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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락소 웰컴의 약은 3년이 지났는데 왜 안나오나?

  • 22년 전

  •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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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와의 전쟁, 승리가 보인다
먹는 대머리 치료제 개발에 유전자이식술 등장…두피세포 이식도 성공
「의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히포크라테스는 다른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정작 자신은 생전에 말 못할 「질병」을 안고 있었다. 그의 고민거리는 탈모증. 기록에 따르면 히포크라테스는 아편ㆍ 고추냉이ㆍ비둘기 배설물 등 갖은 성분을 혼합한 약재를 만들어 자신의 탈모증을 치료하려 애쓴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당대의 명의로 통하던 그 역시 탈모증을 치료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대머리로 불리는 남성형 탈모증과의 「전쟁」은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됐다. 흔히 현대인들만의 고민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탈모증은 기원 전부터 인류를 괴롭혀왔다. 고대 이집트 무덤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000년경 파라오 차타가 탈모증으로 고생하자 그의 어머니가 특별히 치료제를 만들어준 것으로 돼 있다. 또 로마의 영웅 시저도 불에 태운 생쥐, 곰의 기름과 사슴의 골수 등을 탈모 치료제로 썼다고 전해 온다. 그를 위해 치료제를 만들어준 사람은 연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였다. 역시 대머리였던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머리가 지나친 색욕의 대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인류는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머리와의 전쟁에서 변변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한때 독일 군인들은 말의 타액을 대머리 치료에 이용하기도 했고, 미국 농부들은 소에게 머리를 핥게 함으로써 대머리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또 물구나무 서기가 대머리 억제 수단으로 권장된 적도 있었다. 온갖 속설과 민간요법이 난무했지만, 머리 숱으로 고민하는 인류는 줄지 않았다.

●은밀한 경로 통해 조금씩 국내 유통

하지만 20세기 들어 대머리와의 전쟁에서 점차 승전보가 들리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대머리의 발생 원인을 거의 대부분 밝혀냈고, 이에 근거한 새로운 약들이 속속 선보이거나 개발 중이다. 또 유전자에 대한 최근의 비약적인 연구 성과는 대머리의 완전 정복도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낳고 있다.

현재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약은 프로페시아(Propecia)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MSD(Merk Sharp & Dohme)가 개발해 지난 97년 12월부터 시판하고 있는 이 약은 세계 최초의 먹는 대머리 약으로, 미국에서만 50만명, 전세계적으로는 37개국 100만명의 탈모증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다. 현재 대머리 전문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은 프로페시아와 지난 88년 시판 허가된 미녹시딜(미국에서는「로게인(Rogaine)」이라는 상품으로 판매) 밖에 없다.

이 약은 오는 5월 한국시장에서 정식 시판을 앞둬 국내 탈모증 환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의 경우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시판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수입 의약품도 국내에서 별도의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까다로운

법 규정 때문에 수입이 지연되다 올해 초 법 개정으로 최근에야 수입 허가가 났다. 요즘 인터넷 대머리 동호회 사이트에는 이 약의 효능과 기전(작용 메카니즘)에 대한 숱한 정보가 떠 있고, 이미 복용해본 사람의 감상문까지 올라와 있다.

MSD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프로페시아는 의사들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지만, 최근 들어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밀한 경로를 통해 조금씩 국내에 유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SD의 설명에 따르면, 프로페시아는 이미 과학적인 임상실험에서 효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탈모증이 있는 남성 1879명을 대상으로 한 3건의 위약 대조 실험(환자는 알 수 없는 가짜 약과 함께 투여해 결과를 비교하는 시험)에서 프로페시아를 24개월 복용한 사람 중 83%는 정수리 부분의 모발 수가 그대로 유지되었고, 눈에 띌 정도로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 사람도 66%에 이르렀다고 한다. 반면 위약 투여 대상자들은 28%만이 모발 수가 그대로 유지되었고, 모발이 다시 자란 사람은 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정밀 사진 분석 결과 프로페시아는 성장기에 있는 모발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모발의 성장 주기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모발의 두께, 길이, 성장 속도, 성장 기간 등 전체적인 모발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프로페시아가 대머리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은 대머리 발생의 근본 원인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 DHT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5 환원효소의 작용을 받아 바뀐 물질로, 탈모 유전 요인을 갖고 있는 모낭을 점점 위축 소멸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페시아는 이 5 환원효소를 억제해 DHT의 생성을 막는 작용을 한다.

