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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좋은인연 만드시길 바랍니다(냉무)

  • 23년 전

  • 901
0

>어제 술 좀 마셨습니다.
>어젠 친구가 마스터로 있는 카페모임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죠.
>중요한게 남자는 거의 없고 여자만 무쟈게 많은 모임이란 것입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2:8정도의 비율이랄까.
>그렇기에 가면서 내내 신경쓰인게 사실입니다.
>지하철의 까만 차창으로 비치는 내 머리.. 분명 정상인거 같은데 양쪽 귀퉁이가 허옇던 것이 왜 이렇게 짜증이 나고 열받던지......
>애들이 내 머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내친구 선배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지하철타고 가는 시간 40분 내내 그 걱정뿐이었습니다.
>젠장..... 사람의 첫인상의 90%이상은 외모로 결정되잖아요. 그리고 그 외모의 많은부분을 차지하는것이 머리카락이고.....
>그러니 처음 첫인상을 심어주게되는 나로썬 휑한 m자 탈모가 엄청난 걱정이었죠.
>
>처음에 자리 앉아서도 대충 통성명 하고 그랬지만 어딘가 모르게 자꾸 자신이 없어지더군요.
>당연히 머리 때문이죠. 자리도 바로 불빛아래 -.-
>그런데 술이란 놈이 거하게 들어오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군요.
>정말 신기했어요. 술을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에 대한 걱정과 부담을 잠시나마 잊게 되었으니까요.
>나중엔 정말 아무런 부담없이 떠들고 있는 날 볼 수 있었죠.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거 같았어요. 오직 나한테 술 먹이는거만 관심있고, 머리엔 신경 안쓰더군요.
>아래는 어떤 애와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너 전에 잠깐 보지 않았었어?"
>-"그치. 종로에서 15분간 잠깐?? 앗. 그런데 넌 그게 기억나냐?"
>"기억나지. 너 그날 정장입고 왔었잖아."
>-"아~ 맞다 그날나이트 가는 날이었거든."
>"ㅋㅋㅋ . 정장 잘받던데. 지금은 몸이 더 커진거 같다."
>-"하하. 그래? 내가 좀 살이 찐거 같어?"
>"아니 살찐게 아니고, 어깨 넓어져서 몸매가 더 남자다워졌다고." (어머니~~ 3개월 운동한 보람이 여기서 느껴졌어요.)
>-"고맙다."
>"그런데 왜 머리는 안길러?"
>여기서 전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해야하나. 안돼 그렇게 솔직해질 필요는 없어.
>그래서 전 한마디로 웃어 넘겼죠.
>-"으응.^^ 난 머리 기르기 싫어!!"
>그러니까 별 태클없이 미소로 넘겨주더군요.
>
>웃고 떠들고, 웃고 떠들고...... 알콜의 힘이었던가, 나의 말빨도 평소보다 훨씬 셌답니다.
>머리에 대한 걱정이 그렇게라도 잠시 사라지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
>그 중에 우리동네 사는 여자애도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같이 좌석버스를 타고 같이 왔죠. 술 잘 하지도 못하는데 너무 무리해서 먹었더니 졸리더군요. 하품을 연속으로 하니깐 졸리면 자라면서 내 목을 자신의 어깨로 끌어당기더군요. 반항할새도 없이 그렇게 그녀의 목에 파묻혀버렸죠. 샴푸한 머리카락내음....... 진짜 정신이 몽롱해져 오더라고요.
>밖엔 비가 왔어요. 그애가 우산을 안가져와서 같이 버스에서 내려서 내가 집까지 데려다주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가관이었습니다. 한 우산 아래 꼭 붙어서 걷다보니 어느새 내가 뒤에서 오른손으론 우산을 들고 왼팔로 그애를 꼭 껴안고 걷고 있더라고요.
>"추워?" "아아니~~~" "ㅋㅋ 그런데 너 왜 떨어?" "떨다니.....내가?" "지금 떨잖아~ ㅋㅋ" "그러냐?" "여기다 손 넣어^^."
>그러더니 자신의 점퍼소매를 늘어뜨려 내 손을 그 안에 넣더군요. 그리고 그안에서 손을 꼭 잡아주더군요. 그러고선 서로 나지막하게 얘기하고 키득거리고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밤거리를 걸었죠.
>[따뜻했습니다.. ㅠㅠ 진짜... 나 머리 빠지고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머릿결,..향기,...좁은어깨,...가녀린 몸,
>이젠 여자란 존재는 나한테 떠났다고, 나한테 가망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함께 붙어있으니 이렇게 따뜻하구나.]
>그렇게 서로 찰싹 붙어서 그녀의 아파트 앞까지 갔습니다. 그애는 버스비로 쓰라면서 내 손에 1000원을 쥐어주더니, 버스가 오니까 잘가라면서 뛰어들어갔습니다.
>
>푹 자고 오늘아침에 일어나 생각해보니까 웃음만 나오네요.
>어제 처음본 앤데, 같이 그러고 다니다니..
>남들이 봤으면 완전 오해했겠고, 만약 모임의 친구가 봤다면 이건 진짜 스캔들인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요.
>술을 마셔서 서로 좀 과감해진거라지만, 그래도 나에대한 인상이 좋았다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줬던 것일테니까요. 그냥 고마울뿐이랍니다. ^^
>
>마지막에 가서 내용이 좀 이상(?)해졌는데 제가 말하고픈것은 이겁니다.
>다른 분들도 용기를 얻었으면 해요. 남들이 보는것과 내가 보는것은 틀리니까요. 내가 보기엔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볼품없고 타인에게 안좋은 인상만 줄 것 같지만... 날 좋게 봐주는 다른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해줄 수도 있잖아요?
>너무 큰 기대는 하면 안되지만, 너무 비관적일 필요도 없는거 같아요.
>모두들 힘냅시다. 아직 우린 젊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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