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주에 대다모 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게되어 가입한 26살 남자입니다.
가입하고 한 3일을 푹 빠져서 많은 글들을 읽었네요. 읽는 동안 정말 많은 공감도 가고 예전 일들이 생각나고 그래서 첫 글을 쓸겸, 제 얘기도 드리려고 합니다. 제 글이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고 저도 용기를 얻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태어날때부터 머리카락이 가늘고, 숱이 적고, 정수리쪽은 아예 나질 않았습니다. 머리를 조금만 길러도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그런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천적 탈모 증후군 이라고 하더군요 병원에서는. 제 머리를 쉽게 얘기하면 반지의제왕에 나오는 '골룸'을 생각하시면 될거같아요... 한창 반지의 제왕이 유행할때 저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초등학교 다닐때는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어머니와 함께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서 모자를 써도 괜찮냐고 허락을 맡았고, 수업시간에 항상 모자를 쓰고, 조회시간에 운동장에서 혼자 모자를 쓰고 있으니 전교생의 이목을 집중받았습니다.
게다가 초등학생들이 '다름'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모자를 벗기고, 놀림거리가 되고, 싸우기도 하고.. 하루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모자가 공에 맞으면서 벗겨져서 운동장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구경거리가 됐던 일이 있었는데,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6년을 생활하고 졸업을 했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니 학교 규정상 모자를 쓸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교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모자를 벗고 등교를 하는데 어른 아이 할것없이 모든 사람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구요. 뒤에서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앞에서는 어른들의 안쓰럽고 불쌍하게 보는 시선.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다닌 중학교에는 이런 소문도 있었습니다. 우리학교에 골룸이 있다고.. 쉬는시간마다 같은 층 애들이 몰려와서 창문으로 저를 보는데 그때 기분은 정말..ㅎㅎ
집에 가는 길에 어떤 고등학생들이 뒤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 깔깔 웃으면서 놀렸던 일도 있었는데, 그 얘기를 집에 말하니 어머니와 누나가 저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도 나네요.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엠피쓰리와 이어폰은 저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습니다. 어떤 놀림도 듣고싶지 않았고 어떤 시선도 받기 싫었기 때문에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땅만 보며 걸었습니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좋았던 기억들이 많이 없는거같아요. 사람들은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싶다고 말하지만 저는 글쎄요.. 수학여행도 힘들었고, 놀이공원에 놀러가도 모자를 쓰고 탈수있는 놀이기구만 탔고. 수영장, 목욕탕 등등 친구들과 재밌게 보낸 기억이 없거든요. 매번 새로운 상황에 부딪힐때면 늘 긴장하고, 두려워했고 사람들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고 눈치도 많이 보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습니다. 매일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사람들의 시선들이 떠오르고, 왜 나만 머리카락이 없을까 왜 나만 병원을 다녀야되고 왜 답답한 모자를 써야하는지 고민했고 기적처럼 머리가 자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머리가 풍성하게 난 저를 거울로 보고있는 꿈을 꾸기도 하고, 깨어나면 아 역시 꿈이구나.. 했어요.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 가족들의 슬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못하겠더군요..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저와 같이 다닐때면 친구들도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를 이해해주는 친구는 몇명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연락하는 친구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차라리 머리를 밀고 다니자!' 라고 생각해서 1mm도 남김없이 빡빡 밀고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저를 어떤 병에 걸려서 머리를 민 사람인줄 알더군요. (제가 눈썹도 조금 연해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어요.)
그래서 난 아픈사람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싶어서.. 친구에게 담배도 배우고 그랬네요. 담배피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래도 최소한 '아 저사람 아픈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느낄것 같아서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게됐는데 솔직히 군대는 그렇게 큰 걱정은 안했었어요. 그래도 10여년 학교 다니면서 온갖 일들을 다 겪었고 다 버텨왔으니까요. 게다가 군대는 성인들이 오는 곳이고 하니.. 하지만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양아치 한명이 저를 대놓고 조롱하길래 정말 싸움 직전까지 갔습니다. 그때 다시 한번 ' 아. 세상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그래도 그 후에 자대에 가서는 좋은 선임들 만나서 잘 생활했어요. 전역할때쯤 알게됐는데 제가 이등병때는 그 부대의 관심병사였더라구요. 혹여나 선임들 놀림에 안좋은 선택 할까봐 그랬대요.
이렇게 많은 일들을 겪고 전역을 하고 나서 가발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나름 이름있는 곳의 가발을 맞췄는데 거의 150만원 가까이 하더라구요. 근데 20대가 쓰기에는 너무 안어울리는겁니다. 품질은 확실히 좋은데.. 컷트를 잘못한건지 누가 봐도 가발같은?? 그런 느낌이라 너무 아깝지만 일주일도 안쓰고 장롱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알게된게 패션가발. 한 5~6만원 하고 스타일링까지 해서 약 10만원 내로 살수있는데 저는 차라리 이게 더 나은거같아서 한 6개월마다 새로 사서 쓰고 다녔습니다. 와.. 가발을 쓰고 다니니 숨통이 트이는거같았어요.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다닌다는게 이렇게 행복할줄이야.. 기뻤습니다. 물론 여전히 운동이나 목욕탕 등은 못하지만요 ㅎㅎ 아르바이트도 처음 해봤어요 가발쓰고.
약 3년정도 써왔는데 바람 많이 부는 날에는 아직 겁이 나지만 그래도 버티며 살고있습니다.
저는 여기 대다모에 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약간 이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나는 이정도만 되도 자신있게 다닐수있을거같은데..', '내가 훨씬 더 힘든데..' 라고요.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모든 탈모인의 마음은 다 같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선천적 탈모이든, 후천적 탈모든 누구에게나 뼈아픈 고통일겁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좀더 힘내셨으면 좋겠고 응원의 댓글도 많이 달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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