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벌써 봄이 다가온 것을 보면
시간 참 빠르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그런데 '춘래불사춘'이라고 했던가요...
혹시 탈모인들이라면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여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작년 말쯤해서 남성형탈모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탈모기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이에 지금까지 여러 논문들을 수집하고, 정리해왔습니다. 길지않은 기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탈모에 대해 참 비과학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각 개체의 생체 내 반응을 단순히 한 두가지의 작용원리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없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맘 편하게 생각해본들
도대체 왜 누군가는 탈모약물(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등)에 빠르게 반응하고
또 누군가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가하는 의문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문점은 저뿐만 아니라 현재 탈모를 연구하는 모든 의학자들이 봉착해있는 가장 보편적인
난제임을, 여러논문에 계속하여 인용되어 반복되는 이 구절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Androgenetic alopecia is known to be caused by increased expression of androgen receptor(AR)
togegher with increased level of 5a-reductase, which excessively converts testosterone
to DHT. but in some patients with androgenetic alopecia, inhibition of 5a-reductase
activity does not improve the alopecia. From this point of view, we thought that there
might be pathways oter than the effect of DHT on hair to cause alopecia.
두피 모낭 부위의 안드로겐 수용체의 민감성 및
테스토스테론이나 DHT와 같은 안드로겐의 대사경로 이외에 탈모를 유발하는 다른 경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는 있지만, 그 다른 경로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일전에,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 성분이 5a-reductase type 1을 억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약물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소플라본 역시 안드로겐의 대사경로에
작용하는 성분이니 "다른 경로"에 작용하는 기전은 아니었죠.
이번에는 그와 비슷하게 구하기 쉽고, 값도 싸고, 먹기에도 편하지만,
분명히 앞서 언급한 "그 다른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을 지닌~
"녹차"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Green tea is a well-known beverage, containing polyphenol such as EGCG in vitro,
EGCG showed growth stimulation on human dermal papilla cells and also showed inhibition
on 5a-reductase.
녹차에 함유된 폴리페놀 중 EGCG라는 카테킨이 모유두세포의 성장을 자극시키고,
또한 콩의 이소플라본과 같이 5a-reductase를 억제한다는 내용인데요,
사실 이 글에서는 안드로겐 대사경로와 다른 탈모억제경로를 논하기로 했으니 5알파환원효소의
억제의 부분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느정도 억제시키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유효한 효과를 발현시키는 그 역치, threshold value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다른 논문을 더 찾아보았는데요,
In an in-vitro assay using solubilized prostate microsomes, we have observed a 75% inhibition
of 5a-reductase activity by EGCG with an IC50 of 51μM(or an ED50 of 30 μM).
these results suggest that there may be an association between green tea consumption and
low prostate and breast cancer rates in some countries.
물론, 생체 내 실험(In vivo)이 아니라 시험관 실험(In-vitro)라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수 있으니 이를 기준으로 삼기로 하겠습니다.
녹차의 EGCG 성분이 5알파환원효소의 활동을 75%까지 억제시켰다고 나와있습니다,
여기서 IC50은 '5할 저해값'이라는 용어인데요, 효소, 세포 등을 50% 저해하는데 요구되는
저해물질의 수치를 의미합니다. 5a-reductase에 대한 EGCG IC50의 수치가 51μM라는 것은 5알파환원효소를
50% 억제하는데 51마이크로몰의 EGCG 농도가 필요하다는 의미죠. ED50은 약물투여시 50%의 개체에
효과를 발휘하는 효과용량을 의미합니다. 즉, 30μM에서 절반이상의 개체에서 반응하기 시작하여 51μM에서
50% 억제, 그 이상의 농도에서 최대 75%의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했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피나스테리드와 유사한 정도의 억제율이네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체 내의 농도겠지요.
위 실험은 시험관 내의 세포에 직접 EGCG 처리한 결과니까요. 그래서 다른 논문을 더 찾아보았습니다.
