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방금 전화가 왔다.
헤어진 후 약 2년간의 세월로
내 인생을 바뀌게 했던
그렇지만 너무나 보고 싶었던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똑같았다.
술취해 코소리를 내는 것도
너무나 똑같았다.
나더러 자기를 아직 모른다고 한다.
맞다. 나는 고 2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녀를 만나면 그저 신기하고 신비했다. 그녀는 모른다.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한 것인지를...
그녀가 대뜸 중대발표를 한다고 내게 다짐한다. 나는 긴장했다.
그녀는 뜸까지 들인다. 순간이지만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지나간다.
열아홉살때 헤어지고 스무살 되던해에 갑자기 전화와서
다시 만났을 때도 그녀는 이랬다.
영장 나오자 헤어지고 제대후에
다시 만날때도 그녀는 이랬다.
떠나는 건 항상 그녀의 몫이었지만
남아서 폐인되는 것은 항상 내몫이었다.
그렇긴 하나, 오늘도 나는 긴장했다.
그녀는 뜸을 들이고 나는 순간이지만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지나간다. 머리...
그녀와 헤어진 2년 후 비어버린 내 머리카락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난 쓴웃음을 짓는다.
결혼한다고 한다. 또, 니가 하지 말라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그 말은 그저 술취한 농에 불과한 것을
소심한 나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오늘 밤 또 집앞 슈퍼에 가서
쥐포 두마리와 소주 한병을 사와야 한다.
그리고 나의 없어져 버린 머리칼과 오늘밤 그녀의 전화와
그녀의 결혼과 소심해져가는 내 성격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해야 한다.
-200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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