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밥때가 다가오니 여지없이 배꼽은 밥달라고 아우성이군요.
덩달아 마음도 공허하여 맘 '추스리고자' 몇 자 적고 식사하러 나가렵니다.
이제 뭐... 탈모 등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시간도 지났고(그동안 충분히 숙성된 고민들이기에), 이제 나와 내 앞일을 생각해봐야할 처지네요. 그런데 그 앞은 훤하게 뚫린 길이 아니라 꽉 막힌 길입니다. 적어도 한 때 청운의 꿈을 품었던 현재 스물 일곱살 내기 청년에겐.
어느 정도 탈모 의연(?)해지고, 이전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다 보니 탈모라는 현상 자체에 대한 고민은 확실히 전보다는 줄어든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라는 문제더군요. 타인과 다른 '나'라는 존재를 깨달아갈 무렵부터 탈모는 서서히 시작됐지만, 그 후로 한참 동안도 스스로가 좋냐 싫냐의 문제는 하등 고민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지요. 그저 나는 나일뿐 다른 무엇이 아니다! 라는 생각. 어찌보면 제자신이 세상앞에 가장 투명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고민이 없던 시절.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나와 관련없는 이들에게 자신을 알려야 할 기회가 점점 많이 생기는군요. (외모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의 정서를 아는 자의 겸손함... 그리고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 을 가지고 저를 포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스스로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감입니다.
나의 외모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모에 대해 안타까워하다 놓쳐버린 수많은 기회와 시간들,
그로 인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날려버린채 지리멸렬해진 현재의 나에 대한 분노...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온 뒤 느끼는 심리적 방황...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그 안에 내가 과연 무엇을 했던가... 하는 질문을 곱씹어보기도 지쳤네요.
그렇다고 이 모두 탈모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타인에 무심하고 소심한 성격, 남앞에 나서기 싫어하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격 등 과연 탈모가 아니었어도 내가 바라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전 자기 소개서에 제 소개를 자신있게 써 갈 수 없습니다. 여전히 펜 끝은 나의 대학생활과 인생계획에서 아무런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자기 소개서와 남의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눈치보기는 지금 뿐 아니라 앞으로 일생을 두고 따라다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눈치 보기를 그만 두려면 그동안 관성적으로 안에 숨어 들었던 환경들을 바꾸어야겠습니다.
너 정도면 그래도 괜찮지 않느냐... 누군가 나무라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고민만은 이곳에 계신 분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그냥 저도 이 글 쓰며 맘 추스리려고 하는 겁니다. 이번이 3번째 쓰는 글이군요.^^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행동에 옮기지 않고 고민하는 진상인 나.
왔다리 갔다리 하느라 지쳐옵니다. 이제 쓸데 없는 고민과 눈치보기로 맘을 어지럽게 하지 않고 어서 이전처럼 투명한 자신이 되어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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