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가 지저분해 보인다고 앤이 매직스트레이트 하잔다.
불안해진다. 가뜩이나 없는 머리 매직하면 더 없어 보이는데... ㅠ.ㅠ;;
죽어도 안한다고 했다. 전에 해봤는데 아무 소용도 없고 머리만 더 빠진다고
절대 안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주먹을 내밀면서 안하면 죽인단다.
십년은 젊게 보이게 해준다나... 내나이 서른둘... 그럼 스물둘로 만들어 준다는 얘기?
기분은 좋은데... 영 찜찜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안하면 죽인다는데 그리고 잘못되면 지가
책임진다는데 별다른 수가 없다.
스트레이트 파머 약이 최고급이란다. 머리에 약 바르면서도 감탄사 연발이다.
"역시 비싼 약이 좋긴 좋아... 냄새도 안나..."
그래도 불안하다..... ㅠ.ㅠ
머리를 편다고 올빽으로 넘겼다. 앤이 우스워 죽을려고 한다.
"자기 이마 이렇게 넓은 줄 몰랐어...ㅋㅋㅋ"
이상한 보자기를 덮어 씌운다. 이렇게 해야 더 잘된다나... 또 불안하다.
30분 지났다. 머리가 뜨거워진다. 헐헐헐....영~ 불안하다.
보자기 벗기더니 감고 오란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봤다. 걱정했던 대로다. ㅠ.ㅠ
머리가 반은 빠진 것 같다. 십년 젊어보이는 게 아니라 십년은 더 늙어보인다. ㅠ.ㅠ
그래도 앤은 좋단다. 사람이 달라 보인다나....
이번엔 중화제. 또 보자기를 덮어 썼다. 불안한 마음으로 30분. 또 머리를 감으란다.
머리 감고 오면 염색해 준단다. 오늘 내 머리 죽어난다. 쒸 ~ 펄... 앤만 아니면...
머리 감고 왔다. 이번엔 거울도 안봤다. 아니다. 겁이 나서 볼 수가 없었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블루톤이란다. 훨씬 젊어보일 거란다.
앤의 얼굴은 무척 상기되어 있다. 염색이 끝난 내머리를 상상하는 것 같다.
십년은 젊어진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리라... ㅠ..ㅠ
또 머리를 감으란다. 그래... 이제 포기다....
머리를 감고 거울을 봤다... 뚱야....ㅋㅋㅋㅋ....ㅠ.ㅠ....크헉....헐헐헐.....@.@..
정확히 5:5 가르마다. 없는 머리에 5:5 가르마... 정리를 하려고 해도 정리가 안된다.
완전히 머리 2/3는 날라간 것 같다. 아니다. 폭탄을 한 방 먹은 머리다.
욕실에서 나오자 마자 욕을 퍼부었다.
"이게 뭐야? 완전히 영구자나... 나 낼 출근 어떻게 해!"
순간 앤도 놀랐는지 잠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내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자기가 봐도 넘 우습단다.
속이 뒤집어 진다. 이걸 패야하나 말어야 하나.....다시 한번 욕을 퍼부었다.
그래도 뭐가 그리 잼있는지 웃음을 그칠줄 모른다.
앤 옷을 챙겨주면서 집으로 가라고 다그쳤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연신 미안하단다... 그래도 웃음은 그치지 않는다. 쒸...펄... ㅠ.ㅠ
앤 집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앤은 그게 불만이었는지 계속 궁시렁댄다.
"내가 일부러 그랬나? 다 자기 위해서 그랬지... 내가 잘못한 거 없어... 내가 가르마 낸 것도
아니고... 궁시렁~...궁시렁...."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
집앞에서 들어가라 그러고 발길을 돌렸다. 졸졸졸 따라 온다. 그리고 또 궁시렁댄다.
"자기는 나보다 머리카락이 더 중요해. 나도 영구같이 머리 자를까?'
속뒤집에 지는 소리만 골라서 한다.
끝내는 집앞까지 쫓아왔다. 다시 앤 집으로 향한다. 쒸~펄.. 추워죽겠는데......
다시 앤 집앞.
"빨리 들어가!'
"싫어"
"오늘 나 열받아서 죽는 거 보고 싶어 그러냐? 그렇게 하기 싫다는 스트레이트
하게 만들어서 사람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웃기까지 해? 그냥 들어가라...
알았냐?'
"훌쩍 훌쩍"
쒸~펄...앤이 또 눈물작전으로 나간다.
"자기 미워~"
갑자기 맘이 약해진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안한다고 했잖아. 다음부턴 내가 하기 싫다는 거 억지로
하라고 그러지마. 알았냐?"
알았단다. 한번 안아줬다.
"씨~익... 그래도 단정해 보여서 좋다..그치 자기야"
할말을 잃었다.
내 머리는 아직도 5:5가르마... 회사 사람들이 누구랑 싸웠냐고 그런다..ㅠ.ㅠ
간신히 스프레이로 가르마를 가리긴 했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5:5 가르마는 여지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어제 이후로 다시 한번 더 내 머리가 빠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놈의 대머리 고민은 언제쯤에나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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