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은 올 들어서도 마음고생을 적잖게 했다.
딩고(31.호주)의 출현으로 출발부터 2군이었으니 속이 타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터. 2군에서 내내 수위타자로 군림은 했지만 방망이를 작신 분질러뜨리고 싶었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을 게다. 나중에 이종범이 그랬다. "머리만 안 빠졌을 뿐이지 스트레스는 작년보다 더 받았다"고.
사실 시즌 초반 이종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그의 머리였다. 과연 지난해의 `스트레스성 원형탈모증'이 재발되느냐, 마느냐 하는.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그의 `영구머리'를 볼 때마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아픔을 느꼈으니 방망이 못지않게 머리에 눈이 갈 수 밖에.
물론 고비가 몇번씩이나 찾아왔다. 2군 출발, 전반기 막판의 2군 추락, 9월의 극심한 타격부진…. 하지만 이종범은 끄떡도 안 했다. 속은 새까맣게 탈 망정 겉으로는 늘 포커페이스였다.
"이제 혼자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아 머리 빠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고민한다고 안될 일이 될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냥 편하게 갈 생각입니다. 안되면 마는거죠, 뭐."
이종범이 일본생활 3년째에 접어들면서 깨친 `살아남는 법'이었다. 어차피 한국과 야구스타일이 달라 기본적인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매번 "작전, 작전" 극성스러운 데다 변덕이 죽끓듯 하는 호시노 감독과 같이 일을 하려면 마음을 싹 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걸 체득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종범은 지난해 못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머리털 한 올 안 빠졌다. 가끔씩 동료들이나 일본기자들이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옆머리에 갖다대며 `이젠 머리털 안 빠지느냐'는 시늉을 해보이면 이종범은 빙긋이 웃으며 "모- 다이죠부(이젠 괜찮아)"하고 시원하게 대답한다.
또 한시즌을 보낸 이종범의 표정이 다행히 지난해에 비해 많이 밝아졌다. 지난 9일 히로시마시민구장에서 2할7푼5리로 시즌을 마감하고 막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그가 한마디 툭 던졌다. "더 이상 머리 빠질 일은 없을 것이요, 형님." 어느새 능구렁이가 다 된 `야구천재'의 2001년을 기대해 본다.
☞ 본 게시판에서 모발이식 수술 후기는 신고 바랍니다. (삭제 및 탈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