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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그걸 발견한 날...

  • 25년 전

  • 1,274
0
안녕하세요 평소 여기를 즐겨 찾는 동지입니다.
여러분들의 글만 읽다가 저도 뭔가 얘길 하고픈 욕구가 생겨(-_-;)
이렇게 글 올립니다.

제가 처음으로 머리가 줄어든다는 걸 발견한 날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재수시절 대입시험 치고, 그러니까 1992년 12월네요.
여자친구랑 몇몇이 만나 카페에 갔는데, 잠시 화장실에
갔었습니다. 근데 손을 씻고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 찰나~

제 앞머리 두피가 비춰보이는 걸 발견했지요. 정말 충격이었슴다.
그전까진 숱이 없다는 정도지 제가 대머리가 되어 가리란걸
인지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때부터 시작된 열등감과 피해의식...어찌 다 말로 하겠습니까.
여러 동지분들은 말안해도 아실듯합니다.

대학이라고 들어와 꿈에 부풀어 서울 생활을 시작했는데,
하숙집 형들도 뻑하면 '너 머리가 그래서...'하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해대고, 심지어 미팅 나가서 술취한 파트너가 '너 머리가 왜 그렇냐'
하는 말까지 들어봤슴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었죠.

대부분 군대 제대하고 나서 이런 현상을 겪는데, 전 대학생이 되자마자
이렇게 됐으니 어땠겠어요. 정말 말하기 고통스러웠지요.

생활하다 깜짝깜짝 놀란 적도 많아요..
버스에 앉아가다 보면 입구쪽에 달린 볼록거울에 내 머리가 비치는데...
속이 비어 있는 걸 보구 씁쓸해 하구, 조명이 밝다 못해 눈부신
소위 신세대 카페에선 아예 조명땜에 들어가길 꺼려할 정도였져..

미용실 가서 당하는 고통은 얘기 안 할렴니다. 다 아실테니..

많은 님들이 악덕업주들의 희생양이 되신 경험이 있으시지만...
저도 황당한 광고에 속아 거액을 날린 경험도 있었죠.

당시 스포츠서울에 단신으로 나온 기사를 보고 찾아간 업소..
용산역앞에 허름한 사무실이 있었는데, 금은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기를 조정해서 머리를 나게 한다는..-_-;
한마디로 암울한 내용이었죠. 근데 그땐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순진했으니~ 또 언론에서 보도된 거라 어느정도 신뢰가 갔었죠.

고향에서 부쳐주는 생활비를 아끼고 쪼개 그곳에서 소위 치료를
받았는데, 결과는 뭐 당연히 별무반응이었고, 쌩돈만 날렸었죠.

그리고 시작된 군생활..(ㅠ.ㅠ)
머리 짧게 깎고 햇빛에 나가보면 뭐 거의 백구친 걸로 보이고,
고참들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비수를 날려대고..

특히나 괴로웠던 건 '박아'할때...
차라리 날 때려줬음 하는 생각뿐이었져..마음의 고통에 머리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구여.

국방부 시계는 어떻게든 돌아가서리 학교로 복학을 했는데...
풋풋한 새내기들은 많은데 문제는 제 액면(!)이 거의 머 박사과정
수준으로 보였으니... 그 아픈 가슴을 어찌 설명하겠습니까..

그래두 그럭저럭 살수 있었던게...면역이 돼서..
충격이나 쪽팔림도 많이 당하니 그게 덜 아프더라구요.

그렇게 그렇게 살다 오늘날까지 왔슴다.

지금요?

지금은 직장 생활 2년차에, 아홉수에 걸린 20대입니다.

머리는 전형적인 2대8머리, 좋게 말함 아나운서 머리, 나쁘게 말함
전원일기 응삼이 머리지요.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게 커버하기에 젤 좋더라구요.
남들이 머라하든 말든, 이젠 제가 먼저 선수치기도 하고~
그렇게 사는데...

또 얼마전에 아픔을 겪었던 것이, 아이러브스쿨때문이었습니다.
고딩때 친구나 그 이후에 만난 사람들은 다 저의 이런 상황을
알지만, 초딩때 짝사랑했던 여자애한테까지 변한 제 모습을 보이긴
정말 싫더군요.
어쨌냐구요?
결국 보였져 머..-_-;
첨 한두번은 모자 쓰고 나가서 놀았는데, 어차피 계속 볼건데 이건
아니다 싶어 결국 맨머리로 나갔습니다.
예상대로 질문과 동정과 놀림이 쏟아졌지만 꿋꿋이 버텼져.
그래서 또 한번 고비를 넘겼음다.

그동안 제 고통을 가장 절실히 나누어 지셨던 분이 저희 부모님이세요.
저희 가계는 할아버지-아버지 모두 대머리이시거든요.
근데 좀 억울한건 아버지 형제가 모두 세분이신데 아버지가 가장 심하시고,
사촌형들도 정상이 더 많은데 제가 좀 상태가 나쁜 편이에요.
머 그래도 이젠 제 머리보고 부모님이 걱정하시면 오히려
제 맘이 더 아파여..그래서 머리 얘긴 말도 안합니다.
불효는 하지 말아야져..

지금 제 소원은.. 염색도 필요없구여, 찰랑찰랑도 필요없어요.
제발 4대6 머리 한 번 해봤음 좋겠어여..-_-;
글구 이제 프카나 프샤를 먹을려구 합니다.
할수있는 데까지 노력해보고 포기할려구여~ 그리고 여기 모임에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담에 치료 시작하면 치료기 올릴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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