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최대 화제작 "살인의 추억"을 보면 형사 박두만(송강호)이 온종일 목욕탕 에 앉아 벗은 사람들을 흘끔거리는 대목이 나온다.
사건현장에 털 한올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범인이 무모증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다.
남녀 모두 무모증이면 수치심과 열등감을 느낀다고 하거니와 대머리 또한 보통 고민거리가 아니다.
머리가 훤히 벗겨져 있으면 나이들어 보이는데다 제아무리 잘생겼어도 좋은 인상을 주긴 힘든 까닭이다.
"빛나는" 이마 때문에 맞선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거나 가발인 걸 숨기고 결혼했 다가 신혼 첫날 벗겨져 한바탕 소동이 났다는 얘기도 있다.
앞머리가 없으면 외모만 깎이는 게 아니라 땀이 곧바로 흘러내리는 어려움을 겪 는다.
보통사람이야 닦으면 된다지만 2시간이상 달려야 하는 마라톤선수에게 여간 고 역이 아니다.
마라톤 도중 땀이 눈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머리띠를 두르거나 선글라스를 쓰는 등 고생하던 이봉주(33 삼성전자)선수가 마침내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는 소식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꼭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2천4개의 모근을 심었는데 "10년은 젊어진 것같다"며 기뻐한다는 것이다.
‘봉달이’ 이봉주(33·삼성전자)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맨머리가 듬성듬성 드러나 땀이 바로 얼굴로 흘러내린다. 그 땀이 눈 속으로 파고들면 눈까지 따가워 가뜩이나 힘든 달리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동안 이봉주가 달릴 때마다 이마에 태극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거나 고글형 선글라스를 쓴 것은 그 때문. 98년 쌍꺼풀 수술을 한 것도 그래서였다.
이제 이봉주가 달리면서 땀 닦는 모습을 안쓰럽게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9일 저녁 CNP차앤박 모발이식센터에서 휑하던 정수리 부분에 2004가닥의 머리카락을 심었기 때문이다.
굳이 2004가닥을 심은 것은 2004아테네올림픽을 염두에 둔 것. 내년 올림픽에서 반드시 월계관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머리카락을 심었으니 무더운 8월에 열리는 올림픽에서도 더 이상 땀 때문에 눈이 따가워지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수술을 집도한 황성주 박사는 “이봉주는 머리 앞부분 숱이 많이 줄었고 탈모 증상이 정수리까지 확대돼 머리 뒷부분 모근을 채취해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이봉주의 열혈 팬으로 이번 수술도 그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 수술비는 무료.
일단 심은 머리카락은 한 달 뒤 다 빠지고 그 자리에 석 달 뒤부터 새로운 머리가 자라 내년 6월쯤이면 이봉주의 앞머리에 새카만 머리카락이 가득할 듯. 황 박사는 “이봉주는 다른 사람에 비해 두상이 작아 2004가닥을 심었어도 2600가닥 정도를 심은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할 경우 일반인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90∼110회(보통 땐 70∼85회). 그러나 이봉주는 수술 내내 분당 52회를 기록해 수술진을 놀라게 했다. 마라토너다운 철의 심장을 과시한 것. 이봉주는 “수술 다음날인 10일 평소대로 훈련하며 땀을 흘렸지만 머리카락이 한 올도 빠지지 않았다”며 흐뭇해했다.
휴일인 11일 이봉주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겸 모처럼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사람들이 그를 몰라볼 리 없다. 처음엔 달라진 모습에 긴가민가하다가 “머리카락 심었네요” 하며 인사를 건네는 팬이 많았다. 이봉주는 “머리카락 심은 모습을 거울로 보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요즘 옹알이가 한창인 8개월 된 아들 우석이도 무럭무럭 잘 자라 남은 소망은 내년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 뿐”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동갑내기 부인 김미순씨도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봉주씨 머리의 부기가 아직 안 빠져 옛날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맨머리보다는 머리카락이 수북한 게 좋다”고 말했다. “가장 큰 소망은 봉주씨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뛰는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머리는 나이와 유전 남성호르몬이 주원인이지만 근래엔 스트레스와 인스턴 트식품 탓인지 갈수록 발생연령이 낮아진다고 한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등 탈모 예방이 최선이고,초 기엔 미녹시딜이나 프로페시아 등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지만 심해지면 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모발이식이 가능해진 건 1950년 미국의 피부과 의사 바스키가 "털은 처음 났 던 부위의 성질을 간직한다"는 걸 밝혀낸 덕이다.
머리 뒤쪽 모낭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아 앞으로 옮겨도 잘 빠지지 않는 다는 점을 원용하는 셈이다.
한번에 이식 가능한 모근 수(1천5백~2천개)와 밀도(1 당 60모) 모두 한계가 있 지만 대부분 한번 수술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적지 않은 비용(2백50만~5백만원) 에도 불구하고 수술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식한 머리카락은 보통 한달쯤 지나 빠졌다가 석달 뒤부터 다시 자라 6개월 쯤 되면 자연스러워진다.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선 한결 젊어진데다 땀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잘달려 꼭 우 승하는 이봉주선수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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