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십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술 못드십니다.
술 못 마신다고 하면 사람들은 '에이, 먹다보면 늘어요. 어서 한잔만 해봐' 이런 반응인데요.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제가 처음 술을 못마신다는 걸 깨달은 때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금주연령 지나서 친구들과 호프집에 갔을 때였습니다.
첫잔 건배하고 한 모금 들이켰는데 3분 정도 지나자
온몸이 빨개지고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 겁니다.
친구들은 그저 놀리기 바빴는데 저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화장실로 뛰어갈 새도 없이 저녁 먹은 걸 모두 토해내고
초록 빛깔의 위액까지 모두 쏟아낸 뒤에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습니다.
친구들은 놀라서 저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고
의사가 이것저것 체크한 뒤 큰 이상은 없고 환자분이 알코올 분해효소가 안 나와서
술이 몸 안에서 해독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본래 알코올은 몸속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고 간에서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데
분해하면 식초와 유사한 아세트산이라는 무해한 물질로 바뀌어서 배설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아세트할데히드를 분해할 효소가 안 나오는 사람인 거예요.
그러니 이 독성물질이 혈관을 돌아다니니까 몸에 이상이 생긴 거죠.
그 지옥을 경험하고나니까 술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탈모약을 먹기가 매우 두려웠습니다.
'간에서 광범위하게 대사가 된다는데 내가 이 약을 먹으면 술 마실 때처럼
뒤집어 지는 게 아닌가'
처음 먹을 때 잔뜩 긴장하고 삼켰는데 피곤하긴 해도 술 마셨을 때처럼
죽을 것 같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와 약분해는 좀 다른가보다 생각해요.
물론 제 지난글을 보면 2주 정도 먹고 피로감이 너무 심해서 간수치 검사를 받았다고 했는데요.
검사수치는 정상으로 나왔댑니다 (저는 아직도 안 믿기지만)
저는 아직도 이 약(피나스테리드)을 먹는 게 두렵습니다.
이 약 부작용 있습니다.
저는 딱 1번 고환통을 미세하게 느꼈고요.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하고 겁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 해로운 것 같아요.
간이 그래도 멀쩡하다니까 어제부터 다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조금씩 피곤하고 눈에는 다크서클이 남아있습니다만
심적으로 안정된 덕분인지 훨씬 괜찮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기능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평소에도 성욕이 별로 없고
굉장히 예민하고 여성스러운 성격입니다.
그럼에도 이 약을 먹고 5일 정도 되는 날에
자다가 몽정이라고 하나요, 저도 모르는 새에 사정을 했습니다.
참 이상하더군요. 평소에 잘 안 하던 사정을 약을 먹었는데 한다고?
순전히 개인적인 거지만 성기능 장애는 살짝 부풀려진 부작용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많은 분들이 호소한다는 거 알지만요.
그 정도나 비율이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인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오늘도 여전히 전 두려운 마음에 약을 복용할 생각입니다.
저녁 8시쯤 되면 먹어요. 그래야 피로할 때 잠자리에 들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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