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숱없는 머리...
이제는 누가 봐도 횡하니 드러나는 정수리와 양옆의 두피...
남자건 여자건 머리카락만 쳐다보게 되는 나...
머리숱이 빽빽한 남자친구가
힐끔힐끔 내 머리를 볼 때면 정말 살기 싫다.
오늘도 쳐다보았다.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한두번...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남친이 헤어지자고 할 것이 두려워
견디지 못하고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해버릴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데...
머리카락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죽도록 싫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거울을 쳐다보지만,
그 속엔 머리카락 없는 내가 있을 뿐...
이리저리 아무리 바꾸어 보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제는 미용실에 가는 것도 두려워
심한 곱슬머리에 새치가 듬성이 보이는 머리카락을
사람들이 볼세라 항상 신경쓰면서 그냥 다닌다.
어떻게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걸까...
왜 축복받지 못한 출생을 가지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또 이런 형벌이 주어지는 것일까...
내가 전생에 도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갚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길래...
이런 일로 하여금 내 몸과 마음이 서서히 죽여가고 있는 것일까...
혼자서 외롭게 살다가 죽어야 하는 팔자라면
차라리 지금부터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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