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 녀석을 만났습니다.
제 초토화 상태를 가장 리얼하게 알고 있던 녀석이지요.
초토화 되며 사람들 만나기를 꺼려했던 탓에,
그 후배와 제 주변에 있던 몇명을 제외하고는 제 과거의 상태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사무실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후배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고가며, 약간 조마조마 했습니다.
지금 상태를 보고 그 녀석이 어떤 말을 할까...
일단 만나면서 반가움을 표현하는 단계에서는
그냥 반가움외에 아무것도 없었지요.
제 머리에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도 않았구요.
그러다가 술 먹고 하면서, 그 녀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형 머리가 정말 많아진 것 같아요."
"아, 그래... 다시 나더라..."
뭐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머리빠지면서 정말 우울해지고 신경쓰이더라고 했더니...
형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군요.
자기는 머리 적은 사람들 보면 그냥 머리가 좀 없는 사람이구나,
그런 정도 생각만 든다고...
"너도 한 번 빠져봐라. 그럼 알거다."
그렇게 말하고 웃고, 술먹고 그랬지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지,
그냥 유지될지, 아니면 악화되기 시작할지... 악화된다면 제가
견뎌낼 수 있을 지 그런 것 모두 아직은 잘 모르는 상태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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