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임진택 기자]내 나이 올해로 서른 둘. 말 그대로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는 신체 건장한 남자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콤플렉스는 있었으니….
바로 총각 시절 IMF로 인한 실직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성 탈모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느 누가 봐도 머리숱도 많고 얼굴도 동안으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헌데, IMF 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내 머리숱은 하루가 다르가 줄어들었고 급기야 머리 위가 조금 훤~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당시 여자친구도 있겠다 별로 머리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학교 동창들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마다 놀라는 표정으로 머리가 왜 그러냐고 한 번씩 질문을 하는 통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내 콤플렉스로 자리잡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머리가 자란다는 약을 사서 열심히 발라보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알아온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해봐도 다시 자라기는커녕 더 빠지는 듯 했다.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렵고 막상 사람들을 만나도 내 머리 빠진 얘기를 할까봐서 신경이 곤두섰다. 당시 직장도 없는 백수였던 난 집에만 있는 날이 점점 늘어갔고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머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나를 더욱 초췌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도저히 안 되겠던지 여자친구가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를 본 그녀의 첫 마디는, "정말 바보야~ 오빠는 머리카락이 빠진 게 아니라 정신상태가 빠진 거 같아~" 였다.
여자친구는 내 앞에 앉아 눈물까지 글썽여 가며 나를 설득했다.
"오빠 머리 정도면 많이 빠진 것도 아니야. 진짜 탈모 심한 사람들을 못 봐서 그래. 그리고 탈모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오빠처럼 그렇게 사는 줄 알아? 탈모가 뭐가 어때서. 또 나한테만 멋있으면 되는 거 아냐? 남들한테까지 멋있어지면 난 불안해서 하루도 못 살아. 난 머리카락 없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 하나 이기지 못하는 바보가 더 싫어~."
그때 그 여자친구가 바로 지금의 내 아내이다. 그 뒤로도 아내는 내게 용기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바보처럼 아내의 말을 진짜라고 믿으며 그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지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나를 보면 머리가 많이 빠졌다느니, 나이 들어 보인다느니 하는 말들을 생각없이 내뱉는다. 그러나 난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오히려 농담으로 되받아 치고는 한다.
"그러게 말예요~ 빗방울 세게 맞으면 내 머리 다 젖어버리는데…."
콤플렉스는 자기 스스로가 만드는 웅덩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웅덩이는 조금만 비켜가면 아무렇지 않은 것이다.
오마이뉴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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