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한 달 빠르게 빠져머린 머리 하지만 흐뭇 앞머리로 감쪽같이 가려지네요
2주차 때 빼곡 아주 촘촘히 자란 머리들을 생각하며 새싹들이 다시 잘 자라도록
그 좋은 친구도 마다하고 그 좋은 술도 마다하고
오로지 집터와 일터 밖에 모르는 농부처럼 세상과 단절하고 지냈습니다...
처음 머리가 빠질땐 초초하긴 했습니다
세수할 때 하얀 세면대에 눈썹이 몇 가닥씩 빠지기 시작해서 뭐지 하고 봤더니
드디어 이식모가 빠지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계절도 참 들어맞네요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떠오르더군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격정을 인내한 나의 가닥들이 제 역할을 다 하고 분분히 낙화하고 있습니다.
결별이 이룩하는 거룩한 축복을 앞머리에 남기고,
무성하게 열매 맺을 가을을 향하여 꽃 답게 스러져 가네요.
병원 경과 가는날 1달 검사와 관리를 받으러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누가 머리만 만지면 잠이 온다는...
원장님 면담 전에 관리 받는 동안 푹 잤네요 ㅎ
그리고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이제 뭐든 정상적인 일과가 가능하다고
원장님으로부터 확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미뤄왔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예전의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앞마당에 심은 모종 한 가닥 한 가닥이 살아움직이길 기도하며
내년 이맘때쯤 엘비스가 돌아오길 기대하며 암흑기도 잘 지내보겠습니다
(젊은 시절 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이 닮아 엘비스준이라 불리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