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척분의 결혼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천안까지 내려갔습니다. (혹시 누가 아실련가? 능수버들농원 웨딩홀)
어머니 친구부부를 만났습니다.
강모씨 아줌마라고 저희 어머니와 뗄레야 뗄 수도 없는 사이죠.
저희 식구와 그 집 식구들은 전부터 잘 알던 사이에요.
저희 부모님과 그 쪽 부부끼리 여행도 몇 번 갔었으니까요.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그 아저씨(물론 탈모끼 안보이고 정수리 빵빵함)가 젤 처음 하는소리가
"야~~ 너 대머리 까지는구나."
그러면서 앞으로 와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또 갸우뚱 거리면서
"어떻게 머리 까지는것도 지네 아버지랑 똑같네."
속 부글부글 끓고 열받음.
어른들은 모두 다 폐백실로 들어가고, 난 그 앞에서 분을 삭히고 있었죠.
조금 있다가 그 아저씨 부부가 나오더군요.
이번엔 아줌마가 한마디 하더군요.
"어떻게 넌 머리스타일도 그렇게 아버지랑 똑같니?"
"그만하시죠."
"뭐?"
"그딴말 하지 말라고요. 저도 이거때문에 스트레스 존나게 받는다고요."
평소 착하기만 하고 순하던 내가 이렇게 나오자 그 아줌마 당황하는 기색이 완연..
"스..스트레스는 무슨.. 머리 길러서 내리면 괜찮어~"
그 다음은 다 아시겠죠.
그쪽 아줌마부부랑 저랑 둘 사이에 싸늘한 공기..
잠시후 폐백실의 어른들 다 나오고 이제 큰길로 내려갔습니다.
그 아줌마아저씨 부부는 가신다고 하더군요.
그 아저씨 차에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할머니.... 매우 나이드신 할머니였습니다. 그 아저씨의 어머니셨나봅니다.
자기 친구도 아닌... 친구 동생의 결혼식에 노모까지 모시고 오셨더군요. 거동이 불편하셔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시는 분을 모셔온 것입니다. 친분을 위해서, 서울에서 천안까지...
그 아줌씨 부부는 우리의 모든 친척분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시더니 곧 차를 몰고 떠났습니다.
물론 난 마주치지도 않았죠.
이제 와서 좀 죄송스럽습니다.
우릴 위해서 이 먼곳까지 노모까지 모시고 온 분들인데... 저의 그 말에 안색도 붉히지 않으신 좋은 분들인데 말이죠.
그 아저씨가 악의가 있던 말은 아니겠죠. 그 아저씨는 탈모가 주는 스트레스를 몰랐을겁니다.
그 아저씨가 나에게 "너 대머리 까지는 구나." 라고 말한것.. 그건 마치
[야.. 너 키 많이 컸구나.]
[야.. 너 머리 염색했구나.]
[야.. 너 패션에 신경 좀 썼구나] 라고 말하는것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테죠.
머리숱고민 안하는 사람은 영원히 모를테죠. [대머리][까진다.][벗겨진다]와 같은 단어가 얼마나 우리에게 끔찍한 단어인지...
그 분들 정말 우리가족에게 베푼것도 많고, 마음씨 좋은 분들인데...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설사 할아버지나 할머니였더라도, 선생님이었더라도, 그 누구였더라도 ......
보통 사람들이 이런 이야길 듣는다면 "버르장머리 없는 놈.""싸가지 없는 놈."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제 심정 이해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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