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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탈모] 그냥 혼자 신세한탄...저주스러운 탈모

  • 14년 전

  • 2,240
13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선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에겐 중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그 친구를 못생겼다고 놀린 적은 없지만 그 녀석과 어울려 다닐 때 모든 일의 주도권은 항상 나에게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 친구가 항상 내 비위를 맞춰줬던 거 같다.

우린 서로 다른 대학을 가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탈모가 와서 자신감이 위축되기 시작했을 때 그 녀석은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나에게 말은 안 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녀석의 말투와 어조, 행동 하나하나에서 선명히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난 생각했다. 내가 이 녀석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건가?

철없는 학생시절에 자신이 잘난 줄 알고 거만한 발언들을 하긴 했지만 녀석에게 관계되는 발언은 없었다.

그게 아니꼬왔던 걸까...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난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매일 모자를 쓰고 다니자 녀석은 나에게 모자 좀 벗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그게 좋은 의도였든 나쁜 의도였든 나로서는 모자가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난 녀석을 점점 멀리했고 우리 둘은 연락까지 끊게 되었다.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내가 녀석에게 느낀 감정은 순전히 오해이고 내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녀석과 만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인간관계를 좋아하지 않게 된 건 이 녀석의 영향이 큰 거 같다,

물론 탈모가 제일 큰 원인이겠지만...

탈모는 정말 저주스러운 질병이다.

암에 걸린 사람들에 비하면 행복한 줄 알라는 말을 들어도 솔직히 와 닿지 않는다.

기타 치는 게 멋있어 보여서 기타학원을 다니려고 해도 당장 머리가 맘에 걸린다.

머리가 길어서 자르려고 해도 미용실 가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난 항상 이발소를 찾곤 한다.

매주 교회에 모자 쓰고 가는 것도 이젠 미안할 지경이다.

남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왜 맨날 모자 쓰고 다니지?"라고 궁금해하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집 앞 슈퍼를 가려고 해도 모자가 없으면 나갈 수가 없다.

여자친구는 포기한 지 오래다.

이 외에도 탈모 때문에 겪은 곤란은 수없이 많다.

남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나에게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어 다가온다.

난 아직 대학생이다. 졸업을 위해 매일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런 내 머리를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보이는 건 죽을 만큼 싫지만 졸업을 위해 꾹 참고 학교를 다닌다.

작년엔 흑채와 미스트를 사용해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미스트가 굉장히 독했던 걸까...탈모가 너무 심해져 결국 흑채와 미스트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가발이었다. 부분가발은 제법 정교해서 본 머리가 길다면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이 위축되고 누군가 내 뒤나 위에 있는 게 너무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교회와 학교에는 가발을 쓰고 가지 않기로 했다.

학교에서 제일 싫은 건 남들이 자기들끼리 머리 이야기를 할 때다.

염색을 했다느니, 머리모양이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죄 진 것도 없는데 대화를 듣고 있으면 괜히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다.

슬프다. 우울하다. 뭘 해도 의욕이 안 생긴다.

내가 진짜 20대인가...젊음이란 녀석은 탈모가 오면서부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다른 행성에 우주선을 보내고 유전자까지 조작하는 마당에 왜 탈모는 치료하지 못하는 걸까.

대체 뭐가 엄청난 과학기술이고 문명이란 말인가.

방에 박혀서 이런 글이나 적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초라해 견딜 수가 없다.

뭐 때문에 이런 글을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위로라도 받길 바라는 것일까.

아- 내일부턴 또 학교를 가야 하는구나...

정말 싫다...싫어...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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