는 수술하기 전에 적합성 테스트를 합니다.
그런데 적합성 테스트를 해볼 필요도 없는 사람이 있어요.
예를들어 흑인들은, 다이렉트는 절대 안돼요. 모근이 휘어서 뽑을 때 다 잘려요.
그래서 흑인이 다이렉트를 원하면 테스트도 안해보고 거절합니다.

그런데 흑인 중에서도 절개식도 불가능할 정도로 모근이 휜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흑인들은 절개식이 되는지 안되는지, 테스트를 해 봐야 합니다.
백인중에서도 30%정도는 모근이 휘어서 다이렉트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이식 수술을 할 때는 반드시 테스트를 해 봐야 되거든요.

제가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여태 한국사람중에서는
수술중에서건 논문중에서건, 모근이 휘어진 사례가 보고된게 고객님이 처음입니다.
국내에 데이터가 10만건 이상 쌓여있는데 고객님이 처음이에요."




누구는 60억분의 1,
누구는 10만분의 1.

"원래 800모낭 예정했었는데, 그거 다 뽑아 봤자
앞에 심어도 뿌리가 죽어서 제대로 안나옵니다.

뒤에 이왕 뽑은 거 버릴 수도 없고, 몇가닥 뽑은 거 심어봤자 표도 안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심은 표시가 날 정도의 양만 뽑은 겁니다.
저희 잘못이니 수술비는 전액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난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양심적인 의사를 만나서.
뒤통수 내 놓고 엎드려 있으니 아무도 모르겠다.
일단 뽑아 놓고 모근이 죽었든 살았든 심어놓고.
나중에 심어 넣은 머리가 빠져나가면 아 그건 니가 관리를 잘 안해서.

이러면 완전범죄잖아.
한 올, 한 올의 소중함을 아는 의사를 만났던 것 같아 다행이지만


"지금 심을 수 있는 머리가 별로 없습니다.
앞쪽부터 헤어라인을 심으면 그냥 앞머리에 검은 띠 하나 생깁니다.
그래서, 이제 헤어라인이 좀더 위로 올라가게 그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심을 수 있는 머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빽빽하게 심으면 그냥 머리 한가운데에 줄 하나 생기는거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성글게 넓게 퍼뜨려서 심어 드리겠습니다."


근데 헤어라인이 좀더 위로 올라가고
심어도 심은 거 같지 않게 심을 거면 왜 심는거니.
아, 뽑아놓은 거 버릴 수는 없어서 심긴 심는 거구나.
그래. 매도 알고 맞는게 낮다.



헤어라인, 앞머리, 관자놀이, 윗머리, 정수리. 모조리 포기한다.




"새로 만든 헤어라인 앞쪽의 원래 머리는 어떻게 살릴수 없나요?"

"걱정마세요. 좀만 지나면 없어질겁니다."




하지만, 아예 이따위 수술따위 안할걸 그랬어.



발버둥.

이전에는 머리를 미는 걸 약간만 게을리 하면 대머리로 보였다.
그런데 이젠 저런 식으로 수술을 해 놨으니
머리를 밀어 놓고 며칠만 지나면



돈 없는 호나우도로 보인다.

대머리가 가장 신경쓰는 건 대머리라는 사실 보다도
대머리를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가발은 당연하고, 발모제도 안들키려고 하고

수술 했어도 심었다고 안그러고
"스트레스가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나더라."
라고 말해.

수술을 시도한, 그리고 수술이 실패한 대머리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발기부전을 감수하고 약을 썼다.




어두운 데서 보면 별로 티가 안나.
그래도 한계는 있는 것 같아.
전에 빠져나간 게 그렇게 쉽게 회복은 되지 않네.

좀만 자라면, 윗머리랑 앞머리는 힘이 없으니까
새로 심은 머리와, 부실한 원래 머리가 확실히 대조되거든.

그래서 수술까지 받고, 약도 쓰면서, 여전히 밀고 있다.
이래서야 이전과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약점이 있어.
의사가 뒷머리에서 머리를 뽑아 내고,
앞머리에 심을 라인을 그려넣고, 슬릿으로 심을 곳에 구멍을 냈거든.

그리고 간호사한테 식모기랑, 심을 머리를 주고 갔어.
간호사 둘이 양쪽에서 나란히 앉아서 심었거든.

티비를 보고 잡담하면서-_-


"죽을 계집년이 손은 빠르구나!"

