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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 16년 전

  • 2,431
11
뭐..제목이 좀 자극적이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며칠전에 친한 친구를 만나 5년간의 제 고통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친구는 제가 탈모가 있는줄은 알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사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못이룬 적이 없었습니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눈으로 보기에 뭐든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노력만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이 저주스런 병과 만났죠. 5년동안 한순간도 이 일을 잊은 적도 없고
한순간도 기분좋게 웃어본 적이 없었으며 그러다보니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정말 힘이 듭니다. 아무것도 즐거운 것이 없었죠. 친구들과의 만남도 즐겁지 않았고 그동안 가져왔던 취미도 귀찮기만 했습니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 졌습니다. 사실 제가 마음의 문을 닫아도
친구들은 사라질 지언정 가족은 사라지지않습니다.
가족들이 더 아파할 따름이죠.
그래서 밖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왔지만 집에서는
제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화도 없어지고
집에만 오면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제 욕심을 놓고싶지는 않았는지 공부는 해왔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이 됐죠.

출근을 얼마 안남긴 얼마전 가발을 맞췄습니다.
정말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런데 이게 가발을 가발이더군요. 불편하기도 하고 제 기대보다 못한
모습에 더 절망을 했습니다.

[아...왜 나만...왜 나한테만...내가 무슨죄를 지었기에...]

이 생각이 한도 끝도 없더군요.
점점 제가 저를 옭아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도 망가지더군요. 여기저기
아픈곳이 생기고 정신상태도 온전치 못하고 잡생각만 가득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건강도 최악인 상태입니다. 나이는 20대이지만
몸은 50대도 더 될겝니다.


그런데 이제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이제 스물몇년 남짓 살았으니 많이 살아도
50년일 겁니다. 하지만 노년의 10년보다도 지금의 1년이 더 소중할 것이란
생각을 해보면 지금까지 제가 방황하며 살았던 5년의 시간은
다시 찾기힘든 정말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겠죠.

아버지가 그런말씀을 하시더군요. 저 못지않게 마음아파 하시던 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돈이 제일 많던 이병철도 당뇨때문에 먹고싶은 것도
못먹고 갔다고..

이제 행복해 지고싶습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온통 괴로움에 살았던 시간들
이제는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직장엘 들어가서 당분간이될지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가발은 쓸 생각입니다. 대신 제가 먼저 이야기 할 생각입니다. 머리숱이 별로 없어서 쓴다고..
언제까지 전전긍긍하며 혹시나 알아보진 않을까, 하는 고민을 더 하느니
그냥 이야기하고 시작하렵니다.
일단은 가발을 쓴 모습이 안쓴 모습보다는 훨씬 괜찮으니 말이죠..

쉽진 않을 테죠..
제가 앞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겠다고 여기에 글을 올리며 다짐하지만
앞으로도 고민을 하게될 것같습니다. 외모가 멋진 사람을 보면 부러워할 테고 맘에 드는 여자분을 만나도 제 머리 생각을 하게되겠죠.

그래도 저를 이해해 주고 제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언젠가는
만날 거란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획기적인
치료제라든지 하는 행운이 따를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를 드러내기까지...제가 힘들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을때까지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이제 행복하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을하고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기보다
앞으로의 멋진 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횡설수설 말이 많았습니다. 정말 하고싶은 말이기도 했구요.
모두 힘냅시다. 정신차려보면 마흔이 되고 쉰이 될 겁니다.
우리도 행복해야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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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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