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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잡음에 의한 유전성의 발현 여부를 다룬 기사입니다.
탈모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발현이 된다고 보는분들한텐
희망적인 기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퍼왔습니다.
쌍둥이 유전자, 태어날 땐 같아도 ‘가는 길’ 다르다
생명공학 기술로 똑같이 복제된 유전정보를 지니고서 태어난 복제양 돌리. 그러나 같은 유전자라도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될 수 있으며, 또한 간혹 유전자 자체의 이른바 ‘잡음’ 현상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빚기도 한다.
[한겨레] [사이언스 온] 주목받는 유전자 ‘잡음’ 현상
미국의 인기 배우인 앤절리나 졸리가 지난해 <뉴욕 타임스>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칼럼에서 그는 자신이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이유와 수술 과정을 전하며 비슷한 ‘의학적 선택’을 할지 모를 여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칼럼이 알려지자 다양한 논쟁이 일어났다. 초점은 주로 의학적으로 유방 절제술이 유방암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맞춰졌다. 또한 졸리도 지적했듯이, 유방암 유전자의 비싼 검진 비용도 문제로 불거졌다. 유전자 검사가 비싼 이유는 기업체인 ‘미리어드 지네틱스’가 유방암을 일으키는 주요 유전자 브르카1(BRCA1)과 브르카2의 돌연변이를 검진할 수 있는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정 유전자의 검진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결국 “특허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났다.
졸리의 칼럼이 일으킨 여러 논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면 논쟁의 바탕을 이루는 유전질환의 또다른 측면을 볼 수 있다. 졸리가 의학적 선택을 한 이유는 자신이 브르카1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어머니, 외할머니, 이모가 유방암으로 숨진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흔히 브르카1 돌연변이를 지닌 여성의 75%가 70살 전에 유방암에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왜 브르카1 변이를 지닌 여성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만 실제 유방암이 발병하는 걸까?
조리법·재료 같아도 음식맛 다르듯이
이는 일부 개체만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인데, 이런 현상은 흔히 개인마다 유전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곤 한다. 실제로 다른 유전자(TNRC9)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그런 변이가 없는 사람에 비해 브르카1 돌연변이에 의한 유방암 발병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유전자가 ‘똑같은’ 개체 간의 유전질환 발병 확률은 똑같을까?
2012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빅터 벨쿨레스쿠 교수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수만 쌍의 데이터를 분석해 쌍둥이 중 한 명에 나타나는 유전질환이 다른 한 명에도 똑같이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24가지 유전질환 중 브르카1의 문제로 발병한 유방암을 비롯해 23가지 유전질환이 쌍둥이 중 한쪽에만 불일치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가 같아도 나타날 수 있는 이런 불일치를 ‘생활환경이 달라 생긴 것’이라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와 환경이 완전히 통제된 실험실 모델 생물에서도 이런 불일치는 곧잘 나타난다. 간단하게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실험용 생물인 대장균에서도 불일치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대장균은 자신과 ‘유전정보가 완전히 같은’ 수많은 개체를 낳을 수 있고, 그 개체들은 ‘완전히 같게 통제된 환경’에서 배양된다. 대장균이 완전히 똑같은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가져도 개체마다 나타나는 형광 빛의 세기는 서로 다르다. 즉, 유전자와 환경이 같더라도 다른 요인에 의해서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같은 유전정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결과물은 같은 조리법과 재료를 이용해 조리한 음식이 다른 맛을 내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같은 조리법에 따라 한 숟가락의 소금을 넣더라도 그 양이 매번 미세하게 달라지듯이, 유전정보라는 조리법을 따라 단백질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에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무작위성’이 내재해 있다. 완전히 같은 조건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를 생물학에선 ‘잡음’(노이즈)이라고도 부른다.
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 있어도
실제 발병하지 않는 이들 많고
같은 환경 자랐어도 불일치 발생
유전자는 정해진 길만 가지 않아
이 생물학적 차이가 ‘유전자 잡음’
유전정보 분석은 확률을 말할 뿐
개체별 완벽한 미래 예측 어려워
환경에 대응하는 생명체 전략 때문
이게 바로 생명 다양성 원천 아닐까
무작위성의 ‘잡음’ 끼어드는 유전질환
잡음이 있더라도 쌍둥이에는 분명 쌍둥이다운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는 잡음이 일정 수준 내에서 통제되기 때문이다. 소금을 넣을 때 매번 같은 크기의 숟가락을 사용하면 소금의 양을 엇비슷하게 맞출 수 있듯이, 유전정보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도 단백질의 양을 일정한 범위로 통제하는 숟가락이 존재하는 셈이다.
유전자의 세계를 생각해보자. 그 세계는 마치 거미줄과 같은 복잡한 연결망이다. 유전자는 홀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 다른 유전자들과 얽히는 특정한 관계 속에 놓인다. 이런 관계는 그 유전자가 어떤 맥락에서 작동할지 결정할 뿐 아니라 유전자가 만드는 산물의 양을 통제하는 숟가락 구실을 한다.
많은 유전질환은 유전자 자신의 기능뿐 아니라 자신이 속하는 관계, 즉 숟가락을 함께 파괴한다. 그 결과 잡음이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숟가락이 파괴되더라도 유전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요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잡음을 통제할 수 없기에, 숟가락 없이 손으로 대충 소금의 양을 맞추기에 음식 맛이 매번 크게 달라진다. 어떤 때는 많이 짜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싱거워지며, 어떤 때는 간이 딱 맞기도 한다.
유전정보와 환경이 동일한 개체에 동일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이런 무작위성 때문에 어떤 개체는 요리에 성공하게 된다. 실제로 똑같은 유전정보를 지니고 똑같은 환경에서 배양되는 실험동물인 예쁜꼬마선충에서 대장 기관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대부분 대장을 만들지 못해 죽지만, 우연히 적당한 양의 산물을 만들어 내는 개체는 정상적으로 태어난다. 즉, 유전자나 환경에 차이가 전혀 없어도 관계망의 통제에서 벗어난 ‘잡음’ 때문에 개체마다 유전질환의 발병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잡음인가 다양성인가?
최근 유전정보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전체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고 있다. 올해 안에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나노포어 염기분석’ 기술은 100만원대의 비용으로 전체 유전체를 해독하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한다.
유전정보 분석은 당신의 유전자에 어떤 돌연변이가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이 정보를 통해 사람들은 암을 비롯해 유전질환이 실제 발생할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졸리의 경우처럼 ‘확률적 경향성’을 제시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그런 경향성에 바탕을 두어 ‘의학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빚는 미래의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유전정보뿐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전자 산물의 양도 예측해야 한다. 또한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생겼을 때 여러 유전자의 관계망에서 일어나는 잡음 현상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개체 수준에서는 생명 현상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잡음은 예측을 방해하는 무의미한 신호일 뿐일까? 달리 생각하면,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들은 잡음을 통해서만 서로 다른 개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자주 변하는 환경에선 균일한 개체들의 군집보다는 다양한 개체들의 군집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잡음은 어떤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생명체의 현명한 전략이다. 또한 최근 연구에선 개체의 발생 과정에도 잡음이 관여한다는 여러 사례가 보고된다. 에컨대, 초파리에선 눈의 발생 과정에서 잡음 현상 때문에 하나가 아닌 여러 파장을 인지하는 광수용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청국장 같은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고초균의 경우에는 어느 유전자 변이가 일으키는 잡음이 새로운 형질의 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렇게 생물은 다양할 여지를 언제나 남겨두고 있다.
김천아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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