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 있으면 거의 복용 1년차... 1년 정도면 약빨이 가장 온전히 받을 시기라던가요? 새내기 딱지는 떼는 수준의 경력이 쌓이는군요. 처음 패닉에 빠져서 여기 들어왔을 때가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죠. 모자가 없을 때 밖에서 느끼던 극심한 공포, 하루 2시간씩 머리를 만지면서 최대한 풍성하게 보이는 방법을 알아보던 시기, 바람 앞에 나약해지는 모습, 어머니께서 사 주신 흑채와 TS샴푸 등등... 나중에 그냥 다 놓아버리고 약을 끊게 될 때도 생각날 것 같은 인생의 격한 한 때를 보냈네요. 모두들 하시는 말이지만, 시간은 약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예전에 갔던 미용실(처음 갔을 때부터 제가 탈모때문에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미용실)을 다시 갔습니다. 잘려 내려오는 머리카락들을 보면서, '그래도 생각보다 얇지는 않네?'라는 생각이 들고, 미용사분도 '예전보다 상태가 좋아진 것 같은데요?'라고 평해주시는 것을 들으면서, 정말 탈모 경력자 선생님들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약이 아니면 결국 무슨 치료든 허사일 겁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는 학생 신분으로 의료보험도 안 되는 비싼 약을 매일 먹는 게 너무 부담이 되어서 350일 중 250일은 피나 카피약을 반으로 잘라서 하루 0.5밀리씩 먹고, 가끔은 너무 피곤해서 샤워 후 바로 자는 바람에 복용을 건너뛰기도 하고, 미녹이나 비오틴, 어성초 등등의 일명 보조식품이라는 건 한 번도 먹지를 않았습니다. 오로지 먹는 약, 그거 하나를 믿으면서, 하루이틀 건너뛴 것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계속 먹었다는 것뿐으로도 약간의 호전을 보인 것이죠. 제 일상에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이 약만 먹었는데 호전이 되었으니, 결국 약이 없었다면 탈모는 21~2세 때 발현한 그 속도로 근 1년 간 제 헤어라인을 사정없이 집어삼켰을 겁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게 부작용인지 단순 노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성욕이나 발기력은 근 1년간 꽤 감소했습니다. 예전에는 이틀에 한 번씩 자위를 해 주지 않으면 아침에 발기가 계속되고 욕구불만에 신경이 곤두섰었는데, 이제는 그다지...ㅜㅜ 하지만 여친 한 번 사귀어 본 적 없는 모쏠루저로서 생활이 바뀌는 부분이 없으니 불편한 점은 없고, 탈모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제 동갑 친구도 비아그라를 산다던지 등 비슷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으니, 아마 유전자 상 그렇게 될 나이+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하다 보니 근육이 빠지는 문제가 섞여서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정력을 주고 약간의 모근 수명 연장에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램이구요.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이상한 치료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약을 꼭 드시라는 겁니다. 이상 26세, 피나 0.5미리의 350일차 후기였습니다.
☞ 본 게시판에서 모발이식 수술 후기는 신고 바랍니다. (삭제 및 탈퇴)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