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글로벌 제약기업 화이자는 천문학적 연구비를 쏟아 부은 협심증 치료제 후보물질 'UK92480'의 임상시험을 중단한다. 심혈관 확장과 혈압 강하효과가 기대이하여서 개발을 접은 것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남성환자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왜 임상시험을 중단하느냐"며 급기야 남은 약을 반납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이 약이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후속연구를 시작했고, 연간 20억달러 이상 팔리는 대박 신약 '비아그라'를 탄생시켰다.
신약 개발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약의 효능을 발견하는 것을 '횡재'라는 '세런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른다. 고도의 과학 지식이 집약되는 신약 개발과정이지만 의외로 횡재가 많다.
최근 미국에서 발톱무좀 치료제 시클로피록스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런디피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시클로피록스가 정식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검증받는다면 에이즈를 완치하는 첫 치료제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내에서도 부작용이 행운을 부른 사례는 많다. 씨티씨바이오가 올해 허가를 받은 조루증치료제는 원래 우울증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었던 것을 바꿔 2년여간의 추가 연구로 나온 것이다.
MSD의 프로페시아는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되다 탈모치료제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치료제인 프로스카의 부작용으로 모발이 자라는 것에 힌트를 얻어 개발된 것이다. 바르는 탈모치료제 '미녹시딜'도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이 약을 먹은 환자 중 70%가 머리와 팔 등에 털이 나면서 탈모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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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제픽스도 비슷한 경우다. 제픽스는 본래 에이즈 치료제였지만 간염바이러스 퇴치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며 간염치료제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우울증 치료제 '심발타'는 현재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희귀질환 섬유근육통의 치료제로도 활용된다. 일라이 릴리의 에비스타도 피임약이었지만 지금은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치료제 등으로 연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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