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즈 여행 섹션에 얼마 전 인천공항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필자는 기사를 읽다 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중국의 각 도시로 향하는 대한항공의 노선이 무려 16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대한항공의 국내선 노선은 13개다.
여기에 일본의 각 소도시로 향하는 십 수개 노선에다 동남아 노선까지 모두 더하면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역시 인천공항이 커버할 수 있는 동북아 지역의 인구가 10억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허브공항으로서 전망이 밝다고 진단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대륙의 주요 도시에서 동북아와 동남아의 수많은 도시를 단번에 연결하는 노선을 만들 수 없는 만큼 이들 중소도시의 여행자들은 첨단의 설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을 경유한다면 여러 모로 편리할 수 있다.
서울은 숨쉬고 싶다
그러나 앤드루 워드 기자는 허브공항의 꿈이 단지 갈아타는 공항 역할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자체가 비즈니스와 각종 행사의 중심지 역할을 해 그 자체로 들르는 승객들이 많아야만 명실상부한 허브공항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금융가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서울을 홍콩이나 싱가폴, 상해 등과 맞먹는 금융과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워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걸림돌이 있다. 서울이 공해가 너무 심해 고급인재가 기꺼이 머물며 살 만한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역시 서울이 쇼핑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사교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지만 평방 킬로미터 당 무려 4천대를 넘는 엄청난 차량, 마구잡이 건설로 흉측한 몰골로 전락한 도시경관, 태부족인 녹지공간 게다가 심각한 대기오염까지 겹쳐 연봉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고급 인재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을 만한 곳인지 심각하게 의문을 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저 돈벌이의 기회가 있기만 하면 사람들이 마구 몰려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와 유럽의 소피아 안티폴리스 같은 첨단 테크노파크나 싱가포르와 상하이 등의 국제도시는 쾌적한 기후에 공해가 없으며 길거리도 깨끗한, 한 마디로 사람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궁극적으로 삶의 질이 문제라는 뜻이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씩 두고 있는 사람들은 집 값이 들썩거릴 때마다 마음은 뿌듯할지 모르지만 집 여러 채를 두고 사고 팔 수 있을 만큼 투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집값 올라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냥 헛배만 부를 뿐이다. 오히려 오른 땅값을 보전하기 위해 더욱 고밀도의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교통체증이 악화되고 공해만 심해지는 것 외에 얻을 것이 없다.
투기를 전문으로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아니라면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행정수도 이전을 적극적으로 환영해야 옳은 것 아닐까? 당장 서울인구가 1백만 정도 줄어든다면 차량도 수십만 대가 줄을 것이고 덩달아 공해도 눈에 띄게 감소할 것이다. 청와대나 정부청사 자리는 매각할 수도 있지만 도시의 장래를 생각해 녹지공간으로 적극 환원한다면 일거 양득이다.
수도이전 비용이 40조니 6조니 말이 많지만 이 논쟁에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져있다. 바로 인구감소에 따른 교통체증 완화, 그리고 스트레스 감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란 요소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평화롭고 안전해지고 싶다
최근 아파트 시장의 추세는 교통이나 상권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조망을 갖추고 있는지 주변의 녹지는 풍부해 공기는 맑은지 등의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 판단기준이라는 전언이다. 수도이전으로 서울의 환경지수가 대폭 개선된다면 이들의 집값은 오히려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눈에 띄는 도시환경의 개선을 보고 다국적 기업들이 직원후생의 걱정을 덜 수 있다면 이들은 서울로 아태지역 본사를 옮기자고 임원들을 설득하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이들 고소득자들이 서울로 몰려온다면 주택 소유자들은 외국인 전용 임대사업으로 쏠쏠한 돈을 만질 수도 있다.
수도이전 문제는 도시개발 정보를 틀어쥐고 부동산을 사고 팔면서 독점적 이득을 취하고 있을 일부 기득권 층의 사이비 여론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토지와 주택을 단순히 투자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쾌적한 환경과 생활여건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때만 수도이전의 진정한 장단점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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