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
선생님이 숙제로 `시`를 한편 지어오라 하셨다.
"자 여러분....오늘 숙제는 `시`한편쓰기입니다.
다른숙제는 안내주는만큼 열심히들 써와야해요
내일 각자 써온시를 앞에 나와서 낭독할거구요
그 중 ....제일 잘 쓴 시는 반 대표작으로 교내 백일장에 출품할거랍니다."
아이들이 일제히 `와아--` 하고 함성을 질렀다.
물론 다른숙제가 없다는것에 기뻐하는 함성이였다.
나 역시...`시`따위는 생각도 않은채 숙제가 없다는것에 까무라칠정도로 기뻐했다.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던져버리고 ...`숙제안하고 어딜가!`라고 소리치는
엄마에게 `오늘은 숙제없어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동네 공터로 달려가
해가 깊숙히 질무렵까지 실컷 놀았다.
잠자기전까지 실컷 텔레비젼을 보다가 슬슬 잠이와 고개를 꾸벅거릴쯔음
아빠가 오셨다.
아빠 => "우리 아들! 아직 안잤네? 숙제는 다했어?"
루시 => "아니....오늘 숙제없다? 선생님이 그냥 시만 하나 써오랬어"
아빠 => "시? 그것도 숙제아냐? 그건했니?"
루시 => "아니......그냥 내일 아침에 학교가서 다른애들꺼 배끼면돼..."
아빠 => "이놈자식이.......말하는것 하곤.....시를 어떻게 배끼냐..."
루시 => "그럼 그냥 안하고.....맞으면 돼지 ....뭐....."
아빠 => "껄껄껄......역시 내 아들이군.......그래그래 몸으로 때워라.."
부자지간에 그런 오붓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엄마는 옆에서 어이없는듯 한숨을 내쉬셨다. -_-;
엄마 => "둘이 아주 붕어빵이야 ...애비가 저러니 ...아들이 저모양이지...에휴.."
루시 => "난 엄마닮았다!! 뭐..........."
아빠 => "어허허......우리아들 잘헌다....."
엄마 => "뭐야 이시끼야? -_-+ 언능 인나서 숙제 안햇? 너 오늘 안해가면 나한테 죽어"
루시 => "에휴......저게 자식한테 할 소리야.......그치 아빠?"
아빠 => "이놈아..그냥.....엄마가 좋게 말로 할때....숙제해라...아빠는 힘없다..;;"
루시 => "쳇...."
이럴때는 아빠도 별 도움이 안된다. -_-
괜히 `시`이야기는 꺼내가지고......에고 내 팔자야..
근데..
생각해보니깐....내일 각자 써온시로 앞에나가서 읽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럼 .....시를 멋지게 잘써가면....박수도 받을테고...선생님께 이쁨도 받을테고
음.....안해가고서 매를 맞는것보단......하나 잘써가지고 가서 이쁨받는게 훨 좋겠군.
난 공책과 연필을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 => "응?"
루시 => "시.......얼른......시..."
아빠 => "그걸 내가 왜 해!"
루시 => "잘써가면 상장받을지도 모르는데 ......ㅠ.ㅠ"
아빠 => ".......에혀.......이놈자식....알았다."
루시 => "그럼 아빠만 믿을께.......아빠 멋쟁이....!!"
아빠 => "에혀......"
그리고 잠시 후
아빠는 몇줄의 글을 쓴 뒤 공책을 나에게 건넸다.
그 공책에 꽤나 긴 시가 적혀있었다.
[제목 : 님과함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평생 살고싶어
봄이면 씨앗뿌려.......
............................
..........................
대충 읽어보니 참....멋진 시였다. -_-;
어린나이에 이 노랫가사를 알리도 없고......들어본적도 없었기에
적혀있는건 정말 멋진 시라고 생각했고...
"아빠의 어릴적 꿈이 시인이였다던데...정말인가보다.....대단해!!"
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_-
그리고....
아빠 => "이건 니가 쓴거다.....절대 아빠가 써줬다고 하면 안돼 ! 알았지?"
