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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있었던 일

  • 23년 전

  • 1,795
0
방금 미용실 갔다왔는데요 기분이 쫌 그렇네요...
전 뒷머리가 목 뒷쪽까지 길게 내려오는 그지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보름에 한 번씩 머리를 자르러 가거든요. 오늘도 그 뒷머리만 정리 하려고 미용실엘 갔죠. (동네 5000원 짜리 B모 남성미용실)
군대가기 전엔 홍대 앞에 가는 미용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데 못가죠. 돈두 돈이지만 솔직히 쪽팔려서 가기가 좀 그렇더군요... 암튼 오늘 간 미용실은 첨 간 곳이였는데 깔끔하고 괜찮더군요.
앉으니까 미용사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러길래
"뒷머리 아랫쪽만 좀 다듬어 주세요" 그랬죠.
그랬더니 "머리 기르시게요?" 하고 묻더군요. 사실 전 좀 길러서 가려볼 심산으로 아직까지 용쓰고 있습니다. 암튼 그래서 "네-" 그랬더니 " 젤 바르세요?"
"아뇨" (바르고 싶어도 못바른다 이뇬아...)
"그럼 옆머리 붕 떠서 보기 싫은데..."
"괜찮아요. 그냥 뒷머리만 좀 다듬어 주세요"
자기 혼자 뭐라구 궁시렁대면서 깔작깔짝 대더군여...
좀 자르는가 싶더니... " 손님, 옆머리랑 구렛나루 좀 다듬으셔야 겠는데요..."
(이 뇬이 자르라면 시키는대로나 자르면 되지 말 존나 많네...) 암튼 자꾸 머리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좀 무안하고 그래서 "네- 알아서 다듬어 주세요. 근데 넘 바짝 치지는 마세요" 라고 말하고는 빨리 끝나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바심을 달래고 있는데...
"머리 얼마나 기르실려구요?" 하고 묻더라구요.
속으론 (왜 잡것아!? 내가 기르면 꼬라지가 안어울릴 것 같냐?) 하면서
" 많이는 아니구요 제가 제대 한지 얼마 안됐거든요" 했죠.
그랬더니 "어머? 제대요?" 하는게 이사람이 나이가 몇 살인데 이제서야 군대를 갔다왔냐는 듯이 놀라더군요. (제귀에 그렇게 들리더군요. 흠..)
미용사라 그런지 좀 세련되 보이고 얼굴도 shit은 아닌 여자였는데 말은 존나 많아가지구 머리 자르는 내내 막 뭘 물어보고 그러더군요. 그럴수록 제 얼굴이 붉어져 가는걸 느꼇습니다.
예전엔 번죽도 좋아서 농담도 잘하고 그랬는데 이젠 갈수록 숯기도 없어지고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는게 무서울 정도니까....
참고로 지금 제 상태는 극도로 푹 파인 엠자에 앞머리가 눈썹에 다을랑 말랑 하구요 정수리를 비롯한 윗머리는 속이 비치는 정도랍니다. 고개 숙이고 위에서 거울 두개로 보면 엠자에서 가은데서 자란 앞머리가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서 이마를 가리려는 (다들 아실거에요..) 이상한 스탈이죠.
이젠 엠자가 파이다못해 양 끝쪽끼리 붙어버릴려고 합니다.
암튼 그런 이상한 꼬라지를 해가지구서 미용사가 보는 거울 앞에 앉아 있자니 좌불안석 이라고 해야되나... 쪽팔리고 무안하고 빨리 나가고 싶고 그랬어요.
대충 머리 손질이 다 되어 갈 무렵 "윗머리 숱 쳐드릴까요?" 하는 물음에 멍하게 있다가 놀라서
"아뇨! 괜찮은데요..." (이 10할것 말 존나 많네...) 라고 대꾸 한마디 던지고는 '다시는 여기 안오리라' 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드라이로 웅~하고 살살 터는데 어찌나 간이 벌렁벌렁 그러던지...( '살살털어 이것아! 안털어도 알아서 떨어진다.' )
그러더니 진공청소기 비슷한걸루 습--하고 또 빨아들이더군요. (이런건 첨 봤음 ^^ )
(' 이제 또 쥐어 뜯을라구? 오늘 미용실 제대로 걸렸구나...')
암튼 흡입(?)도 끝나고 "머리 감으실거죠?" 라고 묻는 말에 "집에서 감을게요..." 하고는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하는 친절한 인사에도 속으론 " 미쳤나? 절대 안온다! 젖같은...."
이라고 속으로 되새기며 나왔습니다.
오는 길에 생각하니 너무나도 친절한 미용사였던것 같은데 손님이랑 친해볼려고 몯는 말에 내가 너무 퉁명스럽게 쏘아 붙인게 아닌가...? 하는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게요. 예전같았으면 농담 주고 받으면서 그 여자를 꼬셨을 수도 있을텐데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삐뚤어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떔에 내가 내는 짜증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불쾌해지면 갈수록 빠지는 머리땜에 인상도 않좋아지는데 나만 더 소외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마음을 굳게 먹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다음에 그 미용실 다시 가서 그 여자랑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 때는 " 아가씨 맘대로 깎으세요~! ^^ " 하고 통째로 맏겨봐야 겠어요.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들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저와 같은 심뽀가 있었다면 좀 바뀌시길 바래요. 대머리들 웃으면 다들 인상 좋아 보이잖아요... 웃자구요! 힘들 내시구요...
오늘도 잠깐이지만 몇번의 자살충동을 이겨내고 이렇게 또 하루를 마감하는군요.
읽어주셔서 갑사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Everybody!" 득! 모! 만!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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