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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 행복하길

  • 25년 전

  • 1,057
0
5년간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그렇게 두렵고 또 한스러워
그저..그렇게 쉼표로 남겨두고 싶었던 사랑에
두려운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처음부터 너를 위할 수 있다면
이럴 수 있었으니, 이제 너의 마음에 남은 내 향기로 네가
슬퍼하거나 혹은 한 밤중 울리는 전화기 속 목소리가 혹시 나일지
미안해하고 죄스러하는 마음도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 네가 믿지 않는지 모르지만 나보다 네가 더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늘은 탈모가 깊이 진행되어 창피하게 혹은 초라하게 거울앞에 서있는
내모습이 왜 이리도 슬퍼보일까 그러지 말자고 그러지 말자고
애써 씁쓸히 웃어보며 집을 나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렇게
터벅 터벅 걸어본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이다.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도
없었던 시절 나를 만나 그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미래를 약속했던 우리.
기억나니?, 아직도. 그 빠알갛던 단풍잎 속에서 그저 그렇게 행복해하던 너와
나, 그리고 추억 쌓인 일기장들..너의 서랍속을 가득 메우던 내 편지 그리고
수줍은 장미꽃 송이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그렇게 내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슬퍼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허무하게 빠져 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보고 씁쓸해하던
나를 위로하며 내가 대머리가 되어도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하겠다던 너..
이제 네게 이 말을 전할 수도 없겠지만 그런 네가 있었기에 아직까지 내가
가끔은.. 가끔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걸 넌 알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런 네 앞에 멋진 한 남자가 나타난 걸 알게된 건 작년 이맘때지..
얼핏 그녀 친구에게 듣게 된 말이었지만..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떤
남자가 나 때문에 맺어질 수 없는 둘의 사이에 참 괴로워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4년간의 사랑에 큰 고비가 찾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점점 사라지는 자신감에
나를 믿지 못하는 마음은 결국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며
난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의심과 두려움에 많이 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내 걱정을 덜어주려는 그녀의 노력을 나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애써
그 사람에게 마음이 없는 듯 그 사람의 결점을 말하며 나를 보며 웃고..
영원히 나와 함께 하겠다는 그녀의 약속..그런 말 속에 점점 더 나는 약해
져 갔지만.

시간이 흘러 겨울이 왔고 이젠 초라해 까지 보이는 내 머리를 보며
다만 너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 많이 기대었던 것일까. 나는 거의 매일
그녀를 기다리며 서성였고 그녀는 알 수 없는 슬픈 웃음을 내 가슴에 조금씩
심어 주었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힘들어 견딜 수 없을 만큼 나는 약해져 있었다.
하루라도 나를 보통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그녀를 보지 않으면
왈칵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보기싫을 만큼 약해져 있었다. 나는..

그러던 내게 이별이 찾아왔다. 결국 내가 사랑했던 착한 그녀의 마음에
내가 무너지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의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남을 잘 위하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
참 오랫동안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에 얼마나 괴로워 했을까.
사랑의 깊이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수 있겠지.

그래도 참 힘든 밤이었다. 이렇게 될 것이라 언젠간 이렇게 되겠지
생각했지만 막상 내 존재를 지탱할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그녀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나를 참 심한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이기적이었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나는 나를 정상인으로 인정해주는 그녀가 필요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바보같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리고 한 말은 너무나 솔직했다. 나를 살려달라고.. 그래 이 말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던 것이다. 살려주기를 바랬다.
이미 많이 힘들어 한 그녀의 미소를 느낀 것은 꽤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내가 그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한 일이라곤 그저 그녀를 사랑하는 것
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면 하늘이 우리를 지켜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알고 있었다. 한 번 돌아선 마음을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바꾸어 놓기엔 내가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그 뒤로 오래도록 나는 그렇게 힘든 나를 두고 떠나간 너를 조금은
미워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5년간의 세월속에 우리가 나누었던 사랑이
나를 죽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것은 너에게 너무도 큰 짐을 떠안기는
것이다. 나는 그럴 용기도 없다. 우습게도.

나는 어둠이 좋아졌다. 아니, 좋아지진 않았지만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젠 정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보며 슬프게 흐느끼고 또 아침이 밝아
오면 너의 그림자에 묻혀 이겨내지 못하는 나를 비웃으며 난 나를 철저히
무너뜨려 갔다.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나는 나를 철저히
부수어 갔다.

이젠 그 시간도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다. 다시 새 봄이 오고 그녀를
사랑하던 마음도 아직 그대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 가끔 저 창 밖에 그녀의
향기가 지나치면 그 사랑의 한 자락을 금가루마냥 사르르 흘려보곤 한다.

나도 다시 일어설 것이다. 무너질대로 무너진 나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다시 슬퍼지면 이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던 그녀의
향기가 아닌 저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그 하늘에는 그녀의 웃음도 있고
지나간 시간속 우리의 사랑도 그대로 남아있다. 또 금가루처럼 퍼져가는
미련과 두려움 그리고 초라하지만 내 얼굴에 웃음을 그려주는 용기도
남아있다.

아직도 내 주머니에는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마지막 편지가 남아있다.
보기 싫은 내 머리까지 사랑해 주었던 네가 이젠 나에 대한 죄책감과
때로의 슬픔에서 벗어나 그와 참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그런 글귀가 씌여있다.

고마워. 내 주제에 너 같은 착하고 고운 사람이랑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나는 행복한지 몰라. 이젠 내 머리를 쓰다듬던 너의 손길도
더 이상 느낄 수 없겠지만, 나도 이젠 나를 추스려 볼께. 머리가 없다고
사랑까지 못 할 이유는 없잖아..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면 피하지 않고
네가 바라는 대로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살께.
끝까지 날 정상인으로 대해 준 너의 마음은 영원히 잊지 못할거야. 사랑해..

.
.
.

내가 마지막으로 되내어 본 사랑한다는 말이
더 이상 그녀의 귓가에 들리지 않기를. 안녕히...내 사랑.


5년간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그렇게 두렵고 또 한스러워
그저..그렇게 쉼표로 남겨두고 싶었던 사랑에
두려운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처음부터 너를 위할 수 있다면
이럴 수 있었으니, 이제 너의 마음에 남은 내 향기로 네가
슬퍼하거나 혹은 한 밤중 울리는 전화기 속 목소리가 혹시 나일지
미안해하고 죄스러하는 마음도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 네가 믿지 않는지 모르지만 나보다 네가 더 행복하기를 바라며..


에필로그
얼마전 내 휴대폰에 찍힌 그녀의 문자 메세지는 나를 마지막으로 서럽게
울게 하였다.

...오빠 미안해
나 정말 나쁜 여자지. 나 같은 여자 잊고 정말 행복하길 바래.
나 아마 하늘이 벌을 내릴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바보야..고마워 정말 고마워. 잠시였지만 나를 사랑해줘서.
대머리에 이렇게 보기 싫은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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