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11월 호에서...
머리카락 대신 내가 가진 것.
원치승. 67년생. 여행사 ‘원여행클럽’ 대표. 아직 미혼. 소개팅에 나가 머리숱이 적다는 이유로 박해받기도 했지만 자신은 ‘대머리’가 사업하기 좋은 헤어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뭍 여성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어본 적은 여러 번 있어도 아직까지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이 없다. 믿거나 말거나.
양띠라고 말하면 다들 55년 양띤 줄 알아요. 주민등록상 명백히 67년 양띠에요. 결혼식장에 가면 주롄 줄 알고 소개팅 나가면 아버님이 대신 나왔냐고 말하는 여자도 있구요. 하지만 급할 때 아버님과 증명사진을 바꿔 써도 아무도 몰라요. 머리 말리는 데 30초도 안 걸리고 샴푸는 한 번 사면 2년은 쓰고…….
머리에 대해선 이제 초월했어요. 아주 가끔 머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개를 치켜들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치명적인’ 장점을 생각하려고 해요. 그게 뭐냐구요? 건강과 열정이죠. 이래 뵈도 테니스 선수 출신인데다 서른 살 나이에 중견 여행사 대표가 됐을 정도로 일을 사랑하거든요. 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유머도 빼놓지 못하죠.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일할 때 주로 ‘장수만세팀’을 인솔했어요. 가이드가 대머리라 노인분들이 멀리서도 식별하기 좋잖아요. 한 번 단골이 된 분들이 번번이 나만 찾으니 회사에서 아예 그쪽 전문 가이드로 못을 박더라구요. 그래서 여자를 못 만난 건 아닌지 모르겠어. 아무튼 그때 무지 열심히 일했어요. 그러다 IMF로 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제 단골손님들이 9억을 모아 주셨어요. 직접 여행사를 운영해보라고 말이죠. 그때 원여행클럽을 시작해서 지금은 20여명의 직원이 있을 만큼 성장했어요.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가 3학년 때 80일간 배낭여행 다니는 바람에 결국 ‘정치외면학과’로 졸업했죠. 그때 여행가이드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아직까지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80일간 배낭여행 하면서 40일간 밥 한 끼 못 먹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집중적으로 머리가 빠진 게 아닌가, 하고 친구들한테 늘 우겼지만 가족사진 보여주고 발각났죠. 사실은 집안 내력이거든요.
내가 미혼인 이유를 사람들은 이 머리에서 찾지만 나와 한 시간만 대화하면 오해는 풀릴 거예요. 난 일과 결혼했거든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 건 이상형을 못 찾았기 때문이죠. 정말 이상형을 찾기 전에는 결코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지 않으리라던 20대 초반의 결심을 아직도 지키고 있어요.
그녀는… 어딘가에 있겠죠? 나의 껍데기가 아닌 실체를 보아줄 그녀가요?
*이 분 sbs진실게임에도 나왔고 그 후로 라디오방송도 많이 하고 계신걸로 아는데요.
이분의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않는 자신감! 부럽습니다. 반만이라도 닮고싶네요.
원치승님 항상 사업 번창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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