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소재 개발을 죽어라 해보고 있는 연구개발 중소기업 대표입니다.
개발만 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은데....고민이 많네요.
매번 눈팅만 하다가 이제서야 글을 올려 보네요. 등급도 올릴겸 여러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기도 해서. ㅎ
JAK-3 저해 기전은 항암 쪽에서도 많이 보고 있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Pfizer의 젤잔즈(Tofacitinib)와 Incyte의 자카피(Ruxolitinib)가 경구투여용으로 자가면역질환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물질 모두 물질특허는 원 개발사에 있으나, 용도특허를....특히 탈모에 대한 용도특허를 대학에게 뺏긴 상황이죠. 그래서 탈모인들은 대다수 알고 계시는 아래의 기사를 접하셨을 겁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8%B0%EC%A0%81%EC%9D%98-%ED%83%88%EB%AA%A8-%EC%B9%98%EB%A3%8C%EC%A0%9C-%ED%83%84%EC%83%9D%ED%95%98%EB%82%98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613
저도 이 기사와 함께 관련된 임상 결과들과 CNN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해당 기전을 다른 쪽으로 응용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특히 쥐 시험은 인상적이었죠. 왜냐면 시험에 사용한 쥐는 원형탈모가 아니라 그냥 모낭을 휴지기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 기전은 모낭을 생장기로 전환 시키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연구자 분들도 많았을 듯 합니다.
그때부터 특허 원문도 보고, 검색을 통해 회피할 방법을 요리조리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 얘네들 물질특허가 장난 아니다라는 결론만.....ㅠㅜ. 많은 돈으로 좋은 머리 사다가 만든거라 그런지 도망갈 방법이 없게 만들었더군요. 그렇게 헤매다가 우연히 똑같은 기전과 연관된 천연물질을 알게 됩니다. 천연물질은 특허가 성립되지 않으니 잘 빼서 써보면 되겠다는 생각.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은 물질이더군요. 극미량이라 추출 효율이 너무 떨어지더군요. (해당 표준물질이 왜 비싼지 알겠더군요.)
암튼 몇년간 헤매기만 하다가 우연히 다른 생각이 들어서 추출방법을 완전히 바꿔보았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고, 너무 깔끔하게 해당 물질이 농축되는게 정말 기쁘더군요. 천연추출물이니 방법특허나 내보자 해서 특허도 냈습니다.
기전이 동일한 것은 여러 논문들에서 증명된 바 있으니, 임상을 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임상 따라 할거 그냥 화장품 소재로 가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원료 등록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변 탈모인들이 가만 두지 않더군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임상이 아닌 체험(?)이란 생각으로 원료상태 처방을 해 줬습니다.
천연조성물이라도 혹시 몰라서 두피에 바르는 외용제 형태로 쓰게 했더니....과학적 기전이 무엇인지 바로 증명되더군요. 탈모초기에 150 ~ 200 모 정도 매일 빠지던 사람들이 2주만에 정상범위(70 이하)로 들어오더군요. 신생모는 4주 정도면 확인 되었고, 탈모 때문에 모자로 가리던 사람이 모자를 벗고요. 특히 제가 결과를 고민했던 남성형 탈모에서도 6주만에 신생모가 득세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
현재 용도 특허를 가진 대학 연구진이 임상에서 얻은 결과를 통해 적응증 범위를 원형탈모에서 일반 탈모까지 확장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한 회사가 안드로겐 탈모에 JAK3 저해 기전을 적용하는 2상을 등록하고 준비중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회사 대표로서....결과는 좋은데 사업화 고민이 많습니다. 화장품은 해 볼만 하겠다 싶어서 대략 300 ~1,500억 매출하는 화장품 회사 대표들을 만나 직접 제안해 봤습니다. 결론은....좀 비참하더군요.
이들은 기술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만들어지고 증명된 제품을 유통만 하는.... 정말 철저한 유통사 더군요. 그러니....공장도 없고 그저 이미지 마케팅만....(특허사용권을 달라거나 독점이라거나....이런 구린내 나는 얘기까지 하더군요. ㅠㅜ)
더구나...탈모 관련 화장품들은 아무 근거 없는 광고들로 아사리(?) 판을 만들고 있으니... 이거 잘못 접근했다가는 똑같은 수준으로 취급 받을거 같고. 거기에다 탈모는 의료하고 미용 영역이 이상하게 겹쳐서, 화장품에서 발모효과는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기전이 불명확한 몇가지 물질만 넣으면 "탈모 방지"가 되더군요.
그래서...고민이 많습니다. 의약품으로 가기에는 길이 너무 멀고, 화장품은 너무 사기판이 된거 같고.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제조는 어렵지 않으나 판매가 불투명하고. 더구나 탈모를 해결하는 화장품이라면 시장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조사도 되어 있지 않으니, recipe 잡기도 쉽지 않네요.
어쩌다 보니 여기에다 고민을 올리게 되네요. 눈팅 하다보니 탈모인들의 조언이 더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암튼 몇가지 타입으로 시제품을 만들기는 할겁니다. 아슬아슬하게 만든 기술이다 보니 애착도 생겨서 없는 돈이라도 끌어와야죠. 물론 빚이 더 늘어나는게 겁나기는 합니다. ㅠㅜ
아무 얘기라도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용기 내라고....그래도 대표이사니까 나중에 제 멋대로 조언 주신 분들 선정해서 제품으로 보답해 보겠습니다. 만들어지면 말이죠... ㅋ
저는 탈모가 아니지만 언젠가 저에게도 올 수 있는 거고, 그나마 지인들 탈모는 일단 막아 봤으니 해봐야죠.
모든 분들에게 좋은 밤 되시고... 탈모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기분 전환이라도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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