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아버지의 빈 지게
내가 태어난 시골집 외양간 옆
아버지의 빈 지게가 우두커니 앉아있다.
금방이라도 아버지 등에 업혀
불끈 일어설 것 같은 지게……
나는 한번도 아버지 등에 업혀보지 못했는데
너는 평생을 아버지 등에 업혀서 살았구나
아버지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 것일까?
너의 어디가 좋아 그렇게 노상 업고 다녔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너를 업어본다.
그러나 네 무게에 짓눌려 일어날 수가 없구나
아버지의 땀방울을 하늘 가득 짊어진 너
너는 결코 빈 지게가 아니었구나!
<수상 소감>
동시 부문 김 형 태
글을 쓰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영혼을 덜어내는 작업이다. 살을 찢고 뼈를 깎고 혼을 담아 작품 하나 하나를 빚어내는 예술 행위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우리 집안, 친척 가운데 누구도 머리 빠지는 사람이 없는데, 유독 나만 머리가 빠진다. 아마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머리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왕스트레스다. 따라서 어떤 이는 나에게 조언하기를, 탈모 예방을 위해서라도 글쓰기 작업을 포기하란다. 마음 편하게 살지 왜 그렇게 사서 고뇌하고, 머리와 가슴을 쥐어뜯으며 힘들게 사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글만 쓸 수 있다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이깟 머리털쯤 뽑히면 어떻고, 아니 생명이 좀 단축된들 어떠랴!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늘 십자가다. 고통인 동시에 환희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가 부질없는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회의와 방황의 늪에 빠져들다가도, 이 일을 포기하는 것은 곧 나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도로 책상 앞에 앉아 누에가 실을 뽑듯 글과 씨름을 한다. 언제부터인가 글쓰는 일은 가르치는 일과 더불어 나의 소명(召命)이자 사명(使命)이 되고 말았다.
나에게는 여섯 살, 여덟 살 두 아들이 있다. 가끔은 두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게 키를 낮추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그동안 잃어버리고 산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심(童心)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시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를 쓰고 있는 동안 어느새 내가 어린아이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내 안에 메말라 있던 동심이 샘솟는 것이다. 이것이 동시를 쓰는 즐거움이다. 소설 등 다른 장르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응모했는데, 고향 충청도에서 나의 창작생활에 날개를 달아주어 정말 뜻 깊게 생각한다. 나의 고향은 논산이다. 그곳에서 16년을 살았다. 그리고 대전은 제 2의 고향이다. 그곳에서 7년을 살았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내 몸의 반은 여전히 고향 충청도에 머물러 있다.
나는 이번 대전일보 신춘문예 수상을 더 좋은 글을 쓰라는 하늘의 채찍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낮아진 마음으로 정진하여 보다 좋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많은 사람들과 독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기에…….
끝으로 나에게 늘 힘이 되어 주는 인터넷 카페 <리울 샘 모꼬지>... 등등 여러 회원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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