사실 프로페시아는 다른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얻은 부산물이었다. 1970년대 MSD 연구진들이 5 환원효소가 유전적으로 결핍된 사람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정상인보다 전립선이 작은 데 주목했다. 5 환원효소를 인위적으로 억제해 전립성 비대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한 피나스테라이드라는 물질이 프로페시아의 출발이었다. 이 물질은 지난 92년 FDA에 의해 프로스카라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프로페시아는 이 프로스카와 동일한 물질로, 용량만 다를 뿐이라는 게 MSD측의 설명이다(프로스카는 한알이 5㎎, 프로페시아는 1㎎). 그동안 일부 피부과 전문의들은 탈모증 환자들에게 프로스카를 투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SD코리아측은 『프로스카가 피부에 흡수되면 여성은 기형아를 낳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프로페시아는 용량을 줄였을 뿐 아니라 약 표면에 코팅을 해 피부 흡수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100명중 한명꼴로 성욕감퇴 등 부작용"

국내 전문가들은 프로페시아가 그동안 나온 대머리 치료제 중에 가장 효능이 확실하지만, 한계도 있다고 강조한다. 한승경 박사(우태하ㆍ한승경 피부과의원 원장)는 『프로페시아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복용을 중지하면 수개월 후에 다시 원상회복되기 때문에 일시복용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며 『100명 중 1명 정도는 발기부전, 성기능 감퇴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경희대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프로페시아는 정수리 부분에만 효력이 나타나고 완전 대머리들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MSD 코리아측도『임상실험 결과 프로페시아는 전체 7단계 대머리 진행 과정 중 2∼5단계에만 듣는다』고 설명했다. 프로페시아는 매일 1㎎ 한 알을 먹으면 되는데, MSD측은 한달 분을 5만원 가량에 시판할 계획이다.



과학적인 임상 실험을 거친 먹는 대머리약은 현재 프로페시가 유일하지만, 개발 중인 약도 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그락소 웰컴이 개발 중인 대머리 약으로, 현재 2상까지 실험을 마찬 상태다. 그락소 웰컴 코리아 측은 『올해 3상에 들어갔는데 앞으로 2∼3년 후면 상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약은 「GL198745」라는 물질로, 5 환원효소의 생성을 막는 기전은 프로페시아와 똑 같다. 하지만 5 환원효소를 2중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그락소 웰컴측의 설명이다. 5 환원효소의 경우 1형, 2형 두 종류가 있는데, 프로페시아는 2형 효소의 생성만 억제하지만, 이 물질은 1형 효소까지 억제함으로써 더 효과가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바르는 대머리 약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는 미녹시딜의 경우는 아직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물질 역시 본래는 혈압치료제로 개발됐다가 탈모 방지제로 쓰이게 된 경우. 혈관 확장 및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탈모 방지 및 발모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녹시딜 제제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 중외제약의 볼두민, 한미약품의 목시딜 등 다양한 제품명으로 수입 판매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허가된 유일한 발모 의약품이었다. 이 미녹시딜 제제는 국내에서 연간 2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머리 치료제」로 알려져온 것은 이러한 전문 의약품보다는 의약부외품이나 식품류들이었다. 현재 연간 6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의약부외품 시장에는 주로 바르는 발모제들이 인기를 끌어왔는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그로비스(경인제약)를 비롯해 태평양제약의 닥터모, 제일제당의 모발력, 조선무약의 모생천, 한독화장품의 스펠라 707 등 다양한 제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또 발모 식품류로는 검정콩 다시마 효모 등을 원료로 한 모리나가(제조원 H&C)가 있다. 모리나가의 경우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 필수 구매품으로 떠오를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온 탈모 방지나 발모제의 경우 100% 효능을 보이는 것은 아직 없으며, 자신에 맞는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출시될 프로페시아 같은 전문 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 필수

앞으로 대머리 완치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유전자 이식술. 이와 관련해 작년 10월 미국 코넬대 웨일 의대팀의 동물 실험 결과는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연구팀은 털 발육에 관여하는 「소닉」이란 이름의 유전자를 보유한 바이러스를 어린 쥐의 털 없는 부위에 주입했는데, 며칠 뒤 모공에서 검은 색깔의 털이 돋아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머리카락을 나지 않게 하는 유전자 변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휴면 모공을 활동 모공으로 바꾸는 연구에 성공하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도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결과를 확신할 없지만 사람의 대머리 부위에 특정 유전자를 이식할 경우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작년 11월에는 초보적인 두피 세포 이식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당시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더럼 대학의 콜린 자호다 박사가 자신의 모낭 밑 두피세포를 아내의 팔에 이식해 털을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당시 자호다 박사는 핀 머리 크기 만큼 두피세포를 떼어내 다섯가닥의 털을 자라게 했는데, 부인의 팔에서 새로 난 털은 남편의 머리카락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한다. 당시 실험은 모발세포가 여타 세포와 달리 이식에 의한 거부반응이 없다는 학설을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대머리의 완전 정복 가능성에 대해 경희대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대머리의 주요 원인이 유전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탈모에 관련된 유전자가 다 밝혀진 것은 아니다』며 『코넬대 연구팀이 이식한 소닉 유전자도 모발 형성 초기에만 관련된 유전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탈모와 발모의 「신비」를 풀기 위해서는 아직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주간 조선 200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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