녹차 섭취시 혈중 EGCG농도를 찾아보았는데, 제 예상과 다르지않게 EGCG의 생물학적 유용성은
매우 심하게 낮았습니다. 녹차가루 4.5g을 물 500mL에 녹여 인체에 투여했을 때, EGCG의 혈중최대농도는
326 ng/L 를 나타냈습니다. 이것을 베이스로 대략적인 몰농도로 계산하여,
혈중 EGCG의 최대농도를 구해보니까 0.000715 μM 입니다. (EGCG 분자량 456으로 계산)
정리하면,
보통 녹차 티백 한 잔에는 100mg의 EGCG, 가루녹차 5g에는 약 400mg의 EGCG가
함유되어있습니다. EGCG의 분자량은 약 456입니다. 이를 토대로 녹차 한 잔의 EGCG 몰농도를 계산하면,
녹차 한 잔의 EGCG 몰농도는 대략 5000 ~ 10000 μM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를 마셨을 때의
혈중 EGCG의 농도는 0.000715 μM 이죠. 앞서, 5알파환원효소 75% 억제를 위한 농도가 최소 51μM 이상
이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이 옅은 농도입니다. 계산의 편의를 생각해 무시한 수치들과 이와
생체 내 반응도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효농도와 1만배의 차이를 보였다는 것은
녹차를 마시는 정도로는 EGCG의 5a-reductase의 억제를 활성화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녹차의 EGCG는 안드로겐 대사경로와는 다른 방식으로도 탈모억제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다음의 내용을 읽어보세요.
we suggest that testosterone injection in mice model can induce hair loss by apoptosis of
hair follicles rather than by androgen metabolic pathway. furthermore, topical EGCG
application can prevent hair loss by reducing testosterone-induced apoptosis of follicular
epithelial cells, and provoke hair re-growth after epilation.
여기에서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유발된 탈모증상을 가진 쥐를 여러 개의 실험군으로 나누어
테스토스테론 주입, EGCG의 국소적 도포, 테스토스테론+EGCG 주입 등의 처리를 한 실험입니다.
결과를 보면, 테스토스테론이 안드로겐성 대사경로를 통해 탈모를 유발했다기보다는 모낭세포의
"apoptosis"를 유도해서 탈모를 유발했다고 추정합니다. apoptosis는 세포의 자가사멸을 의미하는데,
일반적 노화과정의 사멸과는 다른 의미의 '세포자살'로써 다루는 개념이죠. 항암치료 시, 암세포의
apoptosis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상세포의 apoptosis는 억제하고 암세포만의 apoptosis를
유도하는 것이 표적치료의 요체이죠. 결국 EGCG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촉발된 모낭상피세포의 apoptosis를 억제하여 탈모를 개선시켰다는 결론입니다.