이렇게 신신당부(?)하시는 아빠의 뒷통수에는 아마 큼직한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_-;
학교에서 아이들이 각자 써온 시를 발표하는 시간......
다들 유치찬란한 시를 써와서는 국어책 읽어내려가듯 하는걸 보고
비웃으면서 "니들이 시맛을 알아?" 하고 중얼거리며 콧웃음을 쳤다. -_-;
그런 유치찬란-_-빤스의 시를 읽는 아이들도
지들이 써온게 유치찬란-_-빤스 스러운지 아는지 얼굴이 벌게져서는
자기자리로 뛰어들어와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선생님 => "참 잘했어요.......다음은 루시가 나와서 낭독해볼래요?"
루시 => "네 선생님........"
교실 앞으로 나아가.....그 시가적혀있는 공책을 펴고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낭독했다.
"저푸른초원위에.....그림~~~같은집을짓고.....사랑하는우리님과~~~한평생살고싶어"
또박또박 음절에 맞게 끊어가면서도 목소리에 감정을 섞어가면서 낭독했다. -_-;
선생님이 옆에서 손으로 입을 막고 계신것쯤은 무시했다.
내가 이정도로 멋진 시를 써오리라 생각못하셨기에 `헉`소리가 나오려는걸 참는거겠지..-_-;
아이들도 모두 숨을죽이고 내 시를 경청했고...
그것에 힘입어 더욱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시를 다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마무리로 고개를 숙이면서 오른팔을 어깨위에서부터 반대쪽까지
휘저으면서 인사를 했다. -_-;
아이들은 한동안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다가
한아이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동시에 반전체 아이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터트렸다.
(듣고 있던 아이들도 초딩이다. -_-모르는거다 이 시의 정체를 -_-;;)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난.......선생님을 바라봤다.
여전히 입을 막으시고 `헉`소리를 참으시느라 눈물까지 흘리시더라 -0-;
박수소리와 함성은 한참을 이어지다가 멈췄고......-_-
내 뒤에 나와서 시를 읽어야 할 아이들은 내가 읽은 시에 위축되어
모두 읽기를 포기했다. -_-;
아이들이 `일등은 당연히 루시!!`라고 수근수근 거리느라 반전체가 시끌벅적 했는데도
선생님은 여전히 입을 막은채 울고계시느라 한말씀도 못하셨다. -_-;
암튼.........그날의 영웅은 바로 나였다.
마지막수업시간이 끝나고 하교종소리가 울리자 선생님께선
내 이름을 불르시면서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은 벌써 상장을 주려고 부른다고 떠들썩 했다.
상장받는다는 말에 솔깃해서 얼굴이 벌게질정도로 들뜬마음으로 교무실을 찾아갔다.
교무실에는 막 수업을 마친터라 학교내 모든 선생님들이 앉아계셨는데
담임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교무실 한가운데로 데리고 가더니
시가 적혀있던 공책을 내미시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 "루시야...솔직히 말해보렴......이거 니가 쓴거니?"
루 시 => "네...........그럼요......"
선생님 => "정말 니가 쓴거라면 ..여기서 큰소리로 읽어보렴....아까처럼.."
루 시 => "왜요?"
선생님 => "여기계신 선생님들께도 들려주려고.......니가 쓴 그 `시`를"
그때서야 뭔가 흠칫한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선생님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아......벌써 날 전교 1등으로 뽑아버렸구나] 라고.......-_-;
[담임선생님께서 얼마나 날 자랑하고 싶으셨으면.......] 이라고도 -_-;
그래서 선생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큰소리로 읽었다.
"제목!!! 님과함께!!! 저푸른초원위에!!!
선생님들이 일제히 웃어댄다. -_-;
그중에 몇몇은 책상을 두들기면서 웃어대신다.-_-;
왜들 그렇게 웃는지 영문도 모른채......끝까지 또박또박 시를 읽었다.
그렇게 그렇게.....교무실은 웃음바다가 되버렸다.
도대체 왜들 웃는지.......
"-_-?????????? 그림같은집을짓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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