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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2580 정연국 기자
대머리,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머리털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머리털이 빠진 사람들은
대머리로 불리는 것을 아주 싫어합
니다. 자고 나면 뭉텅뭉텅 빠지는 머리카락, 이른바 대머리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취업과 결혼 등 외모를 중시하
는 우리 사회의 편견 속에서 온갖 차별과 싸우며 머리 한 올 한 올에 울고 웃는다는 그들의 얘기를 담아봤습니다.
영상취재 정창남 / 영상편집 오수해 / AD 변영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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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4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운동장,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시축을 위해 운동장으로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시축하고
난 뒤 전 대통령의 벗겨진
뒷모습이 TV 화면에 잡혔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이 화면을 잡았던 당시 중계 PD는 회사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벗어진
뒷머리에 대한 청와대측의 거부반
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정영환 / 당시 MBC 스포츠국 중계 PD :
대통령의 보여줘서는 안될 그 뒷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그게 문제가 된 거죠.
대머리 대통령의 뒷모습은 당시 비춰서는 안될 절대 금기사항이었던 것입니다.
정영환 / 당시 MBC 스포츠국 중계 PD :
그때 당시로서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적은 어떤 프로그램도 없었고 정치기사에서도 언제든지 앞모습, 보기 좋은 앞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대통령의
뒷모습은 터부시 됐었죠.
한 제과업체의 쿠키광고입니다. 쿠키에 초콜릿이 드문드문 박혀있는 것과 남자친구의 대머리를 비교한 내용입니다.
‘대머리는 다 모여라’를 줄인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대다모’, 대머리 회원들은 광고내용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대다모 운영자 :
탈모인들을 비하하고 또 탈모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그렇게 우리가 판단을 했기 때문에 광고 중단을 요구했던
거죠.
논란업체는 그들의 뜻을 받아들여 문제의 광고를 곧바로 내렸습니다.
L제과 관계자 :
단순히 유머 광고를 생각을 했었거든요. 전에 감기약 선전할 때도 머리가 가발이 들썩하는 것도 있었고 코미디
프로에서도 많이 나왔던 것이기 때문에 그 생각을... 단순
유머 광고를 해서 심의도 그렇게 통과 됐었고...
대다모 회원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항의를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언어폭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에 재소해 정정 형태의 기사를 이끌어 냈습니다.
하루 3천 명의 회원이 드나들고 있는 대다모는 대머리를 희화화하는 사회일반의 인식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머리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 단체조차 2580의 공개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가발을 벗어 던질 때가 아니라는 게 이유입니다. 그만큼 가
발을 벗어 던지고 나왔을 때 돌아올 뭇시선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머리털이 없는 사람들의 고충은
어느 정도일까, 그들은 실없는 우스갯소리에도 깊은 상처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진상호 / 31세 :
비수를 꽂는다니까요. 그게... 자기네들 그렇게 너 날이 갈수록 더 올라간다, 이마가 넓어진다, 그게 그 앞에서는 얼굴이 발개지면서도
성질을 못 내요. 왜, 빠지는 거지만
진짜 열은 받지만 그 앞에서 성질 못 냈지만 돌아서서 욕을 한참하고 간다고... 너도 한번 빠져봐, 한번. 너도 한번 고통 한번 당해봐.
나중에라도 진짜 내가 머리라도 이렇
게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에요.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빠져나가는 머리를 바라보면서 그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잃고 맙니다.
김○○ / 30세 :
제일 무서운 것은 첫 대면할 때 가장... 그 사람들과 첫 대면을 해서 관계를 풀어나갈 때 심리적인 위축감이죠.
이○○ / 26세 :
농담 한마디 한마디가 웃어넘길 수 있는 얘기인데도 한 번씩 꽂히는 거죠.
박○○ / 30세 :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자리에 앉는 것이 꺼려지고, 누가 저보다 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싫어지는 거죠.
서울 시내 한 결혼정보회사, 취업이라는 한 고비를 넘어 탈모증 환자가 다시 한 번 좌절을 겪게 되는 건 결혼을 앞두고서입니다. 미혼여성들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보면 대
머리 남성들의 고민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강인숙 / 듀오커플매니저 :
대머리 노, 표현을 하자면 대머리 싫어함, 대머리 X, 이렇게 표현을 하셨어요. 그런 것처럼 많은 분들이 대머리에 대해서 조금 부정적인
생각을 하세요. ‘대머리였다, 기분
나쁘다’ 이 분은 심하게 표현하신 분이세요. 이 남성분이 굉장히 좋은 프로필을 가진 남성분이었는데도 만나고 나신 다음에는 굉장히
언짢아하시더라고요. 이런 분 같은
경우는 저희가 다음 번에는 대머리를 미팅을 하면 안 되는 거죠. 양해가 안 되시는 분도 있으니까.
선천성 무모증으로 태어나 평생을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시인 이세혁씨, 대머리로 받은 이씨의 설움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세혁 / 시인?23세 :
선배들이 모자 쓰고 다닌다고 때리고, 지네들이 모자 벗겨놓고 이상하다고 또 때리고, 때린다는 게 한 두 대 탁탁 이렇게 때리는 게 거의
구타하다시피 거의 누워서 맞게
되는...
그에게는 모자가 벗은 몸을 가리는 옷이나 다름없는 필수품이었습니다.
