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작년쯤부터 아버지께서 점점 머리가 얇아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예전부터 저희 외가는 완벽하게 풍성한데 친가의 머리숱은 영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환갑 다 되신 외삼촌댁과 모임을 했는데, 상대적으로 더 젊으신 편인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이제 뒤통수가 꽤나 비어 보이기 시작한 데 비해 외삼촌은 아직도 저보다 더 풍성하신 상태였습니다. 그제서야 확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어린 나이부터 머리숱이 부족한 이유는 부계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억울한 점은 저희 아버지나 큰아버지나 연세 50이 넘으신 후에야 세월이 쌓이면서 머리숱이 부족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저는 20세부터 이미 탈모가 시작되었고, 누나도 머리숱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호르몬이 많이 나오지만 유전자가 괜찮았던 모계와 탈모유전자가 있지만 호르몬이 적정 수준이라 진행이 느린 부계가 섞여서 나온 끔찍한 혼종에다 그게 '남성'이라 직접 발현되는 극악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 저라는 거겠군요. 새삼 다시금 이 유전자는 후대에 물려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안하다 정자들아 다음 생을 기약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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