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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밍아웃] 28살부터 9년째 쓰던 가발을 벗다.
전 28살때부터 가발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취직을 위해 3년간 수험생활을 해오다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해서 너무 기쁜 나날들을 보냈는데
어느날 만난 친구가 정수리가 너무 훤하다며 가발을 써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 전부터 미용실 다닐때마다 미용사분께서 머리가 너무 가늘다. 탈모가 진행되는거 같다라고 하셨을때도
그러려니 지냈는데 친구의 말에 정수리를 거울에 비춰보니 정말 훤하게 탈모가 진행중이더라고요.
덜컥 겁이나서 그 길로 바로 가발을 검색해서 부분가발을 맞추고 착용하고 다닌지 어느새 9년이 지났고
저는 부분가발에서 시작해서 전체가발, 그리고 삭발까지 했습니다.
처음엔 탈모를 인정하기 싫었고, 그 다음엔 20대에 가발을 쓴다는 사실을 부정했으며, 그 다음엔 30대 초반에
대머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많이 힘든 시간도 보냈었습니다. 탈모.. 노력하면 된다고들 하던데
휴,, 그런데 어디 제 맘처럼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치료를 위해 병원도 다녀보고 많이들 드시는 탈모치료제
약도 병행해서 먹어보고...(전 약을 먹었을때가 더 많이 빠지더라고요;;) 여러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빠질건 빠지더라고요...
그렇게 처음엔 부분가발로 커버하다가 부분가발로 인해 두피가 숨을 못쉬어 점차 전체적으로 머리가 빠지고
그러면 더 휑해진 부분을 커버하기위해 전체가발을 쓰게 되고...
그러다 두피 전체적으로 숨을 못쉬고...탈모는 점점 더 심해지고...어느날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보니 웬 골룸이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삭발을 했습니다. 삭발을 하고나니 오히려 외형적(?)으로는
몇가닥 추하게 남겼을때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그 몇가닥 남은거 그냥 자르라고 했지만
아시잖아요. 탈모인에겐 머리 한올한올이 너무 귀하다는거...ㅠㅠ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장 친한 친구, 가족, 여자친구는 제가 대머리인 것을 알고
직장이나 그 외 친구들은 비밀로 하여 직장이나 외출시엔 전체가발을 쓰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가발을 쓰고 지낸지도 어연 9년째고 유명 브랜드 가발, 중소기업 가발 등 다양한 가발들을 맞춰봤고
가발쓰고 여행도 다니고 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가발을 쓴 내가 진짜 나인가, 집에서 대머리로 있는 내가 진짜 나인가.
둘은 외형적으로 너무 다르거든요.
많은 생각 끝에 제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게 내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외출할 때 비니를 쓰고 나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비니를 벗었습니다.
그랬더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의 두피가 처음 맞이하는 바깥의 시원함이 주는 상쾌함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동안은 항상 가발속에 숨어서
지내던 나의 두피가ㅠㅠ 음 그 기분은 마치 엄마 뱃속에서 10달을 지내는 태아가
이제 막 세상으로 나와 세상의 공기를 들어마셨을때의 그런 느낌처럼 정말 잊을 수 없는 상쾌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 멀리서 사람이 보이니 다시 비니를 썼지만 말이죠.
저는 제 자신에게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할 때는 아직 가발을 쓰지만, 저의 최종 목표는 가발을 벗는것입니다.
처음 대다모에 글을 남기면서 주저리 써봤네요.
탈모로 고생하시는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뭔가 동지같은 생각도 들면서도 나만큼, 나보다 더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고요.
말로는 가밍아웃을 한다 하지만, 사실 언제가 될지 저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계속 가발을 열심히 쓸테고, 땀이나면 남몰래 화장실가서 가발을 들고 땀을 닦고 나오겠죠.
하지만 언젠가. 그 언젠가는 꼭 가발을 벗고 진짜 나의 모습으로 세상과 마주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끝낼지 몰라 그냥 여기서 끝내겠습니다.ㅎㅎㅎ 편안한 밤 되세요
모발이식 포토&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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