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무실에서 짝사랑하던 여자가 남자 사귄다는 소문이 한 두어달전부터 돌았는데 오늘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볼려구 그 여자한테(과가 달라서 근무지역은 다르지요) 전화도 걸고 메일도 보내면서 은근슬쩍 빙빙 돌려가면서 떠봤는데.. 예상외로 사귄다는 남자가(그 남자도 우리 회사직원으로서 저하고 잘알고 또 친합니다. 역시 과가 달라서 근무지역은 다르지만요.) 오늘 인정을 하더군요. 둘이 사귀고 있고 내년에 결혼 할 예정이라고...순간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겉으론 웃으면서 축하한다 그리고 행복해라 하면서 둘 모두한테 전화했지요.(둘다 저하고 친한 사람들이니까요.)
뭐 일반적인 사람들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이야기이고 저 역시 예전에도 겪어본 일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것이 제가 탈모진행중이라는 거지요.
예전에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는 아직 탈모시작전이었으니까 한 몇일 괴롭긴 했지만 금방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난 아직 젊다. 그리고 세상에 여자는 많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하고요.
하지만 탈모가 시작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군요. 사실 그 여자한테 자신있게 대쉬를 못한것도 다름아닌 이놈의 탈모때문입니다.
이 젊은 나이에 탈모가 진행중이라는 걸 도저히 밝힐 자신이 없었습니다. (20대 초반의 탈모동지들에겐 기분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사이트 알기전까진 전 탈모는 40대 이후에나 나타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저한테 관심이 있었던 눈치였는데...(저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요. 아니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착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회사엔 여직원이 굉장히 많은 데 친한 여직원들 몇명이 제가 탈모 진행중인걸 알지요. 그리고 저한테 얘기하기를 아직 겉으로 티가 나는 정도는 아니니 더 진전되기 전에 빨리 여자 만나서 장가가라구요. 전 그말이 굉장히 슬픕니다. 대머리는 절대 장가못간다라는 말처럼 들려서요.
이젠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 대머리라도 이해해주는 여자냐가 되버린 제 현실이 저를 무지 우울하게 하는군요. 그런 여자 찾는것도 어렵겠지만 혹시 찾았다 하더라도 제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해야할지...그래서 거절이라도 했다간 주변 사람들은 분명히 그러겠지요. "대머리 되가는 주제에 분수도 모르고 가리는건 많다고"....헐
또 운이 좋아서 제가 마음에도 들고 탈모도 이해해줘서 사귄다고 하더라도 사귀는 기간중에도 탈모는 계속될거니까 막상 변해가는 저의 모습을 실제로 본다면 그 여자가 계속 제곁에 남아 있어줄지....(지금까지의 진행속도로 볼때 내년 쯤에는 확연히 티가 날거 같습니다.)
또 여자가 모든걸 다 이해해주었다 하더라도 그 여자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딸이 결혼했다고 데려온 남자가 대머리 진행중인 남자인걸 알면 어떤식으로 반응을 할까요? "야! 머리숱 많으면서도 성격좋고 돈도 잘 버는 남자 많은 데 하필이면 대머리이고 전문대졸에다가 수입도 적은 말단 공무원이냐?"하고 반대하지는 않을런지...
너무 극단적일진 몰라도 탈모로 마음고생이 심한 마당에 좋아하던 여자까지 놓치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어딘가 나의 반쪽은 있을거라는 희망은 버리고 싶진 않지만...솔직히 요즘 너무 암울한 생각이 듭니다. 전 28세(좀 있으면 29이 되는군요) 외아들인데다 3개월전에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30되기전까진 장가가고 싶었는데...생각지도 못한 탈모땜시 넘 힘들군요. 최소한 장가가기 전까지 지연시켜볼려구 큰 맘먹고 프샤복용했는데 부작용이 즉시 나타나서 또 하나의 고민거리나 안게되고...
오늘 넘 우울하고 답답해서 혼자 술이라도 마시고 들어가야 겠군요.
왜 혼자 마시냐면 제 친한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살거든요...저 혼자 신도시로 이사와서리..훗 이것도 웃기군요. 답답할때 술한잔 같이 마실 친구조차 집 가까운 곳에 없다니...
우울한 마음에 그냥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 다들 건강하시고 뜻깊은 연말 보내세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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