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졸업사진이래갖고 다 같이 약속하고 정장으로 맞춰입고 갔었습니다.
오늘 모처럼 괜히 정장 입은 기분 좀 낼려고 비싼 썬글라스도 하나 갖고 갔습니다. 그래서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척 쓰고 들어갔죠.
그냥 기분 좀 내 본 것입니다.
친구들의 웃는 얼굴 좀 보고 싶어서.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스미스다."( 매트릭스의 악당) 라는 말에 당장 벗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별 무리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그 배우처럼 그렇게 완전히 벗겨진 정도는 아니니까요.
가까이서만 안보면 어느정도 M자로 파이기만 하고, 윗통수 숱이 적다는 것도 티가 잘 안납니다.
독사진에서는 카메라 렌즈를 박살내버릴듯이 노려보고, 단체사진에선 친구들 5명이서 드래곤볼의 기뉴특전대 파이팅 포즈도 잡아보는 등 별의 별 쇼를 다 했죠.
학사모를 쓰고 찍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사진사 아저씨가 학사모 아래로 머리카락이 삐져나오면 무지 추하다면서 학사모 씌우기 전에 앞머리를 다 위로 넘겨버리더군요. 그걸 보니까 나한테도 저러면 어쩌나 가슴이 철렁철렁 하더구만요.
다행히 전 남들의 곱절은 넓은 이마에다 머리카락도 짧아서 그냥 모자쓰듯이 썼습니다. 만약에 사진사아저씨가 내 앞머리도 넘겨버릴라고 했다면 차라리 셋트고 뭐고 다 뿌셔버리고 사진 안찍고 말았을 것입니다.
거울을 보았습니다.
양 손으로 M자 끝부분만 살짝 가려보았습니다.
거울안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몇 살은 더 어려보이고, 몇 십배는 더 매력적인 또 다른 사람이 있더군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단지 이마 양 끝은 손으로 가렸을 뿐인데......
다시 손을 떼보았습니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사람 인상이 이렇게 추해진다니.....
더 이상 거울을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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