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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5년간 수고하셨습니다

  • 23년 전

  • 838
0
저와 언론(누굴까?)이 씹은 만큼..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굿바이 DJ (ytn 호준석기자)
>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 퇴임을 맞습니다.
>김대통령의 임기 5년 중 3년을 곁에서 지켜본 저는 조금 감회가
>특별합니다. 하물며 본인의 감회야 오죽하겠습니까.
>
>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은 완전히 상반된 두가지 정의가 가능합니다. 첫번째는 "참 복많은 인생"입니다.
>일생 중 30여년간을 민주화 지도자로 인정받으며 살았습니다.
>결국은 평생 그렇게 하고 싶어했던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마침내 21세기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까지 됐으니 개인으로서
>더 이상의 영광이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 재직 중에는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의 주인공으로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월드컵 개최국 대통령으로
>4강 신화를 앞마당에서 지켜보기까지 했습니다.
>
>
>그러나 완전히 거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참 힘들고 불운한 인생"입니다. 생과 사의 문턱까지 갔던 절대절명의
>죽을 고비를 네 번이나 넘겼습니다.
>납치와 연금,투옥의 나날이 20년 이상 계속됐습니다.
>고의성 짙은 교통사고로 30여년간 다리를 절게 됐습니다.
>수십년간 뿌리깊은 반대세력의 음해와 공격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장남은 고문 후유증으로 지금도 건강하지 못한 상태이고 차남과 삼남이
>나란히 구속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
>
>과연 그의 일생은 행복한 일생입니까, 불행한 일생입니까.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
>저는 그를 떠나 보내면서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몇가지 하고
>싶습니다.
>3년 동안 이 얘기를 못했던 것은 그가 아직 현직에 있었기 때문이고
>제가 아직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얘기를 미루는 것은 저의 기자적 양심에 거리끼는 일인 것 같아 더 주저할 수가 없습니다.
>
>
>저는 사실 청와대에 출입하기 전까지 DJ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제가 정당에 출입할 때는 그가 정계를 떠나 있을 때였고 그가 정치에 복귀한 뒤에는 제가 주로 사회부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88학번인 저는 후보단일화 논쟁이 치열했던 87년 대선에서 비껴서 있었고 기자가 되기 전까지 호남지역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DJ의 이미지는 "매우 노회하고 독선적인 정치인"이라는 것 이상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
>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지켜본 DJ는 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매우 여리고 수줍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주관이 확고하고 고집이 세지만 자기 고집을 무조건 강요하기보다는
>설득하고 토론하려는 사람이었습니다.
>측근들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는 섬세한 결벽성이 있는가
>하면 자기 철학과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관철시키는 추진력을 보이기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남의 말을 잘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
>
>아마 젊은 시절의 그는 지금과는 또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는 80세에 가까운 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야당투사가 아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여유를 가진
>상태였습니다.
>저는 그가 좀더 유연하고 유머러스하고 쇼맨쉽도 갖춘 대통령까지도
>돼주길 바랐지만 이미 80을 바라보는 그에게는 무리한 기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해외에 나갔을 때 DJ가 받는 대우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선진국에 갈수록 그는 넬슨 만델라와 동격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 '20세기의 영웅'이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방문에 맞춰 DJ 일대기를 특집으로 제작하고
>특집면을 만들었습니다. 에이펙이나 아셈처럼 세계 강대국들이 모두
>참석하는 국제회의에서도 DJ는 거의 언제나 첫 번째의 발언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지난해 덴마크에서 열린 아셈 때는 주최국인 덴마크의
>라스무센 총리가 각국 정상들을 소개하면서 오직 DJ에게만
>"excellent leadership, President Kim"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블레어와 시라크, 주롱지와 고이즈미 같은 쟁쟁한 인물들도 아무 수식어
>없이 이름만 소개됐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DJ에 대한 특별대우는 국제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습니다.
>
>
>DJ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이나 투자유치 설명회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일단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정상들간의 외교적 수사(修辭)는 늘 과장되게 마련이지만 DJ에 대한
>것은 수사라 하더라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김대통령은 나에게 살아가야 할 힘, 살아가야 할 도덕적 스승이자 길잡이다"(조스팽 프랑스 총리), "김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독일이 한국의 금융위기 때 한국을 돕는 동기가 됐다"(라우 독일 대통령)하는 식이었습니다.
>
>
>현 정부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한 선배 기자조차도 이런 모습을
>보고는 "머리색 검고 얼굴 노란 황인종 중에서 백인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는 사람은 중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다. 오직 DJ 뿐이다"고 하더군요.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이런 대접에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이기 일쑤였습니다.
>
>
>그러나 이런 얘기들은 국내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동행한 3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입니다. '대통령을 칭찬하는 기사는 낯뜨겁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국내의 뿌리깊은 반(反)DJ 정서를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
>
>대한민국의 CEO인 그가 이런 'DJ 브랜드'를 갖고 있었으니
>이것이 한국에 대한 투자유치와 IMF 극복, 그리고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네임밸류에 만족하지 않고 발로 뛰면서 한국 경제와
>햇볕정책을 세일즈했습니다.
>해외순방 때마다 저는 80에 가까운 DJ가 강행하는 빡빡한 일정에
>먼저 넉다운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DJ의 공식일정은 전임 대통령들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유력 언론들이 자신의 국정이념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으니
>직접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연설문은 밤을 새워가면서 직접 작성했고 지난해 2월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
>
>DJ가 2001년말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정치 불개입을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정당에 출입하는 선배 기자들의 상당수도 "DJ는 어떤 식으로건 대선에 개입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옛날의 DJ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의 DJ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미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고 해외에서는 세계적인 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남은 욕심이 있다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 것뿐일 겁니다."
>
>
>그는 '대통령'으로서 성공하고 싶어했지만 그의 반대파들은
>그를 여전히 특정 정파, 특정 지역의 수장으로만 간주하고 끊임없이 흠집을 내려고 했습니다. 몇몇 보수언론들의 노골적인 왜곡보도는
>같은 기자입장에서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가치관과 이념을
>달리하는데서 나오는 비판이 아니라 오직 DJ를 공격하기 위해서
>사실 자체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나쁜 보도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
>
>
>이제 그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저물어 갑니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습니다.
>다만 경제개혁과 남북협력,그리고 IT 육성이라는 그의 기본방향이 옳았다는데는 큰 반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실패가 너무나 극적으로 강조돼온 반면 성공에 대한 평가에는
>지나치게 인색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
>그러나 공과(功過)는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단지 저는
>대한민국을 위해 바친 그의 열정과 진심만은 우리가 인정하고 그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수고하셨습니다. 김대통령. 이제 좀 편안히 지내십시오."
>
>
>
>저의 'cool한 정치' 칼럼도 이것으로 마칩니다.
>그동안 기대했던 것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칼럼란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서프라이즈//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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