- 모자를 벗기고 도망가면 난 또 울면서 쫓아가서 모자 달라고, 획 모자 던져 버리고 떨어진 모자에 흙 묻고 다시 털어 가지고 다시 쓰고.
가발을 써보기도 했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 연고를 바르면서 일을 해야만 했던 그러니까 연고를 가발 벗고 떳떳하게 사무실에서 바르는 게 아니라 따가우면 화장실로 달려가 가지고
화장실 문 잠궈놓고 가발 벗은
다음에 일단은 손수건으로 땀을 살짝살짝 이렇게 닦아주고.
이씨는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지난 모진 삶을 한 권의 시로 풀어냈습니다. 쌍둥이 대머리 형제들 두 쌍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올해 마흔 살인 형 최치평씨
와 아우 최세평씨. 20대 말부터 빠지기 시작한 머리는 30대 초 거의 같은 시기에 대머리가 됐습니다.
최세평 / 40세 :
애들이 짓궂게 텔레비전 같은 데서 쇼핑 같은 데서... 빗 같은 거 그런 거 가져 와 가지고 흉내낸다고 아플 때까지 때려요.
머리나라고... 됐어, 하지 말라고...
최치평 / 40세 :
저 같은 경우에는 아들이 많이 걱정해요. 아들이...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아빠처럼 닮으면 어떻게 하냐. 벌써 스트레스를
받더라니까요. 너는 아빠 유전적으로 되는
건데 너가 만약 저기하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자기는 다른 건 다 좋은데 대머리 되는 거 싫다고 그러더라고요.
이들은 요즘 머리털이 난다는 먹는 약의 임상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승호 / S&U 피부과 원장 :
우선 쌍둥이들 대상으로 한 분은 약을 1년 간 드시고 한 분은 약을 안 드셔서 1년 동안 치료한 후에 서로 비교해서 과연 약이 이런 탈모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지 하는 그런
실험을 하고 있고요.
씨름이 시작된 지 8개월 째, 약을 먹는 형과 먹지 않는 아우, 한쪽은 여유를 찾았지만 한쪽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 여기 오는데 병원에 머리 때문에 간다는데 애들이 그러는 거예요. 아빠 이제 대머리 아닌데 왜 가냐는 거예요. 대머리 아니래요. 너는
대머리야.
이들이 먹고 있는 것은 최근 美 식품의약국에 승인을 받아 지난 해부터 국내 시판중인 알약입니다.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빠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진상호 / 31세 :
제가 다른 것은 빼 먹어도요, 이렇게 오랫동안 약을 하루에 하나씩 먹는 건데 안 빼먹고 먹은 약은 이 약 밖에 없어요. 밥은 굶어도 저
약은 먹는다고.
또 하나의 대머리 탈출구는 모발이식입니다. 40대 후반의 김경태씨는 요즘 생활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두 차례에 이식수술로 전혀 다른 모습의
자신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경태 / 47세 :
그전에는 친구들 만나면 제일 노인축에 들었는데 지금은 제일...
이제는 집안 한구석에 처박아두었던 가발을 기념으로 보관하겠다는 여유까지 부립니다.
이런 식으로 싹 빗고 하면은 감쪽같거든. 그렇게 하고. 또 이것도 이렇게 해서 딱 해서 훅 꼭 잠그고 이거 싹 당겨서 이렇게 하고서
빗으면은, 빗어서 스프레이 뿌리면 전
혀 표 안 나죠. 지금은 이거 우습지만 그때 당시는 이게 구세주였으니까...
그러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는 모발이식도 대머리 치료의 완전한 해결사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
장인강 / 미사랑 피부과 원장 :
우리가 수술을 해놓은 머리는 빠지지가 않는데 원래 있던 머리가 또 탈모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예를 들어서 젊은 사람들이 M자
식으로 해 가지고 양쪽 이마가 들
어간다고 그랬을 때 요기 부위를 수술을 딱 해 놓으면 시간이 지나서 그 뒷부분이 탈모가 되면은 머리가 이렇게 남죠. 이식한 머리는 안
빠지니까.
수백만 원하는 가격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행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사장 원치승씨.
원치승 / 원 여행클럽 35세 :
저희 아버님이랑 저랑 거의 닮아 가는 수준이거든요.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니까... 이게 운명적이라면 굳이 그것 때문에 계속 슬퍼하거나
주눅들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는 한 번 숨겨볼까 하는 마음을 아예 접고 매사에 당당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머리를 감추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 35인데 보기에는 거의 45, 55세까지도 보시는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거를 자연스럽게 손님들한테 농담 식으로도 얘기하면서
양띱니다. 그럼 55년으로 대부분
생각하시지만 저는 67년 양띠입니다 라고 말씀드리면서 저한테 같이 동갑인 것처럼 말씀하셨던 분들 다 제가 12년 밑입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이렇게 친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그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신감을 강조합니다.
- 나를 그냥 보여주자.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을 하든 말든, 그 판단은 그 사람이 하는 거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알게끔 해 나가자.
줄잡아 350만 명에 이르는 국내 탈모증 환자들, 주위의 시선에 또는 가벼운 농담 한 마디에도 곧잘 상처를 입고 심할 경우 심리적인 장애를
겪는 경우까지도 간혹 보게 됩
니다. 오늘도 기적의 신약이 출현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이 땅의 대머리들, 멋지게 가꾼 자신의 내면을 당당하게 드러내 승부하는 것이야말로
기적의 신약이 아닐까 생
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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