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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탈모] 오늘은 기분좋은날.

  • 12년 전

  • 982
3
아침에 기지개를 피고 일어납니다. 숙면을 취했더니 머리가 웬지 풍성한 느낌이 듭니다.
물을 받고 샴푸를 합니다. 오늘따라 손끝에 감각이 좋습니다. 정확히 두피 위주로만 부드럽게 터치를 해줍니다. 많이 엉키지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감자마자 손가락 주변과 배수구 쪽을 확인합니다. 어제의 절반 정도밖에 빠지지 않았네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머리를 말리는데 웬지 결이 잘 살아나는거 같습니다. 에센스를 바르고 손질을 하는데 어제보다 앞머리 사이사이 틈이 덜 보이는게 콧노래가 나옵니다. 오늘은 모자를 안써도 되는 옷으로 코디해도 될거 같습니다. 간만에 진한 면바지에 단화를 신고, 캐쥬얼코트를 입어봅니다.

출근을 하며 그래도 모를 떨림에 조심스레 가방안에 모자를 집어넣습니다. 속으로 오늘은 안써야지를 되뇌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갑니다. 제일 먼저 바람을 확인합니다. 얼마나 부는지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다소 경직된 자세로 모든것을 하나하나 몸으로 느껴봅니다. 쌀쌀한 날씨에 비해 바람이 거의 불지 않습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옵니다. 버스 정류장까지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당당히 정류장 앞에 섰을때 웬지 자신감이 듭니다. 주변을 살펴보며 아리따운 여성분은 없나 확인해봅니다.

근무지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가 짧다고 느껴집니다. 만연한 미소를 띄우고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순간 업무량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컨디션 만빵이니깐요. 기분좋게 해당층엘 올라갑니다. 다시 내려옵니다. 또 올라갑니다. 내려옵니다. 땀이 났네요. 아, 좀 식혀야겠다~ 감기걸릴라.. 하며 숨을 돌린후 화장실엘 갑니다. 거울을 봅니다. 아.뿔.싸.

땀이 맺혀 머리가 헝클어져 있네요. 앞머리 방향이 틀어져 틈이 많이 벌어져있습니다. 세수할 생각은 절대 못하고 손수건으로 이마에 있는 땀을 흝어냅니다. 그리고 건조대에 머리를 대서 말립니다. 다시 거울을 봅니다.
아침의 제가 아닙니다. 심장이 떨립니다. 어두운 조명이 있는 거울에서 날 볼걸 그랬나.. 여기 거울은 너무 밝습니다. 너무 솔직하게 제가 비쳐집니다. 두근거리는 맘에 닦아냈던 땀이 다시 흐릅니다...

조용히 근무에 다시 임합니다. 시간이 두배 세배는 느리게 가는거 같습니다. 어디가 가장 어두울까 주변을 둘러봅니다. 뒤늦게 온 엘리베이터 기사를 멀리서 한참동안 원망스럽게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잘못한건 없습니다. 아무도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울적할 따름입니다.

퇴근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기분이 다시 좋아집니다. 다행히 가방안에 모자를 넣고 왔으니깐요. 다소 언밸런스한 패션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모자 안에 있는 머리보다는 훨씬 어울릴테니깐요. 걸음이 출근할때보다 몇배는 빠릅니다. 빨리 가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빨리 걷게 됩니다. 귀에 꽂은 이어폰의 볼륨을 높입니다. 소리안에 저를 감추고 싶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쇼윈도에 비췬 저를 바라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꽤 잘 어울립니다. 집에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자신감이 늘어나네요. 오늘의 저는 나름대로 꽤 괜찮았던 놈이었던거 같습니다. 옷도 안벗고 어두운 방안에 눕습니다. 심장박동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매일 운에 기댑니다. 매일 하루하루 머리가 어제와는 다른 생명이 피어나길 기대합니다. 오늘 정도면 정말 괜찮았습니다. 정말 기분좋은 하루였어요. 씻어야하는데 일어나기가 힘듭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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