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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 진료실 밖에서/ 대머리 고민 ‘2030 직장인’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살리려는 탈모증 남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애처롭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탈모증으로 나이 들어 보인다는 주변의 평이나 가벼운 농담도 이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어찌됐건 그들에게 머리카락은 남아 있어야 한다.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북악산 인근 공원에 탈모가 진행 중인 회사원 이창록(31)씨와 정모(29)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세면대를 보는 것은 고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구상환 교수는 “어차피 빠질 머리는 머리를 감건 감지 않건 빠지게 돼 있으니 그것으로 스트레스 받지는 말라”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여러 치료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창록씨는 “2~3년 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 계속 빠지고 있다”며 “나중에 앞머리가 다 빠지면 ‘빡빡머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머리카락을 거의 포기한 듯한 말투였다.
구 교수가 이씨의 머리를 살펴봤다. “알파벳 ‘M’자형으로, 앞머리부터 빠지기 시작해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인 ‘연모’가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탈모가 한창 진행 중이군요.”
이는 전형적인 유전형 탈모증이다. 이와 달리 열병이나 일시적 스트레스 등에 의한 탈모는 앞머리와 정수리 부근 뿐만 아니라 주변머리도 함께 빠지는 특징이 있다.
이씨는 “아버님도 탈모증이 있지만 40대부터 시작됐고, 형님은 아직 머리카락이 멀쩡하다”며, 자신만 20대부터 탈모증이 시작된 것이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탈모증은 유전성을 띠지만 탈모시기와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그는 또 “머리가 일찍 빠지는 사람은 군대 갔다오는 20대 중반부터 시작한다”며 “그런데 이들은 철모 착용 등 군대에서 고생을 해서 그렇다고들 생각한다”고 했다. 구 교수는 “사실은 남성 호르몬 분비가 가장 왕성한 무렵부터 탈모가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전형 탈모증은 모낭에서 탈모와 관련된 남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생긴다.
“지금처럼 머리카락이 꽤 남아 있을 때 모발이식술을 시행하면 더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요.” 듣고만 있던 정씨가 말문을 열었다. 정씨의 탈모증상도 이씨와 비슷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탈모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지 모르니까 어느 부위에 얼마나 모발을 이식해야 할 지 지금은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또 탈모가 진행 중인 시기에는 모발을 이식해도 성공률이 떨어지죠. 모발 이식술은 머리가 다 빠진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는 모발이식보다는 발모제를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발모제를 사용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구 교수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없습니다. 머리에 바르는 양모제는 써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효과를 못봐서 한통 정도 쓰다 말았죠. 탈모증이 유전적인 경우에는 발모제가 소용없다고 하던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구 교수는 “탈모증 환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라고 했다.
현재 탈모증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효과를 공인한 것으로 먹는 약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이 전문의약품으로 나와 있다. 이들 발모제를 사용한 탈모증 환자 3명 중 대략 1명은 머리카락이 눈에 띠게 많이 나고, 1명은 탈모진행이 멈추며, 나머지 1명은 효과가 없다고 구 교수는 전했다.
정씨는 “발모제를 먹으면 발기부전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성욕이 왕성할 시기고 애도 낳아야 할텐데 문제가 좀 있지 않냐”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제품설명서에는 100명 중에 1~2명에게 성욕 감퇴가 올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저의 치료경험으로 보면 그보다 더 적은 것 같습니다. 설사 그런 문제가 극히 일부에서 오더라도 약을 끊으면 원상태로 회복되죠. 따라서 그 문제 때문에 약 사용을 주저할 이유는 없습니다.”
구 교수는 정액을 통해 먹는 발모제의 성분이 극미량 배출되긴 하지만 이것이 수정란이나 태아에 영향이 미치려면 몇 ℓ 정도의 정액이 필요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이들 발모제는 여성 탈모증 환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
탈모와 관련된 속설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검은 콩과 검정 깨가 탈모증 치료에 좋다고 하던데요….”(이)
“거기에 있는 단백질이 모발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과 상당히 유사하죠. 하지만 그 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구 교수)
“소가 핥으면 머리가 난다는 말도 있어요.”(정)
“소의 침에는 피부 표피 성장인자가 풍부하다고 해요. 그것이 효과를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연 가능하겠습니까(웃음).”(구 교수)
“한동안 빗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것도 유행했었는데요”(이)
“혈액순환이 잘 돼 일시적으로 머리가 덜 빠질 수는 있겠죠. 그러나 결국 빠질 머리는 빠집니다.”(구 교수)
“비누로 감는 게 더 좋은가요.”(이)
“비누로 감으면 머리가 뻣뻣해지니까 모발이 더 굵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비누가 샴푸보다 모낭에 더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구 교수)
“가발을 쓰면 머리가 더 빠지지 않을까요.”(정)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가발이 닿는 부위에 탈모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구 교수)
상담이 끝나자 이씨는 구 교수의 진료를 자청했다. 이씨는 현대 의학 덕택에 ‘최대의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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