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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과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2

  • 19년 전

  • 2,586
8
모발이식 12일 째입니다.
수술하고 나서, 가끔씩 울컥하고
뭔가 치밀어 오를때가 있습니다.

단지 머리 하나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많은 것들 . . 늘 자신감이 없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만으로 오히려
나 자신은 아껴주지 못했던 것 . . .

하나님 . . 이제 담금질은 그만하셔도
됩니다. 이미 전, 부러지지 않을만큼
충분히 강해졌으니까요 . . .

앞으로의 삶이 더욱 기대가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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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어진 정수리 . . .
가뜩이나 숱이 없는데다
힘이 없어 구부러지는 머릿결 . .

한날 거울을 보다가 짜증이 나서 거의 20년만에
처음으로 1미리 삭발을 단행 했습니다. 마침 동생이
미용을 하는 덕에 집에 바리깡이 있어서, 친구들의
머리는 수차례 밀어줘봤지만, 정작 제 머리는 한번도
삭발을 해본적이 없었죠.

뽀얀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처녀의 수줍음처럼 . . .
달덩이같은 제 이마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습니다.
둥글둥글한 두상에 짱구형 넓은 이마가 어우러지니
황비홍이 따로 없었습니다. 혹자는 만화 주인공
독고탁이라더군요. 그나마 황비홍 보다는 독고탁이
낫습디다. ㅡㅡ;

상당히 혐오감을 주리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뭐 그런대로 삭발 머리도 어울렸습니다. 머리가
짧아서인지, 숱도 많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봐도
이마가 넓을뿐, 탈모라고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는 되더군요. 눈썹이 짙어서 약간의 착시 현상도
한 몫 한 듯 합니다. 이 정도면 대충 상상만으로도
사이즈가 나오지 않습니까? 조폭도 눈을 피하고 픈
강렬한 카리스마가 얼굴에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어차피 모자를 쓰고 다닐 생각으로 삭발을 한 것이라,
그렇게 신경은 많이 안 썼습니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적대감을 느끼지 않을때까진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요.

그러던 와중에 한 여자를 알게 됐습니다. 탈모가 일어나기
전에는 머리를 길러서 제 넓은 이마를 가리고 다녔기
때문에, 눈 코 입에는 자신감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또 긴 머리는 얼굴도 작아보이게 하고 분위기도
있어 보이는 효과를 주지 않습니까?

저는 그 탈모 전의 준수했던 제 모습과, 탈모가 일어
나서,삭발을 한 제 모습 사이에서 심리적인 혼란을
느낄 때였습니다. 다시 머리를 기르면 머리숱이
많아질 것 같고, 예전의 모습을 찾을수 있으리란
기대감 . . . 아마 탈모 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머리 스타일 하나가
진짜 사람 이미지를 180도까지 달라 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에 본인이 탈모란 걸 자각하고,
서서히 변화되는 자신의 모습에 적응을 해가면서 . . .
덩달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도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모자를 쓰고 처음 그녀를 만났죠. 탈모란 것을 알리 없는
그녀는 저에게 호감을 느끼는것 같았습니다. 제가 좀
이성한테는 소극적인 편이라 그런지, 여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더군요. 물론 저도 첫 눈에 반했을 만큼
그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전 나름대로 유머 감각도 있고 말빨도
있는 편이라 훈남의 매력으로 그녀에게 어필 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두 세차례 더 그녀를 만날때마다 늘 모자를
쓰고 나갔습니다. 그녀가 왜 자꾸 모자를 쓰고 다니냐고
물으면 홧김에 머리를 삭발했는데, 너무 추해서 보여줄수가
없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머리 길었을때 찍었던
사진들을 대신 보였죠. ㅠㅠ 만나면 만날수록 전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사귀자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제 머리를 보고 나면 그녀가 실망할것만 같아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수가 없었습니다. 늘 스스로가 만든 경계선에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속내와 달리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야했죠.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전 이미
혼자만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나 봅니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 . .
사랑한다고 말할수 없는 심정 . . . 스무살 한창 꽃다운
나이에 시작된 탈모는, 어린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
들일수도 없었고 결국 스스로 제 인생의 족쇄를 채우게
된것입니다. 정상 모발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마음
이해하지 못합니다. ㅠㅠ

하루하루가 제겐 전쟁이었습니다. 그녀를 마음에서
떠내보내기 위한 전쟁과, 탈모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쟁 . .
나의 자존심과 인격을 지키려는 전쟁 . . .
아버지의 유전자를 원망하지 않으려는 전쟁 . . .

그녀와 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았기에, 어쩌면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이 다행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삭발한 머리는 제법 길어서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되었고, 넓은 이마임에도 젤을 발라 머리를
세우고 다닐 정도로 전 제 모습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런대로 주위에서 잘생겼단 소리도
들어봤구요. 컴플렉스 라는것이, 본인이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감추고 숨길수록 컴플렉스는
부각되기 마련이죠.

그래도 전 그녀에게 만은 모자 쓰지 않은 제 모습을
보여줄 용기가 안 났습니다. 그녀에겐 이미 모자를
쓴 제 이미지가 각인 되었기 때문이죠. 그것을
깨뜨리고 싶진 않았어요. 소심하고 바보같은 놈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사랑할 자격도 없나 봅니다. 탈모는 제게
외적인 장애와 더불어 마음의 장애까지 안겨줬습니다.

그렇게 전 . . 그녀를 단념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 내내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제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련이 더더욱 남았던 것입니다.
군대에서 탈모는 더욱 가속화 되었죠. 전에는 햇빛에
노출되어도 두피가 훤히 드러나보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정수리쪽으로 점점 두피가 훤하게 노출되기 시작하고 . .
군대 고참들이나 동기들에게 대머리 될 것 같단 소리
엄청 많이 들었습니다. 이등병때는 연극을 했었는데 . .
제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황비홍요 ㅡㅡ;
예 . . 분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ㅋㅋ

고참들과 전투화를 닦다가도 니 이마에도 물광을
내자면서 수건으로 제 이마에 물광을 내는 장난도
수도없이 당했습니다. 탈모란걸 깨달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 된다고
해야하나요? 성격이 좋아진다고 해야하나요? ㅡㅡ;
자신감은 자꾸 잃어갔지만, 성격이 점점 털털해지더군요.
머리가 털털해져야 하는데 ㅅㅂ ㅋㅋ

탈모라고 놀림을 받다보니, 마음에 쌓인 것을
용해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자연스럽게 인격 수양이 된 것입니다. ㅋ
그래서 대머리인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좀 푸근한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

아 .. 이런 친구가 밥사준다고 나오라고 하네요 ㅡ ㅡ;
한참 자기 연민에 빠져서 집중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다음에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없는 글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여 ~ ㅎㅎ

3부 계속 이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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