시골처녀도 지지 않고 같이 욕을 했다.
"이 빌어먹을 할망구야. 네 손도 제법 느리지는 않은데......"

그러나 반숙한은 수십 년을 수련한 검술의 대가였다. 입으로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손은 조금도 쉬지 않고 있었다. 시골처녀는 겨우 17, 18세의 나이로, 비록 훌륭한 스승에게 배웠다 할지라도 어찌 반숙한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 그녀는 말을 하는 동안 마음이 약간 흐트러졌고, 그 순간 손목에 통증을 느끼며 부러진 검이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 시골처녀는 아, 하고 비명을 질렀다. 반숙한의 두번째 검이 그녀의 겨드랑이를 향했다.

- 김용, '의천도룡기' -


확실히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심는게 차이가 나거든.
오른쪽은 괜찮거든. 아마 식모의 대가가 심었나봐.

그런데 왼쪽은 머리결의 방향을 엇갈려서 심었어.
약간만 자라면 풀을 묶은 것처럼 X자로 나.
심은 곳과 안심은 곳의 경계가 선명하게 보여.
야 그러게 왜 남의 머리를 심으면서 말을 하니.



불빛 비추고 확대해보면 이렇게 됩니다.

난 눈 가려놓고 누워있으니 완전 을이고
간호사들은 내 뽑아놓은 머리와 식모기를 들고 있으니 완전 갑이지.
을이 갑한테 조용히 제 머리 심는데나 집중하세요. 말 못하잖아.
양쪽에서 나란히 내 머리 심고 있으니까 인간 베틀이 된 기분이었어.


하여간에 나의 새 머리는 앞머리와 정수리 사이에 심겨졌다.
이건 앞머리도 아니고 정수리도 아니라,
원래의 앞머리는 빠져가고, 원래의 정수리도 비어간다.

아예 대머리로 보이는 거라면 몰라도
수술이 실패한 대머리로 보일 순 없다.
부작용을 감수하고, 억지로 약으로 버텨야 한다.

나는 앞머리를 긁적이는 버릇이 생겼다.
손끝으로, 원래의 힘없는 머리칼과
새로 심어져서 굳센 머리칼을 비교해서 매만진다.

이러다 십수년 후, 윗머리와 앞머리가 다 빠지고
새로 심은 초생달만 굵게, 뻣뻣하게 남게 된다면
나는 그때 아마 제모수술을 선택할 것 같다.

"심은 거 도로 빼주세요. 이제 필요 없습니다."



포기하면 편해.


일단 빠지기 시작했으면, 결론적으로 방법은 없다.
대머리 최고의 성공이 '결혼할 때까지 버티는' 것인데,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 하는 발버둥인가.
또한, 그것을 과연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고민해봤자 소용없다. 그러니 이제 마음이 편하다.




대머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는 수밖에.

머리를 민지는 7년이다. 바리캉도 이젠 3개째다.
대충 3일에 한번씩 머리를 미는 패턴이다.
한번 이발소 갈때 8천원이라니, 돈은 충분히 아낀 셈이다.

어차피 밀어야 되니 수술과 약의 보람도 없다.
이전에 그냥 마음 편하게 밀던 때와는 달리
수술의 초생달 자국이 들키지 않기 위해 약을 쓰니 의미가 없다.
결국, 수술은 고생만 한 셈이다.


아니. 단 하나 좋은 게 있었어.
나 10년만에 눈 가리고 눕고 머리 감아봤어.
붕대 풀러 갔을 때 간호사가 눕혀놓고 눈가려놓고 머리 감겨줬어.

뒤로 편안히 누워서 눈 가린 채로
머리가 없어도 있는듯 머리가 짧아도 긴듯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목덜미 귀까지 씻어줬어.

잊을수 없었다.

대머리는 미용실에 갈 수 없다. 누워서 눈가리고 머리 감을 수도 없다.
우리의 목덜미를 씻어주는 여자도, 귀를 씻어주는 여자도 없다.

나도 미용실에 가서 머리 감고 나오고 싶다.
그러나 미용실에 스킨헤드로 찾아가서
"여기 내게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내 머리만 감겨 줄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내가 미용실에 가서 머리만 감고 나오려면, 이렇게 긴 설명을 다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먹고사느라 바쁜 와중에
쪼그려 앉아 이 설명을 다 들어줄 이 있을지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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