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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과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 19년 전

  • 2,735
6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지 이제 열흘째입니다.
그동안의 속앓이를 한번쯤은 속시원히 표출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 날인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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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태어날때 부터, 시원한 앞 이마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크리링의 태양권도 구사할수 있을만큼,
드넓은 이마죠. 제가 태어난 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권하에
있던 80년도라, 주윗 사람들이 이 녀석도 크면 전두환 대통령처럼
높은 사람이 될거라고 우스갯 소리로 그랬답니다. ㅎㅎ

어렸을 땐, 머리숱이 많고 풍성하여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녔기
때문에 특별히 넓은 이마가 컴플렉스라는 것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긴 핏덩어리가 자기 외모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만은 ㅋㅋ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다른 아이들보다 내 이마가 두배정도
넓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여자 아이들 앞에서 철봉에
거꾸로 매달릴때나, 세찬 맞바람이 이마에 부딪힐때면 제 고개는
저절로 땅으로 수그러지곤 했죠. 그래서 지금도 제 목이 좀
구부정합니다. ㅠㅠ

전 성격도 좀 예민한 편이라서, 얼굴에 여드름이 하나 생겨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생김새는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지만,
남자답게 잘생긴 편이었기에 여자애들에게 나름 인기도 많았습니다.

중학교 땐가 . . 반에서 장난끼 많은 한 친구와 꿀밤 때리기를
하다가 감추어진 제 이마를 그만 노출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사춘기, 외모에도 민감할 나이에 . . " 우아!! 너 마빡 존나 넓다!! "
그 한마디는 정말 얼굴에 여드름 100개 난 것 이상으로 큰 충격이었죠.
그러면서 제 이마를 까고 반 친구들에게 이리와서 구경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ㅡㅡ;

얼굴의 모세혈관이 확 달아오르면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낱낱히 발가벗겨진 기분 . . 여기저기 몰려든 아이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 . . ' 야 하지마!! ' 라고 뿌리치면 제가 제
컴플렉스를 인정하는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고 . . 이도저도 못하고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쩔쩔 매던
그 순간, 제 이마를 들추고 있던 그 친구의 얼굴로 저도 모르게
제 주먹이 날아갔습니다. 재수없게 앞니빨이 하나 부러지더군요.
전 대인관계가 원만해서 친한 친구들이 참 많았는데, 그 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아주 소인배로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도 결과론을 중시하는 것처럼, 철모르는
아이들 세계에서도 역시 원인이나 이유 따위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 이마 깠다고 이빨 날린놈 '
이 된거죠 ㅋㅋㅋㅋ 그 뒤로도 제 이마가 고스란히 노출이
되는 상황이 올 때면 늘 아이들의 웃음과 놀림이 뒤따라
왔습니다. 특히 수영하러 가서 배형 한번 하면 최악입니다.

다이빙 할려고 높은데 올라가 있는 친구들은, 물에 동동
떠있는 제 이마를 보고 눈이 부실 정도였으니까요. ㅋㅋ
그나마 그 나이때는 머리숱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 흉한
몰골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참 제 자신이 너무 소심하고
옹졸한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또 그게 아닙니다.
저의 컴플렉스를 합리화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 지금까지 살면서 탈모가 아닌 정상 이마를 가진
사람 중에 제 이마보다 더 넓은 사람 한번도 못봤습니다;;
어느 조직체를 가나 항상 저의 이마는 지존이었고
최강이었으니까요. 거기다 약간 돌출형에 이마 끝은
잔머리도 없이 살짝 까져서 머리를 밀면 대머리 내지는
마빡이 라고도 놀림 받을 정도였습니다. ㅠㅠ

학창 시절은 늘 두발 문제로 노심초사해야 했고,
선생님들 입에서 '머리' 라는 단어만 나오면 똥꼬털이
쭈삣쭈삣 서는 기분 아시는가 모르겠습니다. 전 두발 규제로
모든 학생들이 짧은 상고 머리를 치고 다닐때도, 앞머리는
항상 절반정도 초라하게 이마를 가리고 있는 어설픈 상고
머리로 깍고 다녔구요.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모자와 핼맷없이 시속 30키로 이상 달려본적
없습니다. ㅋㅋ 운동 실력이 뛰어난 편이라 달리기도 잘했지만,
머리를 땅에 박고 눈만 치켜뜨고 달리는 폼 아십니까? ㅋㅋㅋ
그래도 준내 빨랐어요 ㅎㅎ

고등학교때 처음 사귄 여자 친구는 사귀는 동안 단 한번도
제 이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별로 이마에 관심이 없는 애라
다행이었지만, 두번째 사귄 여자 친구는 항상 제가 앞 머리를
길러서 내리고 다니니까 답답하다면서 이마좀 까보라고 하더군요.
어찌저찌 " 머리 스타일 구겨져 나중에 보여줄게 " 뭐 이런 핑계로
그 상황을 모면하긴 했습니다만 . . . 끝내 그 약속을 지킬 정도로
오래가진 못했죠. ㅋㅋ

스무살때 큰 사고가 났습니다. 우측 두개골이 골절 될 정도로
큰 사고였죠. 그 후유증 때문인지 정수리쪽 머리 카락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단번에 알아차린것은 아니구요. 어느 날,
제 정수리를 들여다 본 엄마가 너 머리숱이 왜 이렇게 없어졌냐고
하시는거에요. 잦은 염색과 반곱슬을 직모화 하기 위해서 한달에
수 차례씩 사용한 스트레이트 퍼머약으로 인해 안좋아질대로
안좋아진 두피가 머리의 충격까지 겹쳐서 탈모가 앞당겨진거죠 . .
아 이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정수리 탈모시라는건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사고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죠 . . . .

물에 젖은 머리는 두피를 드러내 보이고, 햇빛에 노출된
정수리는 가늘어져 있었습니다. 정수리 머리숱이 줄어드니
덩달아 이마를 가리고 있는 앞 머리의 양도 줄어든것 같더군요.
도저히 헤어스타일이 연출되지 않음을 기점으로 코 밑까지
덮어보았던 제 머리 스타일은 결국 스무살에 영원히
막을 내립니다. ㅠㅠ 하는수 없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햇빛을 못봐 백옥같이 하얘진 저의 훤한 이마를 자외선에
노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게 되죠 . . .


다음편에 계속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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