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 여자친구한테 말했네요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이십 대 탈모가 많고 같은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싶어서 몇 자 적습니다
일단 저는 이십 대 후반 취준생입니다 저에게도 시련이 왔네요
친가 쪽이 다들 이마는 넓지만 머리는 빼곡해서 걱정 안 하고 지내다 최근 들어 외가 쪽 유전력과 취업 스트레스가 겹쳐서인지 급격하게 머리가 많이 빠져서 죽고 싶었습니다
탈모 스트레스에 취업 스트레스에 어디 말도 못하고 혼자 밤마다 우울감에 휩싸여 한숨만 쉬며 끙끙 앓으면서 지내고 있었어요 얼마 살진 않았지만 여태껏 살면서 가장 우울하게 지내고 있는 시기인 것 같네요
문제는 그거였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과분할 정도로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겁니다 다들 그게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정말 저희는 오래도 만났지만 너무 좋아해서 진지하게 미래도 이야기하는 관계에요 살면서 이렇게 사랑해본 사람이 없었으니 물론 결혼을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에게는 말을 해야겠다 해야겠다 싶은데 용기도 안 나고..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탈모 고백하고 헤어졌다 뭐 결혼 기피 대상은 못생기고 키 작은 남자가 아닌 탈모 있는 남자다 그런 글만 보여서 항상 여자친구 만나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다시 밀어 넣고 집에 와서 우울하길 반복이었습니다
여자친구는 모든 게 완벽한데 저는 취준생에 외모까지 못나지려니 자존감은 계속 떨어지고 말했다가 여자친구가 떠나가도 할 말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이야기하길 미루고 혼자 끙끙거리고 미루고 혼자 끙끙거리고 그러다 이번에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털어놨습니다 머리가 너무 많이 빠진다고 대머리가 될 것 같다고 터놓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여자친구가 언젠간 떠나갈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지 그동안 혼자 앓던걸 제일 의지하는 사람에게 내뱉어서인지 그냥 후련하면서도 정말 슬펐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 반응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같이 울어주면서 혼자 고민 많이 한 게 보여서 자기도 슬프다며 진작 말하지 왜 혼자 고민했냐고 그러더라구요..
진짜 제가 멍청이었죠 항상 제가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받으면 제 감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주고 같이 나눠주는 사람이었는데 혼자서 이 사람을 다른 사람들을 기준으로 빗대어 봤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창피했습니다ㅠㅠ 그리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갑자기 여자친구가 두피에 좋다는 제품 선물이라며 배송시켜놨다 그러고 이게 좋네 저게 좋네 찾아주면서 그래도 많이 빠지면 심어줄게 가격 얼마 안 하네 하며 니 두피는 내가 책임진다 걱정 말고 공부해라고 털털하게 말하는데 하.. 여자친구 걸크러쉬에 한 번 더 반했네요 아참 그리고 약 부작용 걱정된다니 그까짓 거 걱정하지 말고 먹자 해서 약도 더 늦기 전에 복용 시작했습니다! 머리도 안 빠지고 여새를 몰아 취업 성공하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행복한 결혼까지!
제자랑만 한 것 같고 두서없이 말도 길었는데 이런 고민 꽤 할 것 같아서 적습니다! 이런 연인도 있다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꾸 못나지는 자기 외모 비관해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별을 고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이전에 진심으로 털어놓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분명 자기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속 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다들 스트레스 덜 받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