국소적 도포에 사용된 EGCG의 농도는 10% 용액이었으니, 이 역시 녹차티백이나 녹차가루로부터 얻을 수
있는 농도는 아닙니다. 녹찻물에 머리를 행구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EGCG의 분자량이 500달톤 이하이기
때문에 피부나 두피에 흡수될 수는 있지만, 진피에는 이르지 못하고, 농도도 낮기 때문에 위와 같이 유효한
효과를 나타낼지도 미지수 입니다. 하지만 세포의 apoptosis 억제의 부분에서는 분명 저농도 EGCG 성분도
어느정도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추측됩니다. 모낭세포는 아니지만, 피부각질형성세포에 자외선을 조사한
후 각각 0.01/0.1/0.5 μM 농도의 EGCG를 처리하여 세포의 apoptosis를 관찰한 실험에 의하면, 자외선을
조사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1.1%의 세포사멸이 나타났지만, 자외선을 조사하고 EGCG 처리를 하지않은
경우에는 13.46%, 0.01 μM EGCG에서는 9.84%, 0.1 μM EGCG에서 8.02%, 0.5 μM EGCG에서 8.34%를
나타냈습니다. 0.01과 0.1 μM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0.1 μM 이상의 농도에서는 더 이상의
차이를 보이지않았다는 점에서 저농도의 EGCG가 세포 apoptosis 작용을 억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녹차 복용시 혈중농도가 0.001 μM 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0.01 μM 이하에서 어느정도
효과를 나타낼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를 모두 차치하더라도 녹차를 하루 2잔 정도 마시는 장점은 탈모개선 이외에도 밤을 새도록
이야기 할 수 있으니 복용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탈모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 '노화'의 영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탈모를 치료하고자 하는 목적을 한마디로 말하면 외관상의 노화를 억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노화의 징후 중 가장 시각적인 강렬함을 선사하는 게 대머리니까요. 물론 남성형탈모가 노화의 과정은
아니지만요... 아무튼 저는 탈모를 치료함과 동시에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그 계획 중에 EGCG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GCG 성분은 자외선에 의한 matrix metalloproteinase
(MMPs)의 발현 및 MMPs의 콜라겐 분해억제, 섬유아세포의 procollagen 합성을 증가시켜 피부노화를 방지하며,
자외선에 의해 손상받은 각질형성세포의 apoptosis의 유발을 억제하여 피부를 보호한다고 합니다.
5% 이상의 EGCG 농도의 도포가 필요하지만, 한 달간의 실험결과 녹차가루를 진득하게 물에 이겨서 매일
팩하는 정도로도 피부톤과 피부탄력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피부와 두피에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추가로 몇 가지 정보를 더 검색하던 중, EGCG 성분이 여드름 치료에 대단히 효과적인 물질임을 알았는데요,
콩의 이소플라본 역시 여드름에 효과를 보였던 것을 보면, 피부와 두피의 문제는 상당정도 연관성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여드름에 대한 EGCG 연구결과를 보고, EGCG 원액을 구해 일정비율로 맞추고, 피부흡수율을
높일 수 있는 성분을 타서 아직 시판되지 않은 치료제를 자가제조하여 치료하던 한 소녀가 생각나네요.
상당히 심각한 피부상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탈모인과 오버랩되면서 가슴한켠에 아련함이 느껴지더군요.
역시 사람은 각자 자신의 삶의 무게만큼을 감당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고, 미녹시딜을 도포하고, 추가로 검은콩의 이소플라본을 먹고,
거기에 덧붙여 녹차의 EGCG까지 복용하고 있으니 '진인사대천명'의 초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녹차나 검은콩은 반드시 유효한 효과를 낸다기보다는, 다양한 개선경로의 기전을 이용하고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용도라고 봐야죠 ^^
마지막으로....
세계적 남성 패션브랜+드 디올 옴므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 반 아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죠.
“영원한 젊음은 없다. 영원한 우아함만이 있을 뿐이다." 단장취의하는 것 같지만,
대다모 모든 회원님들, 피해의식에 젖어있기보다는 부디 우아함이 깃든 아름다운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결론]
글이 너무 길어 혹시 내용을 오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 덧붙입니다.
녹차 EGCG 탈모억제기전은
1.안드로겐 대사경로의 차단 : 즉, 5a-reductase차단이지만 녹차복용으로는 (절대) 효과가 없을 것으로 추측.
-> 훨씬! 고농도의 EGCG에 의해서만 5알파환원효소의 차단이 가능함.
2.비안드로겐 대사경로의 차단 : 모낭상피세포의 apoptosis(세포자가자살)의 억제를 통해 탈모개선.
-> 녹차는 안드로겐 대사경로 이외의 다른 경로에 작용하여 탈모의 억제가 가능함을 확인했음.
apoptosis의 억제의 측면에서는 녹차를 마시는 정도(낮은 농도의 혈중 EGCG)로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됨.
=> 결국, 녹차섭취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탈모개선효과는 5알파환원효소의 억제에 의한 효과라기보다는,
모낭상피세포의 apoptosis를 억제하는 기능의 효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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