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ck 탈모 - 머리카락은 빠졌지만, 나 자신은 잃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인 줄 알았다.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조금 많을 뿐이라고.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요즘 잠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울 앞에 선 나를 마주하고는 부정할 수 없었다. 이마가 넓어진 것이 아니라, 머리숱이 줄어든 거였다. 사진을 찍어보면 더 명확했다. 예전엔 신경 쓰지 않았던 조명이 이제는 머리 위를 잔인하게 비춘다.
탈모. 단어 하나에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병은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은 병든다. 빠지는 건 머리카락뿐이 아니라 자존감이고, 정체성이고, 나다움이다. 아침마다 머리를 말릴 때마다, 손끝에 감기는 얇은 실가닥들을 보며 하루의 기분이 망가진다. 아무리 잘 차려 입어도, 스타일이 다 망가진 기분이다. 누군가가 정수리를 바라볼 때면 숨고 싶다. 모자를 쓰면 한결 낫지만, 그게 또 영원한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숨는 기분이다.
수많은 광고들이 머리를 되살릴 수 있다고 속삭인다. 탈모 샴푸, 영양제, 메조테라피, 모발이식, 두피 마사지. 뭐든지 시도해봤다. 카드 명세서는 점점 불어나고, 머리카락은 줄어든다. 누군가는 "대머리가 어때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 대머리는 그냥 상태가 아니라 정체성의 붕괴다. 사회는 머리카락이 풍성한 사람에게는 자신감, 젊음, 생명력을 준다. 반면에 탈모인에게는 피곤함, 나이듦, 관리 소홀 같은 꼬리표를 붙인다.
그래서 이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Fuck 탈모.
하지만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정말 이게 전부일까? 내 자신은 머리카락 몇 가닥에 휘둘릴 만큼 하찮은 존재인가? 나는 내가 만든 결과와 살아온 삶으로 증명돼야 하지 않을까? 탈모가 내 인생을 뒤바꿀 수는 없지 않나? 거울 속 모습에 주눅 들며 숨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다움을 되찾아야 할 시간이다. 머리카락은 빠져도, 나의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
이제는 받아들인다. 나와 싸우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거다.
모자가 패션이 될 수도 있고, 이식이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탈모가 내 삶을 지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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